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Thank you....I love you,......\"
지난 금요일저녁에 걸려 온 전화에서
로사가 나에게 계속 외친 소리이다.
로사,
그녀는 페루에서 온지 오년이 지난 65세의 여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백인처럼 생긴 외모를 지녔다.
보통 남미인들이 지닌 외모의 특성이
그녀에게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집에서만 있었기에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페루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했었기에
여기서도 가끔 아이들에게 스패니쉬를 가르치러 다닐뿐이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 고국인 페루로 선교활동을 하러 간다.
나는 그녀가 어떻게 미국에 왔는지는 잘 모른다.
사정은 잘 모르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시민권이 매우 급한사정인것 같았다.
점점 불법체류자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그들을 구할 방법중의 하나는 시민권을 가진 가족인 것이다.
로사는 영주권을 받아서 왔지만 시민권이 없었다.
시민권을 따야 다른 자식들도 초청하고
자신도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수 있는 것이다.
그녀의 딸(영주권이 없음)이
내가 다니는 도서관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의 엄마가 영어를 못하지만
시민권을 따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영어부터 배우고 난후에 시험을 보자는 말에,
급하니까 오로지 시민권만 따게 해 달란다.
영어는 그 후에 배우겠단다.
도서관의 자원봉사자의 책임자로 계시는 나의 영어선생님께서
나에게 한번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신다.
\"은지야, 너는 가르치는 기술이 있으니 한번 해 봐라.\"
가끔 선생님은 새로 온 멕시칸들이나 할머니들이 오면
나에게 가르치는 것을 옆에서 도와달라는 말을 했었고
그럴때 나는 그사람들이 못알아 듣는 말을
칠판에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또는 행동으로 설명을 하였었다.
그래도 그렇지, 나도 버버벅 거리는데.....
그때 나는 시민권을 따기 위해 서류를 접수하고
인터뷰 테스트를 준비중이었다.
물론 선생님께서 가기 전에
연습하는 것을 도와주시기는 하겠지만
특별한 이변이 있지 않는 한,
나에게 있어서 시험자체는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도 아직 통과가 안된 것을 가르치란다.
망설였지만 한번 해 보기로 하였다.
어쨌든 내가 먼저 시험을 볼것이니까...
교사는 모든것을 다 완벽하게 알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남보다 먼저 공부하고 익힌 것을 다른사람에게 전달해 주고,
또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방법을 잘 가르치면 되는것이다.
가르치는 것이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으니까....
그녀와 그녀의 딸을 만났다.
그녀의 딸이 통역을 했지만,
그녀의 딸도 잘하는 영어는 아니었다.
시작은 영어인데 나중에는 스패니쉬로 들린다.
어쨌든 일주일에 두번씩 해 보기로 했다.
내가 아는 모든 정보를 주기로 했다.
로사에게 자동차를 운전 할줄 아냐니까 운전을 못한단다.
아~~~ 숨이 턱 막혔다.
그러니까 사는 곳은 미국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미국속의 작은 페루에서 사는 것이다.
얼마나 답답할까?
시민권을 끝내고 운전 면허도 따자고 말했다.
그러나 반응이 시쿤둥하다.
다음날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문장을 읽어보게 하니까 그럭저럭 읽는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뜻을 물어보니 전혀 모른다.
자세히 들어 보니 발음도 영 이상하다.
스패니쉬 스타일로 읽는 것이다.
뜻을 모르니 사전을 옆에 놓고 계속 찾아본다.
정말, 영어를 몰랐다.
심지어 가장 기본인 관계대명사(who, what...)까지도....
어느것도 구별을 할 줄 몰랐다.
한국에서 중학교 일학년만 다녔어도 다 아는 것을
페루에서 4년제 대학까지 나왔는데 모르는 것이다.
자신들은 단지 사물의 이름과 색깔정도만 배웠단다.
아이구야~~~~
갈길이 천리구나 싶었다.
문제집을 주고 한번 읽어 보고 오라고 하였다.
다음번 수업시간이었다.
받아쓰기 문제를 연습하는데
전혀 쓰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미리 예상문제는 주어져 있는데도
물인지 떵인지 전혀 구분이 안되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서 가장 초보자용 책을 가지고
파닉스인 영어발음을 연습시킬려고 하니까
아주 기분이 언짢은 모양이다.
그 기분도 알 것 같았다.
그래도 명색이 페루에서 선생이었는데
가르쳐달라는 시민권시험공부는 안시키고
어디서 어린아이들이 하는 것 같은것을 하라니 말이다.
그것도 아시안이 그러니 더 밸이 꼴렸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다가 좀 개인적인 말을 하려고 하면 항상
책만 쳐다보면서 공부만 하자니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집에만 있다보니 대화상대가 부족한 그녀이다.
오죽 말이 하고 싶었을까?
더군다나 오랫만에 천천히 말을 해도 되고
자신의 서투른 말을 이해 해 주는 사람을 만났는데 말이다.
말 못하는 사람의 답답함을 아는 나로서는
이곳의 다른사람들보다 더 그녀의 말을 알아 듣기가 쉽다.
그러나 나는 갈 길이 멀었다.
어떻튼 시험에 붙여 놓을려면 시간이 부족했다.
그녀에게 꼭 필요한 문법이 무엇인가 체크하고
어떤 단어를 설명해 주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것이 더 급했다.
내가 갖고 있는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미국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미국의 헌법에 대해서 또 메이플라워호가 무엇인지
첫번째의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심지어 유엔이 무엇인지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나 그런것은 다음날에 그녀의 기억에 없었다.
핑거프린트를 마친 그녀의 인터뷰 테스트 날짜가 잡혔다.
이제는 그녀가 다급해졌다.
처음의 말없는 갈등을 넘어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나를 믿고 따라와 주었다.
이제는 하라는대로 하였다.
한국의 주입식교육의 산물이었던 나로서는 무척 답답했다.
우리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다 배운 내용들인데...
페루에서는 도대체 이런것도 안 가르치나 싶었다.
목이 아프게 그림까지 그리면서 설명을 하였다.
미국역사에 대해 묻는 문제는 계속 틀리는 것이 많이 나왔고
받아쓰기는 계속 엉망이었지만 아주 조금씩 나아졌다.
실망과 기쁨이 교차해 가면서 연습을 계속하였다.
사적인것이지만 그녀의 서류까지 보면서
나는 조언을 하였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미국시민권시험은 영어를 이해할줄 아는가,
또 미국의 역사에 대해 아는가?
그리고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는 가를 보는 것이다.
처음 시험관을 만났을때
그의 말을 못알아 들으면 떨어지는 것이다.
시험을 보러 가기전에 나는 그녀에게
주차장에서 시험관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연습시켰다.
시험관의 입에서 어떤말이 나올것인지 미리 짐작해 보고
여러가지 경우를 대비해서 연습시켰다.
심지어 영어로 사인하는 것까지 연습 시켰다.
열심히 따라와 주었다.
마지막에 종합적인 연습을 시키는 날,
나는 그녀에게 대 만족이었다.
서류상의 결점이 없는 한 합격할 것 같았다.
나의 영어선생님이 더 좋아 하셨다.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이 발전했단다.
나는 한국의 복주머니를 그녀에게 주며
그 속안에 한국돈 천원과 미국의 2달러도 넣어 주고,
그녀를 위해 행운을 빌었다.
2달러짜리 지폐는 그 수가 적어서
매우 드물기 때문에 행운이라고들 말하는 돈이다.
그리고 그녀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이제 내가 보기에 너는 시험에 붙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것은 도덕성이다.
너는 착한 사람이라서 모두들 너를 좋아하니까
시험관을 보면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시험을 보라고 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주님이 자신에게 나를 보내 주었다며
나에게 고맙다고 하고서는 시험을 보러 갔다.
그날 하루종일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 나에게
그녀는 합격의 기쁜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나의 영어선생님을 매우 기쁘게 하였다.
교장선생님이셨던 선생님은 70이 넘은 나이에도
외국인들이나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원봉사자들을 훈련시키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 시켜주는 일을 하고 계신다.
다른사람이 보기에 좀 황당했을지 모르지만,
당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마음에서였다.
내가 여기서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셨던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은 나에게 말씀하신다.
\"이제 너는 여기서 영어선생이야. 은지, 알았지?\"
그러나 나는 아직도 버버벅거리면서 영어를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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