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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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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외로웠으면....


BY 그대향기 2008-11-26

 

 

낮에 좀 한가한 틈을 타서 간 미용실에서 거의 기겁할 뉴스를 접하고 아직도 멍~~하다.

파마기가 다 풀리고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가 지저분해서 자주 가는 미용실에서 굵은 웨이브로

머리를 말고 시간이 되어 감을 때 쯤 큰 딸의 친구인 미용실 도우미는 내 머리를 감기다가

친구의 자살 소식을 전했다.

반쯤 눈을 감고 지압맛사지에 행복했던 난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키다가

샴푸 중인 걸 알고는 도로 긴 의자에 누웠다.

왕따가 너무 심해서 휴학 중에 우울증이 생기고 두번의 자살시도에 기어히...

올 해 대학 4 학년.

우리 딸과 같은 대학교에 진학을 했었고

고 3 때는 우리집에서 친한 친구들 여럿이 와서 잠도 자고 갔었고

내가 해 준 떡만두국이랑 감자탕도 맛있게 먹었던 작고 예쁜 아이가 자살이라니.....

대학생들도 왕따를 한단 말인가?

한창 서로의 진로를 고민하고 전문지식 습득에 바쁠 대학생들이 뭐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서로의 의견이나 성향이 다르다고 왕따를 시킨단 말인가?

한 인간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몰고간 우울증과 왕따.

왕따가 먼저 온 감정이고 우울증은 후에 온 마음의 감기라지만

어떻게 그 작고 이쁜 아이가 그 독한 제초제를 병째 마실 수 있었을까?

7월에 자살미수에 한번 그치고 기어히  그 독하기로 가장 쎄다는 제초제를 마시곤 영..영.....

아직 그 아이의 친필로 적은 글이 우리집 전화부책에 선명하게 적혀있는데.....

\"방이 따듯했어요. 고맙습니다~~\"

 

큰애도 처음 시골 초등학교에 전학와서 한 학기를 왕따 당하는 설움을 겪었기에

왕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대학생들이...

우리애야 친족간들이 많았던 시골학교에서 도시에서 전학 간 애를 낯설어하고

누구 하나가 쟤랑 놀지마~이러면 당연히 안 놀아주는 참 유치한 왕따였지만

어린 가슴에 많이도 서러웠고 울기도 많이 했던 한 학기.

학교를 도로 전학가자고 울기도 많이 했었다.

매일 달래서 학교를 보내고 왕따 시키는 애를 찾아가서 아이스크림도 사 주고

다른 애들도 만나면 우리애랑 같이 놀아 줄 것을 부탁하면서 지내기를 한학기.

말이 한학기지 작고 여린 초등 2 학년의 여자 애한테는 악몽같았던 한학기.

버스에 오르면서도 울고 갔고 돌아 올 때도 어깨가 축..쳐져 돌아오던 큰애.

엄마가 아빠를 도우려다 애가 너무 힘들어 하는 생활에 자괴감도 느꼈던 시간.

애한테 너무 미안했고 달래서 보냈던 애가 돌아 올 시간이면 공연히 고개를 빼고

애가 표정이 좀 나아서 오나~싶어서 보곤 했지만 번번히.... 

 

 

그러면서 차차. 좋아졌고 결국은 그 학교에서 학생회장까지 한 큰 애.

그 과정을 봐 왔기에 왕따가  아이들 세계에서는 얼마나 심한 좌절감인지 잘 안다고 본다.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만 보일 당사자.

왕딸 시키는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 버리고플 당사자.

먹고 자고 입는 것 조차도 귀찮고 다 포기해 버리고플 당사자.

그 결국은 우울증도 오고 자살 충동에 또는 자살에 성공하기 까지.

 

우리애는 잘 이겨냈지만 그 친구는....

너무도 안타깝고 충격적인 사실에 난 머리손질을 다 하고도 이쁜 줄도 모르고

그 애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가슴이 아팠다.

다 키운 이쁜 딸을 너무 허망하게 잃은 그 엄마아빠의 심정은 어떨까?

왕따를 시킨 대학 친구들을 찾아가서 따져 보고 싶을 심정일까?

좀 더 자기 딸이랑 친하게 지내주지..하는 애닯은 호소를 하고 싶으셨을까.....?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넘치면 넘치는데로 친구니까.....

같은 학문을 익히는 동문이니까 좀 더 챙겨주지 그랬니...?

그렇게 보내게 하다니 친구들아........

 

아...

이 밤 기분이 너무 우울하다.

우울함이 지나니 이젠 소화불량처럼 속이 쓰리고 아픈 것 같다.

아직도 그애의 글씨는 빛이 조금 바랬을 뿐 그데로인데.....

우리 큰애가 알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

고등학교도 같이 나오고 같은 대학교에 진학도 했었는데.

괴로워도 힘들어도 스스로 일어 설 힘이 생길 때 까지 조금만 더 참지....

결국엔 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인생길이란 걸 조금 뒤면 다 알것을...

친구야.

안녕.

못다한 나이팅게일의 꿈은 어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