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의미/바브시인
삶 앞에 오직 살아남기 위해
잡다한 생존의 계략으로 머릿속은
잠드는 시간까지 덥기만 하다
생각이 죽어도 좋으니
이 시간만은 삶의 고뇌를 놓아 버리자
언 땅에서 봄기운이 나돌아
꽃눈을 트이다가 칭얼거리는 밤바람이
춘설을 낭자하게 뿌린 아침을 맞았지만
살결 무른 달개비가 새순을 틔우고 말았다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기에
머잖은 날 눈물처럼 뚝 뚝 봄비가 오리다
부동의 침묵 속에서
숲은 온기로 숨을 쉬고
마른 색깔의 나목이 태동을 시작하여
초록생명을 끝없이 메어단다
얼핏 보아 아직 멀었으리라 든 봄은
어느 듯 성큼하고
겨울 속에 갇혔던 모든 생물들이
봄을 맞는 신비로움으로 쏠쏠하다
새순이 꼬투리를 털고 우산살을 펴듯
하늘 향해 잎을 깃발처럼 나부댈 때
삶과의 만남만큼 찬란한 축복은 없을 진데
나의 지금은 참으로 슬픈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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