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박사일을 잘 놀고 온 큰아들이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할 생각이었나 보다.
며칠 비워둔 가게에 엄마가 가 있을 시간을 이용하려 했던 모양인데
집으로 같이 들어오니 왜 가게 안 가시냐고 한다.
\"니 방 이삿짐 정리 하려고 그런다.\"
\"아니, 제 방은 제가 한다고 하는데 왜 그러세요?\"
\"잘 하면 뭔 걱정이겠니?\"
집에 돌아오자마자 피서용품을 정리하고 애방 정리에 들어갔다.
책꽃이에 교과서가 몇권 없다.
\"2학년 교과서 다 어디 갔니?\"
\"글쎄요. 어디 있겠지요.\"
온 방을 다 뒤져도 없다.
애들아빠에게 연락을 해보니
\"며칠 전에 묵은 참고서더미가 있길래 몽땅 버릴 거냐고 하니 그 녀석이 그렇다고 하길래 다 버렸지.
거기 교과서도 들어 있었다구?\"
난 너무 어이가 없어 한참 멍하니 있었다.
\"엄마는 널 중학교는 마치게 하려고 했는데 그냥 이학기부터 학교 가지 마라.
책이 있어도 공부 안하는 니가 책도 없는데 무슨 공부를 하겠니. 그냥 이참에 푹 쉬자.\"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공부해서 무슨 이득이 있는지 전혀 실감을 못하던 아이 얼굴이 심상치 않다.
\"제 돈으로 교과서 다시 사서 공부할래요.\"
지방 정리를 하는 동안 참고서 한권을 들고 다른 방으로 자리를 피한다.
안 들여다 보던 참고서를 들여다 봐서인지 여독인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작은애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보채지도 않고 잠이 들었다.
이 일이 전화위복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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