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터 집에 도착하여 현관문에 다가서면, 조그만 새 두마리가 놀라
푸드득 날아가곤 한다. 저 놈들이 봄이 되어 알을 낳을 자리를 찾나? 하고
처마 밑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봐도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기에, 그냥 고개만
갸우뚱거리며 집으로 들어서곤 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집사람이 불평을 한다, 새들이 현관문에 지푸라기를 가져다
놓는다고 한다. 아니 현관문에 집 지을데가 어디 있길래..?.. 하는 내 물음에
아내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 달아놓은 가짜 소나무로 만든 화환에 새들이 둥지를
틀라고 한댄다.
그냥 놔 두지.. 게네들도 새끼를 까야 먹고 살지.. 라는 내 대답에 아내는 집을
짓는 새들이 한심하다는 듯, 이번에는 절대 집을 못 짓게 한다고 한다. 아내의
말을 듣으니, 도대체 그놈들이 생각이 있는 놈들인가.. 사람이 들랑거리는 문에
집을 짓다니, 그것도 현관문 두 쪽 중 우리가 매일 열고 닫는 문 쪽의 화환에
집을 지으려고 한다니.
인구가 늘면 집 없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하듯이, 새들도 인구가 아니, 조구가
늘어 집을 지을 장소가 턱 없이 부족한가보다, 그러길래 사람들이 매일 여닫는
문에 집을 지을라고 하는것이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기 앞 마당의 큰 나무에 가지가 얼마나 많은데 거기다
지으면 누가 뭐라하길 하나, 사람들처럼 아파트를 지어 옹기종기, 아래 위층 층층이
살며, 문을 서로 열면 앞집 문과 부딪힐 듯이 가까이 모여 살면 되는데, 저놈들은
무슨 용기로 나뭇가지를 놔 두고 인간들의 보금자리에, 그것도 대문짝에 집을
지으려 하는 것일까?
그 놈들이 새니까 우리가 이 정도로 하는 것이지 만약에 다른 인간이 우리집 앞에
집을 짓는다면 대판 쌈이날 것이고 경찰을 부르고 난리를 칠 것 아닌가..?..
흔히 덜 떨어지고 어리 버리 한 사람을 새 대가리 또는 새의 먼 친척 뻘 되는
닭대가리라고 하는 것이 이런 현상을 목격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은 아닐까?
그러길래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여닫는 문에 둥지를 지으려하겠지..
만에 하나 집 주인의 후덕한 인심 덕에 집을 짓는 것을 허락받았다 하자, 그래도
노심초사하며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리는 둥지 속에서 눈치 봐가며 짝 짓기를 해야 하고,
산파도 없이 알을 낳아놓으면, 맨날 흔들리는 문 때문에 혹시나 알이 굴러 떨어질가
걱정을 해야 하지 않는가?
산고를(?) 거쳐 새끼들이 태어나면 문 앞은 새똥 자욱으로 얼룩지겠지만, 새끼
우유먹이다, 아니 벌레를 먹이다 갑자기 열리는 문 때문에 새끼 목구멍에 벌레를
너무 깊이 쑤셔넣어, 놀란 새끼는 그만 자지러지고, 우는 새끼를 돌보지도 못하고
푸드득 도망쳐 앞마당 나무에서 새끼가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왜 짐작 못할까..?..
새끼들이 커 가며, 먹는 양이 많아짐에 따라 싸는 양도 많아지고, 그 때문에 대문 앞에
떨어진 지저분한 똥자욱이 두터워져서 수시로 치워도 감당을 못하는 것 때문에,
주인의 후덕한 인심이 후덕하지 못한 깊이의 한계로 바닥을 들어내며, 어느날 갑자기
둥지를 치워 버리면 일년 자식농사 도로아미 타불이 된다는 것을 이놈들은 생각이나
했을까?
그런데 이렇게 생각없이 행동하는 녀석들의 형편없는 아이큐를 조소하며 피식하는
웃음을 지을 때, 한 가지 물음이 생겨났다.. 내가 여태까지 생각한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고 판단 한 것이고, 저 녀석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어떠한 생각이 있기
때문에 대문에 집을 지으려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놈들이 여기 사람들이 자연과 동물을 끔찍히 보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새들은 그 곳이 불안정한 장소인 것을 왜 짐작 못할까? 아니다, 우리
인간이 짐작하기에 불안정한 장소라 하지만, 새들이 판단하기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현관문은 인간의 발길이 잦은 곳이기에, 다른 동물들이 행여 강심장을 소유하지
않는 한 접근을 꺼려 할 것이고, 비암이나 기타 너구리들은 나무 꼭대기에
지어놓은 둥지 같은 곳은 슬금슬금 올라가서 낼름 달걀이나 새끼를 삼킬 수
있는데, 사람사는 대문앞에서는 접근 할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이 나라가 동물을 끔찍히 사랑하고 보호하는 나라라는 것을, 새들이 오랜시간
경험한 본능이 유전되어 인간 가까이가 차라리 안전하다는 본능의 공식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하지만 새대가리라는 말대로 새의 지능은, 새의 지능인가 보다.. 아무리 하늘을
마음대로 푸르르 날아 다녀도, 그것은 운동 능력이지 지능이 출중한 것은 아닐터.
위의 사항을 축적된 본능에 의하여 안전 파악을 한 새라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
오전시간,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도대체 이 놈들이 집을 어떻게 지어놨나? 하고
살피는데, 놈들은 제법 그럴듯한 둥지를 외관상으로는 보이지 않게 만들어
놓은 것 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거기에 이미 네 개의 알을 낳아 놓았던
것이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집을 못 짓도록 쫓아버릴 문제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입주자가 생겨 버렸으니, 이것을 강제로 철거 내지는 철시를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나는 조심스레 화환을 떼어냈다, 그리고 안쓰는 오른 쪽 현관문의 화환과 바꾸어
놓았다. 우리가 들락거릴 때, 깜짝깜짝 놀라기는 하겠지만, 오른 쪽 문은 집을
나가고 들어 올 때 문을 쾅하고 닫는, 둘째 놈의 사춘기적 호기와 열정 때문에
알들이 굴러 떨어져 바닥에 깨질 염려는 없을 것이라는 나의 계산 이었다.
마당 앞 나무에는 어미새가 가지에 앉아 불안한 모습으로 나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래.. 이제 너와 나는, 이 봄이 다 갈 때 까지 같은 식구다... 라는 눈빛을
보내 주었다..
그런데... 아뿔사.....
새들이 파악을 못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날 오후 집 사람이 대문을 나서며 나처럼 궁금함에 화환을 이리저리 둘러 보다
둥지 비슷한 것을 발견했고, 나처럼 키가 큰 사람은 까치발을 서면 찾을 수 있는
둥지이지만, 집사람은 그것을 찾지 못하고 화환을 손으로 들어서 기울여서 보려고
하는 순간, 둥지속의 알 네 개가 현관 바닥에 굴러 떨어져 다 깨져 버린 것 이었다..
...
퇴근을 하여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서서 집사람에게 새둥지를 옮겨 놓았고,
알 네 개를 낳은 것을 보앗느냐라는 나의 물음에 아내는 \"다 깨져 버렸어..!..\"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말을 하는 것 이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
이었다.
그리고 참담한 마음으로, 왜 보고 싶으면 조심해서 볼 것이지 부주의하게 행동을해서
그것을 그렇게 망쳐 놓았냐는 나의 핀잔에, \"보여야 말이지...!..\"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 것 이었다. 나는 아내의 말에 실망스럽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아..!.. 우리가 한 새의 가정을 파탄 시켜 버렸구나.. 그 어미새들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나는 혹시나 그 어미새들이 미처 낳지 못한 알이 있으면 그곳에 다시 낳을 것이고,
그러면 아예 새끼를 까서, 기르고 자라서 날아 갈 때까지 식구들 조차 현관문을
사용 못 하도록 봉쇄를 하고 차고로 출입을 시키도록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어미새는 둥지를 몇 번 더 들르는 것 같더니, 그후론 아예 오지를 않는다.
그렇구나.. 실망을 많이 하였구나.. 하고 나도 실망이 되어 빈둥지를 미안한
마음으로 쳐다보곤 한다.
...
이 땅에 사는 새 들이여..!.. 앞으로 사람사는 가까운 장소에 집을 지을때는
한 가지를 더 고려 해 주었으면 한다. 그 집 주인이 쓸데없이 덜렁거리는가를
자세히 살펴보고, 조심성이 없거나 부주의한 사람이라 판단되면 다른 집을
찾아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이 봄, 태어나서 어미가 물어다주는 벌레를 먹고 예쁘게 자랐었을 새끼 새들
네 마리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부디 내세에는 침착한 주인이 사는 집의 둥지에
태어나서, 어느날 갑자기 눈도 뜨지 못했을 때 갑자기 낙마하여 사망하는 일을
다시는 경험하지 않기를...
참으로 잔인한 사월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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