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신문>에 자전거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쓴 건 \'자전거 초보\'인 친정엄마와 이모 이야기를 썼는데,
다른 분들께 공감가는 부분이 있을까 싶어 아컴에 올려봅니다.ㅎㅎ
뜸했던 이유는, 우리 동네 얘기라서 다른 분들 읽으면 재미 없잖아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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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나고, 인터넷 메신저에서 친정 엄마를 만났다.
“나 오늘 부평공원에서 자전거 연습했다”
“엄마가요?”
“그래, 나도 자전거 타고 다닐 거야”
“하하하하, 엄마가 설마. 두 번 연습하고 안탄다고 할걸요”
“아니야, 이제 가까운 곳은 자전거 타고 다닐 거야. 근데 집에 있는 자전거 불편해”
“그건 초등학생 타는 자전거라니까요. 내가 타고 다니는 ‘아줌마자전거’가 ‘딱’이야”
“그래? 그럼 그 자전거 나 줘. 넌 새로 사고”
“알겠어요. 내 자전거 줄 테니, 엄마가 나 새로 사줘요”
“에구, 집에 있는 자전거나 열심히 타야겠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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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가게에서 자전거를 배우는 친정 엄마. |
총각 때인 40년 전부터 자전거를 타신 자전거 달인 친정 아빠를 비롯해, 9년 전 결혼하고 나서야 자전거를 사랑하게 된 나, 전철역 갈 때마다 자전거를 즐겨 탄 예비엄마가 된 첫째 여동생, 대전에서 천문학을 공부하며 자전거를 타고 별자리를 찾아가고 싶어 하는 둘째 여동생, 본인 자전거는 ‘비엠따르릉(BMW)’이라고 웃기며 여자 친구와 자전거 데이트도 곧잘 하는 남동생까지, 친정 가족은 모두 자전거를 좋아한다.
이에 비해 다리도 안 닿는다는 핑계로 자전거는커녕, 공원 운동도 안 다니시는 ‘몸치’ 친정 엄마가 자전거를 배운다니 놀랄 일이지만, 분명 ‘작심삼일’에 해당될 일이라서 크게 반갑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틀 후, 산곡3동에 살고 있는 친정 이모한테서 전화가 왔다.
“채우 엄마야, 안 바쁘니? 자전거 사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자전거? 이게 무슨 말이야? 이모가 자전거 탄다고?”
“응, 이모네 차 팔았어. 기름 값이 좀 비싸야 말이지. 이젠 자전거 타고 다닐 거야. 어제 너희 엄마랑 같이 공원에서 이모부 자전거로 연습했어. 이모도 자전거 살 거야. 엄마 것도”
자전거에 무거운 장바구니와 채우까지 태우고 기우뚱 다니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야야, 그러지 말고 경차라도 한 대 사라니까. 너도 고생이지만 채우는 엄마 때문에 뭔 고생이냐?” 하고 타박을 놓던 열혈 ‘마이카(my car)족’ 이모가 차를 팔고 자전거를 사겠다니 믿기지 않았다.
운동 싫어하는 친정 엄마와 걸어서 10분 거리 소아과도 자가용 타고 다니는 이모가 자전거를 타겠다니, 나로서는 밥상을 차렸다가도 숟가락 팽개치고 자전거 가게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2~3년 전부터 남편과 내가 자주 가던 자전거 가게로 오시라고 했다. 친정 엄마, 친정 이모, 친정 아빠가 오셔서 자전거를 고르신다. 남성용 자전거와 여성용 자전거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만큼 자전거 초보인 친정 엄마와 이모에게 차분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자전거 가게 사장님. 주행은 잘하지만 첫 출발을 못하시는 친정 엄마에게 자세 교정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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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정 엄마와 이모가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부평공원에 나란히 섰다. |
몸이 작아서 바퀴 큰 자전거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흉 볼 거라고 걱정하시는 엄마에게 “엄마, 그 작은 몸에 그 큰 자동차는 어떻게 운전하셔요?”라고 놀려보는 나. 도전은 안하고 자꾸만 못 타겠다고 겁내는 엄마에게 “뭐 하러 큰 자전거를 사? 며칠 타다 창고에 모셔둘걸. 집에 있는 거나 타”라고 역정 내시는 아빠. “언니, 나중에 후회 말고 좋은 걸로 사. 이거 자전거계의 벤츠 맞죠?” 너스레떠시는 통 큰 이모.
엄마는 주변에서 뭐라 하든 개의치 않으시고 가게 사장님에게 말을 거신다.
“이거 비싼 자전거니까 가다가 체인 빠지는 일은 없겠죠?”
“체인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체인이 빠질 수도 있어요”
“어머, 그럼 안 살래요. 체인 빠지는 자전거를 어떻게 타고 다녀요. 큰 일 나겠네”
“하하. 마른 기어 넣지 않으면 체인 잘 안 빠져요. 자동차도 엑셀 밟은 상태에서 기어 변속하잖아요. 자동차랑 똑같아요. 주행 중에 기어 변속하시면 체인 빠질 일 거의 없어요”
한 시간가량 골라서 드디어 장만한 분홍색과 연두색 클래식 자전거. 반짝이는 새 자전거들 틈에서 보니 군데군데 녹이 슬고 낡은 내 하얀 자전거는 벌써 고물이다.
“자전거 오래 타시려면요, 예쁘다 예쁘다 많이 만져주세요. 사람 손 기름이 엄청 독해서 어떤 광택제 바르는 것보다 훨씬 반짝여요. 그만큼 애정을 갖고 잘 보살피면 오래 타실 거예요” 사장님의 말에 까르르 웃는 엄마와 이모의 마음은 벌써 베스트 드라이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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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공원에서 자전거 연습하는 친정 이모. |
이렇게 해서 친정 엄마와 이모도 ‘자전거족’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주 만해도 “내년에 부평에 자전거도로 신설된대”라고 말해도 귓등으로만 듣더니, 오늘은 “정말, 정말? 어디에, 어디에?” 하며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10월에는 동생들과 계획만 무성했던 가족 자전거 나들이를 떠날 수도 있겠다.
셋째 주 토요일마다 부평역에서 열리는 자전거대행진에도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도 있겠다. 가족 모두가 함께 자전거를 탈 생각에 벌써 설렌다.
저녁에 부평공원에 가면 자전거 타기 연습하느라 열심히 넘어지고 있는 중년의 아줌마 두 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올 가을에는, 이 두 명의 ‘몸치’ 아줌마들의 노력에 감탄해서 자전거를 새로 배우는 동네 아줌마들이 많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