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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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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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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체면걸기..


BY 김효숙 2008-04-10

오늘은 선거일이라 늦게 출근을 한다.

남은 시간을 뭘할까..

날씨도 흐렸으니. 며칠전 뜯은 쑥이  또 나를 기다릴텐데

칼 하나 들고 이십분만 뜯을까.. 생각했다가

이렇게 한가한 시간..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피아노를 쳐보아야지 하고.. 건반을 두드린다

 

딱히 잘치는것도 아니고 주일학교 때  어깨 너머로 배운 풍금..

지금은 코드만 조금 알고 나름대로 음색을 내며 연주를 할줄아니

그나마 작은 행복이다..

쑥을 뜯으러 가는것 포기하고 피아노 건반 두드리며

혼자 행복해 했다..

 

오후3시에 남편을 한의원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둘이는 디스크 증상으로 몸이 불편해서 치료를 받기로 하였다

아직 한시간 남았네..

두달전.. 카나다에서 온 친구가 보태서 이쁜 가방 하나 사라고

상품권을 주고 간것이 있기에..

한번 백화점에 가봐야겠다는 맘으로 서둘러 전철을 타고 나갔다.

 

아파트 단지 안에 늘어선 벗꽃잎들이 화사한 봄날에 쪼각나들이를

축하해 준다.. 입맞춤하며 봄나들이 구경하는 마음은

바쁨속에 살아보지아니한 사람은 모를것이다..

 

길가에 이름모를 풀들도 서로 봄노래하려는지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고

잔디벌엔 할머니가 칼하나 들고 쑥을 뜯으신다

정겨운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행복한 봄나들이로 초대된 것 같아

너무 기뻤다..

 

전철을 탔다..

여느 땐 집앞에서  타는 승용차 덕분에 일 할 복장으로 출근을 하는데

오늘은 선거도 해야하고 전철도 타야 하고 백화점에 가서 가방도 사야하니

이쁘게 단장하고  나갔다.

기분이 상쾌하다..

시간에 여유로움이 날마다 피곤에 지친 마음에 활기를 주는것 같았다.

 

백화점에 다다랐다.

아마도 몇년만에 와 보는 백화점 구경이다

이쁜 옷이 있어도 입고 외출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백화점은 그저

머나먼 이방인들이나 가는 그런곳이 되어 버렸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는 몰라도 난 백화점 옷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냥 깨끗하면 .. 입을만 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지냈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어 결혼식도 가야하고  교회도 가야하고 그럴때나

구색 맞추어 옷과 가방과 구두를 신어야 하는 것 때문에 요즘은 괜한 신경이 쓰인다.

 

옷은 남편이 잘 나갈때 좋은 옷을 사주어서 그나마 있다

가방도 하나는 있는데.. 너무 점잖아 아주 정장이외엔 들기가  좀 그렇다

지난번 카나다에서 온 친구가 중국에 있는 남편한테 간다기에

짝퉁가방 수수한것 있으면 하나 사오라 했더니..

아무리 봐도 없다며 내게 티겟 한장을 주고간 것..

오늘 기대를 하며 드디어 백화점엘 간 것이다..

 

메이커 가방 도대체 얼마나 하는걸까

친구는 아마도 조금 보태야 할거라며 이쁜것 하나 사라고 하였었다.

어색한 내 표정.. 많은 사람들은 쇼핑하느라 왜 그리도 바쁜지.

무슨 돈을 저렇게 많이 벌어 비싼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걸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나도 잘 나갈때는 친구랑 가끔씩 들러 구경도 하고

맛난것 많은 식료품 코너에서 먹을것들을 잔뜩 사들고 셔틀버스를 타고

좋아했던 날들도 있었다.

 

태연하게 티켓에 있는 이름을 찾아  쇼핑을 했다.

연두색 봄을 노래하는 것 같은 참 귀엽고 이쁜 가방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연초록빛이다..

봄과 여름에 들면 참 이쁠것 같아 가격을 물어보았다

와아 ! 너무 비싸다

28만 5천원... 기가막혀서..

자존심도 있고 해서. 판매원 아가씨에게 까만색으로 성경책 넣고 다닐

얌전한 가방은 안나오나봐요? 했더니

요즘엔 에나멜이 섞인 가방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였다

난 무사히 거길 빠져나왔다 부끄러움 없이 말이다.

 

에이 ! 그만두자

그래 가방 없으면 어때 있는것으로 그냥 들고 다니자

마음을 포기하고 남편 구두를 사기로 맘 먹고 구두 매장으로 갔다

랜드로바.. 시장 다닐때 편하게 신고 다닐 남편에 구두를 사고 싶었다.

요즘 디스크로 허리아픈 남편에게 가벼운 신발을  사 주어야지... 하고

하나 골라서  들고 지하도를  내려 와 길을 건넜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맘이 쓸쓸해진다

왜 그리 가방이 비싼거야

친구가 오면 이쁜 가방 샀다며 보여주고 싶었는데..

많은 돈을 오버해서 사기란 내 맘이 허락되지를 않았다.

지하도를 건너려고 내려왔는데 지하상가에 진열해 놓은 이쁜 옷들이

만원이라고 써 있다..

그래 이쁘다..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자..

비를 맞으며 마음은 슬퍼와도

괜찮아.. 난 괜찮다고.. 난 웃을거야.. 하며

나에게 체면을 걸었다. 

백화점이 아니면 어떠랴. 난 혼자 애써 나를 위로했다.

그보다.

남편에 구두를 샀으니 얼마나 좋은지. 

얼른 한의원에 가서 남편을 만나 구두를 내밀었다.

난 좋아서 구두를 내밀며 신어보라고 하였지만

남편은 랜드로바를 싫어한다며 굳이 내것으로 사라고 하였다.

아마도

싫어하지는 않았으리라

친구가 준 것이니 내것으로 꼭 사라고 양보했을것이다.

난  있으니까 그냥 신으라고.. 내 성의를 좀 받아주라고 하였지만

막무가내.. 내것으로 사랜다.

 

마음은 울적해 눈물이 났지만.. 그맘을 받아주기로 하고

다시 백화점으로 갔다.

가방은 포기하고 그럼 여성용 랜드로바를 하나 사자..

한참을 고르다.. 드디어 맘에 맞는 구두를 샀다.

초록색 쇼핑백에 넣고 들고 오는데 아이처럼 웃었다

가게로 달려와.. 남편에게 구경시켜주고..

명절날  엄마가 시장에서 사다주신 꽃고무신이 생각나

아이처럼 신고 벗었다. 또 신어보며 웃었다.

이렇게 좋을까? 아이처럼.. 몇시간 지난후에도 또 신어 보았다

 

몇시간에 쇼핑속에서

맘속에 맴돌던 기대와 실망과 놀람과..

헤아림과 속상함과  눈물

그리고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손에 만질수 있는 그 어떤 것들에게서

마음을 빼앗기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배워본다.

 

비가 내리는 퇴근길.....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 간다

쇼핑백에 곱게 싸서 가지고 온 랜드로바..

거실에 올려 놓고 한번 더 신어본다

아이처럼.. 좋아서........................

남편에게는 미안한데 말이다 내것만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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