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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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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BY 오월 2008-09-12

아직은 꽃들이 마당에 가득피어 외롭지 않다.

마른 꽃잎을 뜯어 주고 차거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 와도 최대한 오래 버텨달라 아부를 떤다.

몇 가지나 될까 꽃들만 보면 난 세상에 부러울게 없다.

많은것을 원하지 않고 욕심도 없다 그저 주워진

삶에서 정말 최선을 다할 뿐이다. 허접하기 이를데

없는 꽃밭에 사람만 하나 나타나면 끌고가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설명에 들어간다.

시큰둥, 난 꽃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민망하고 멋적고

서운하고 내가 뭘 그렇게 큰걸 바랬다고 조금 아주조금

맞장구 쳐주면 얼마나 신이 날텐데....

 

우리집에는 외식이란 단어가 없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한번씩 외식을 하면 난 언제든지

집에 들어와 다시 밥을 해야했다.

그 이유는 남편이 못먹는 육류를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인데

돈 쓰고 외식하고 부른배를 안고 들어와 또 밥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 어쩌다 외식을 하면 남편이 좋아하는

두부집으로 아이들을 강제로 끌고가 밥을 먹다보니 아이들은

\'두\' 자만 들어도 기겁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운데 낑긴 나는 아예 외식이라는

호사를 포기해 버렸다.

포기하고 살다보니 또 죽어라 밥해먹는 것도 그럭저럭 살아졌다.

 

생선도 고기도 하물며 햄 종류도 먹을 줄 모르는 남편 늘 저푸른

초원만 좋아하는 남편.

 

아이들이 자라 모두 대학교 기숙사로 들어가고 남편과 나 둘만

남은집 둘이다 일을 가지고 있다보니 어느날은 집에 들어오면

손도 까딱이고 싶지가 않을때가 있다.

어느집 부부들은 둘이서 어느집이 음식을 잘한다드라 어느 카페가

분위기가 좋다드라 어제 밤에는 둘이서 한잔했다 동부인 해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섭렵하는 부부들 하지만 그 모든것이

나에게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면 이정도 글만 읽으면 난 남편에게 불만이 무지 많아야

되는데 희안하게도 난 남편에게 전혀 불만이 없다.

나 역시 혼자 놀기에 진수를 오래전에 터득한 터이고 남편또한

나의 모든것을 존중해 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늦은밤 집에 들어와 밥을 짓는다.

가끔씩 귀찮기도 하다.

둘이 가서 어디서 한 그릇 사먹고 들어가고 싶을때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 마음도 잠시 집에 들어와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들다 보면

썰렁했던 집안이 그제야 안옥한 느낌이 든다.음식냄새 거기에는

고향의 향수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가족에 대한 사랑도 모두

내포되어 있다. 너무 허기진 어느 날에 내가 먹고 싶었든 음식은

분명 고기 반찬이 아니였고 엄마가 끓여 주신 구수한 된장 찌개였다.

코 끝에 느껴지든 그 구수한 냄새 엄마의 사랑.

 

사람사는 집에는 음식 냄새가 나고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

워낙 웃음많은 나는 오늘도 밥상앞에서 온갖 재롱을 떤다.

그런날 보며 남편은 기껏 빙그레 미소 한 번 지어 주지만 난

그 미소 한번을 보기위해 난 망가지고 또 망가진다.

 

밥상을 물리며 우리는 서로를 향해 이렇게 인사한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나도 덕분에 잘먹었습니다.\"

남편이 없었던들 내가 그나마 이 밥상을 받았겠는가.

덕분에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