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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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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쉬는 날


BY 정자 2008-07-30

나는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보다 불에 태워먹어 홀랑 까먹는 날이 노는 날이다.

대충 살아도 한 세상이고 이리저리 재고 눈치봐도 두 세상은 힘들테고

그래서 나 혼자 상상력을 구워먹든 태워먹든 아무렇지않은 오늘은 늘 많다.

남들은 돈도 못 벌고 그럴듯한 명함 한 장도 없는 주제라고 하지만.

나에게 주제라고 한 가지 있다면 뭐가 있는 지도 파악이 안되고 모르고 없는데로

살다보니 달팽이보다 조금 빠른 느림보가 되었다. 달팽이도 가만히 보면 무지 빠르다 

민달팽이는 집도 없어서 등허리가 밋밋해서 민달팽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집에 있으면 마당에 우두커니 서서 크는 나무들도 서로 몸 부벼대는 수다를 떠는 것을 알았다.

나 혼자 노는 날은 혼자 바쁘다. 옆 집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 돌아 가신지 만 삼 년만에 흙집은 스르르 무너졌다. 거기서 깨진 항아리 몇 조각을 주워 흙만 담아 놓았더니

채송화씨가 어디서 풀풀 날아 왔는 지 요즘은 아침마다 늦은 해거름에 맞춰 꽃잎접는 수면을 보게 된다. 갖가지의 총천연색의 느림을 진하게 또는 환하게 보여주는 맛이 새콤달콤하다.

푸른 젊은 토마토가 붉은 기운이 돌려면 햇볕에 얼마나 뜨겁게 데어야 할까? 이런궁리도 하는데.

지금은 익은 토마토를 된장에 찍어먹으면서 또 깊은 생각을 한다.

나처럼 이 토마토도 심심할까?

언젠가 멋모르고 내 엄지손톱보다 더 큰 청개구리가 유리문에 청색점으로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고 놈 참 잘생겼네 했더니 한 나절 내 옆에 앉아 있는 거다.

너두 오늘 무진장 심심하냐? 말걸었더니 훌쩍 뛰어 도망간다.

 

요즘은 혼자 있는 밤이 많아졌다.

방학이라고 애들 집안에서 북적일 줄 알았더만 보충수업으로 도로 놀토도 없이 못 보는 아들 얼굴이 보름달보고 애고 울 아들 지금 뭐하는 겨 손전화를 누르고 싶은 데, 안타깝게도 이 놈 아직 손전화가 필요 없다는 데. 그려 서로 밤하늘에 떠 있는 달보고 무선문자처럼 꾸욱 누르는 보고픔에 문자전송도 해본다. 헤헤..나는 이런 짓을 허공에 대고 크게 어깨를 돌리며 글자를 쓴다.

\" 니 지금 뭐하니?\" 확인키를 옆에 잇는 별을 손톱으로 꾸욱누르고,,,

 

홀로 있는 마당에 무한대로 쏟아지는 달빛을 보고 내 그림자를 밟는 것도 재밌다.누가 안봐서 못보기도 하지만 별짓 다한다. 풀무치들이 장단을 맞춰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다가 흐흐 혼자 웃기도 하다가

방안에서 누워 이른저녁에 뜨는 내 주먹만한 빛내기로 뜨는 별을 보고 아직 이름을 모르니 미안하고

별볼일 없어선가 내가 무슨 천문학자도 아니고 안다면 비스듬히 누워있는 국자별이나 하나  혹시 빠뜨렸을까 세어 본다.

 

그러다가 잠들면 그만이다. 혹여 가끔 꿈에서 보는 꽃피는 소리가 아닌 뒷집 장닭 홰치는 소리에

알람소리처럼 일찍 켜지는 테레비 애국가 사절까지 우리나라 길이 사랑하세로 끝나는 가사도 확인해본다.

 

아직은 오늘은 내가 놀기엔 멀쩡한가보다. 사는데는 별 지장이 없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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