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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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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


BY 오월 2008-11-24

가을의 끝자락에 매달려 아쉬워 했다.

잿빛 하늘에서 퐁퐁 잿빛눈이 내려오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눈썹위로 콧등으로 먼길 쉼없이 떨어져

내려와 내 몸위에서 그렇게 사그라지는 부드러운 꽃잎같은

그 첫눈을 손꼽아  기다리든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가을의 끝자락에 매달려 겨울이 오지 말아달라고 가을의

전령 국화를 아름아름 색색이 심어두고 우리 사무실에는

겨울이 오지 말아 달라고 빌고 있었다.

 

가을의 풍경을 붙잡고 싶어 감나무에 소담한 감들도 그리두고

고운빛 국화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아가며 아직은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이 아님을 나래 푸른 기러기가 북녘으로 날아가지

않음을 내 고향 눈속에서 꽃등불이 타지 않음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꽃을 좋아함을 알았지만 내가 그토록 꽃을 좋아하는 지 몰랐다.

한 번의 강추위로 국화꽃마저 제 빛을 잃어 버리든 날 야생화가

아닌 꽃들이 게으른 주인을 원망하며 모조리 얼어 죽어버린 어느 날

잿빛 하늘을 닮은 내 마음이 우울해 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그렇게 검은

빛이 짙어져 갔다. 난 우울한 삶은 싫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하는 노래 처럼 난 늘 밝게 웃고

통통 거리며 살고 싶다. 초등학교 졸업도 다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

삼십년의 세월을 망각하고 만난 내 유년의 친구들.

그 친구들에 모임이 있다고 했다.

처음 그 친구들을 만나로 갈때 무얼 입을까

무얼 신을까 머리는 미장원에 가고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보석들을 끼고

차고 걸고 그런것들이 삼십년전 날 보상받겠다는 부족한 생각들로

한 번의 걸음을 참 힘들게 했었다.

 

꽃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듯 나 역시 자연닮은 사람이 되자.

친구역시 자연닮을 친구를 좋아하자 마음 돌려 떠나는 여행이 청바지에

자켓하나 책 한 권 갈아입을 트레이닝복 한 벌 없이 달랑 빽하나 메고

그렇게 떠났다. 내가 사는 곳까지 기꺼이 오겠다는 친구를 뿌리치고

기차를 탔다 아직은 다 사라지지 않은 가을의 끝자락 내 무릎위에는

\'수상한 남자\'라는 별로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가망성이 많은 소설가

책이 한 권 올려져 있고 졸다가 책을보고 잠시 상념에 젖어드는 오롯한

내 시간이 행복하다 내 어린 날 그 친구들은 어쩌면 나의 일부이다.

내 기억의 내 추억의 내 아픔의 내 보람의 일부분 이다.

 

다 안아주고 포용하고 싶다.

하지만 나 또한 그럴 것이고 그들또한 본의 아니게 내 가슴을 후벼 파기도

한다 생각없이 친구는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들도 한다.

\"친구야,네가 그렇게 말 하면 너에게 얻어 지는게 뭐 있니?\"

묻고 싶고 서운한 마음이 설풋 들다가도 그 또한 내 친구이다.

마음을 돌리며 저렇게 밖에 생각못하는 친구가 안타깝고 서운해 홀로 슥

눈가을 훔쳐보기도 한다.

 

한 밤을 보내고도 서운타.

시간만 있으면 조잘거림이 아마 몇 밤을 세워도 모자라리라.

바쁘다는 친구들과 의기투합 아직도 남아있는 가을꽁지를 즈려밟고

걷고 또 걷는다 단풍잎이 빨강 소리를 내며 발 밑에서 바스락 거린다.

은행잎이 노랑소리를 내며 발 밑에서 사르락 거린다.

친구도 좋고 일요일 한 낮 부드럽게 내려앉은 초겨울 햇살도 좋다.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다음 해 달력을 들고 찾아온 손님

아직 보낼 준비도 안 됐는데 몽땅 쓸어가 버린 아쉬운 가을.

 

그 일요일 한 낮 내려준 따스한 햇살아래 난 아쉽지만 가을도 보내고

꽃들도 보내고 내 사랑하는 친구들도 보내고 이 한 해를 보낼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고 돌아왔다.

무심천 억새밭에 억새들이 그래도 그래도 그 아쉬움을 토해내듯

하얗게 하얗게 한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 내 무릎위에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책도 바꿨다

책이 바뀌듯 그렇게 순응하고 받아 들이며 살자.

오늘은 같은 잿빛 하늘이라도 내가 웃는다

평소의 나처럼 깔깔거리며.......

사랑하는 친구야 고마웠다 사랑한다.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우리들의 생은 너무나 짧단다

사랑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