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차는 원래는 진짜 잘생긴 차였습니다.
엔진성능도 좋고 앞으로 잘나가고 승차감도 좋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어떤 얼빠진 멀쩡한 차가 제 뒷꽁무니를 박은 겁니다.
처음엔 얼얼했죠.
수리를 할려고 자동차 병원에 갔습니다. 견적이 어마어마 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엔진이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겉모습이 잘나야 하는데 고치려고 했습니다.
성형수술좀 하고 색도 바꾸려고 했더니 세상에 고치는 수리비가 엄청 난 겁니다.
그래서 내버려 두라고 했죠.
한 번 박히면 또 누가 와서 박을 건데. 두 번 고치는 것보다 한꺼번에 고치는게 더 훨씬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그런데 그 이후로 그 누구도 안전거리를 잘 확보해주니 그런 일이 안 일어났습니다. 울 남편은 한 번만 누가 박으면 송장치워 주는 거다! 이러데요.
이젠 제가 뒤로 후진하다가 잘 서있는 전봇대를 박아서 한쪽에 걸쳐져 있던 범퍼가 주저 앉아 버린 겁니다.덕분에 제 별명이 생겼습니다. 또 박았냐? 헤헤 초보 땐 또 빠졋냐? 였지요 농로에 빠져 동네 트렉타에 대롱대롱 매달려 본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떨어지지 않고 덜렁 덜렁 하데요. 트렁크도 입 벌어지지 말라고 철사로 졸라 맸습니다.분홍색 철사로 리본처럼 묶었더니 남편은 길길히 난립니다.
창피해서 같이 차 못탄다고 하니.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마누라는 아직 뒷모습이 멀쩡하잖어? 선택 혀?
차여? 마누라여? 했더니 기가 막힌 가 별말이 없습니다.
잘 가는 카센터 공장 사장님이 이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제발 이젠 여기로 끌고 오지말고 폐차장에 무료로 기증을 하랍니다
차가 하나이기 망정이지... 십년 된 친구만큼 나하고 얼마나 정이 들었는데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했더니. 암말 안합니다. 전국구 네비게이션 없이 안 간데 없는 차를 겉으로 보고 무시한다고 제가 좀 쬐려봤죠.
그런데 이상한건 제맘을 아는건지 차는 건강하게 씽씽 앞으로 잘 달립니다.
제 차 주변엔 주차도 널찍하게 하게 해줍니다. 히히..
서울에 끌고 갔더니 앞 뒤로 널럴하게 안전거리를 확보 해줍니다. 친절하게.
어느 택시기사는 트렁크가 열렸다고 수신호를 보냅니다.
그럼 전 손을 흔듭니다. 괜찮아유~~~, 원래 그렇게 생겼어유~~
또 한번은 택시기사님이 차에서 내려 저에게 오는 겁니다.
친절하게 트렁크가 열렸다고 하시면서 몽키인가 뭔가를 들고 오셔서 직접 풀려진 철사를 꽁꽁 묶어주는 겁니다. 얼마나 고맙던지요.
요즘은 기름이 비싸서 이 차가 더욱 대접을 받습니다. 가스차라서 다른 친구들이 제 차랑 바꾸자네요. 참 내 ..옛날엔 얼른 바꾸라고 지네 집에 올 땐 끌고 오지말라고 하더니 이젠 멀쩡한 차랑 바꾸자니 세상 시간팔자인 거 확실합니다.
계모임에 가자고 제 차 안탄다고 하더니 모두 우리집으로 모입니다. 나의 애마를 타고 같이 가자고 합니다.
\" 왜유? 후진 똥차라매?\" 했더니
앞으로는 잘나가잖어? 헤헤..빙그레 웃네요.
한 몇 년은 더 귀하게 모시고 다닐 겁니다. 그런데 이젠 저보다도 이 차를 먼저 알아봅니다. 한 번은 목욕탕에 가서 있는 동안 일년에 한 번이나 통화할까 말까하는 동네언니한테서 전화가 온 겁니다. 뭔일인가? 전화를 받앗죠.
\" 야 ! 나 니 차 목욕탕에서 봤다?\"
할말이 다른 것도 아니고 내 차 봤다는 애기만 하고 뚝 끊습니다. 원래 그 언니가 좀 엄뚱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내 안부는 묻지 않고 내 차만 봤다고 전화하는 언니도 참 재밌게 사십니다.
내 차는 에어컨도 잘 안됩니다. 그 대신에 창문만 열면 시골의 바람들이 상쾌하게 통풍이 잘 됩니다. 오늘은 너무 더워서 근처 산계곡에 갈려고 합니다. 애덜은 아직방학을 안했으니 답사겸 이 핑계를 대고 갑니다. 사실은 혼자서도 여기저기 잘 돌아댕깁니다.
오늘은 이렇게 지냅니다. 헤헤..
덧) 윗그림과 약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