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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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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의 두려움


BY 쇼코 2009-03-24

얼마전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손에 넣었다.
부리나케 집에 와서 단숨에 읽기 시작했다.
책 내용 중 여자주인공이 혼자 험준한 산을 등반을 하다가 폭설로 인해 길을 잃고
대피소에서 얼어죽을 뻔한 이야기가 있었다.
여자 혼자 여행하는게 참 멋져 보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작년 봄 난 따뜻한 날씨에 이끌려서 나 혼자만의 여행을 무작정 시작했다.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하는 난 도보여행지를 소개해놓은 책을 보고
남태령옛길을 걷기로 했다.
나 혼자서..
과천에서 출발하는 길은 어느덧 산길로 접어 들어갔다.
일요일 오전이였는데도 산길은 이상할정도로 기괴하게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분명 등산길이라서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도보를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났는데 사람하나 보이지 않았다.
도보여행이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내 발걸음은 어느새 점점 빨라 지기 시작했고
내 눈은 바삐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숲길에서 부스럭 소리에도 난 휙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보여행 떠나기전에 사람없는 곳에 가고 싶어서 선택한 여행지였고   나 혼자구나란 생각에 한동안 자유로움을 만끽 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라는 생각에 두려워지고 이젠 제발 한사람이라도 나타나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점점 높이 높이 하늘을 향해 나있는 길을 따라 가는데 길 옆으로 절벽이 있었다
절벽 쪽으로 가까이 가자 내 시야에 검은 물체가 보였다,
절벽 가장자리에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향해 가지런히 놓여있는 한 켤레의 남자구두...
순간 공포심이 온몸을 옥죄면서 난 내 심장이 귀 옆으로 옮겨온줄 알았다.
쿵쾅쿵쾅..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눈에 들어온 검은 구두는 온갖 무서운 상상을 하기에 충분했다.
봄 볕 한낮의 소풍은 갑자기 호러물이 되었고
난 무서운 마음에 비명하나 못지르고 정신없이 산을 뛰어내려왔다.
대체 그 구두는 왜 거기에 놓여있었고 누구의 것이였을까?

혼자만의 여행을 실패하고 돌아온 난 
여행지의 사건을 남자친구에게 털어놓고
보호관찰대상에 들어갔다.
세상에 여자혼자 산에 가는 그런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두고두고 잔소릴 들어야했다.

두려움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지는지 또 봄이 오니.. 이놈의 역마살이 가만 있질 못하게 한다.
또 혼자 여행을 떠나볼까란 
생각이 든다.

길을 벗어나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다른 세상이 궁금해 지는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