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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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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좋아라


BY 김효숙 2008-03-12

몇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친구를 만나는 날..

드디어  오늘이다

아침부터 설레는 맘 친구를 만나는 날이다.

안산에서 인천에서 수지에서.. 그리고 가까운 오금동에서

친구 넷이 온다.

안산에 사는 이쁜 친구가 강원도로 이사를  간다기에

송별회를 위해서 만나는 것이다.

 

처음에 들어온 친구는 인천에서  왔다

항상 여유롭고 시간이 많으면서도  모임에 자주 오지않는 친구였는데

오늘은 송별회라 큰 맘 먹고 왔댄다.

 

두번째 들어 온 친구는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다

하하....... 나 왔어

눈이 크고 참 이쁜 친구다

초등학교때는 글짓기를 잘했고 아주아주 눈이 커다랗고  말이 없는 친구이다.

 

세번째 들어 온 친구는 수지에서 달려온 친구인데

나랑 어릴적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이다.

나늘 만나러 오는 날이면 늘 기쁘고  좋아서 하하 웃는 친구이다.

우린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냥 미소로 마음을 나눈다.

그 친구가 오면  깔깔대고 웃느라 정신이 없다

센스가 있고 마음에 여유도 있으며 분위기도 잘 맞추는 친구이다.

 

네번째 들어 온 친구는 오늘의 주인공이다

일주일만 있으면 강원도 고성으로 이사를 가는 친구이다.

척추 협착증으로  강남에 있는 병원에 치료차 갔다가 전철을 몇번씩 갈아타고

달려 온 친구이다.

가슴에  분홍색 어성초꽃을 한아름 안고 들어왔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걸 아는 친구이다.

이제 서울에서 자주 만날수가 없으니. 마지막 꽃한다발 안겨주고 싶었댄다.

꽃을 좋아하는 난. 너무 좋아서 얼른 받아 들고 꽃향기를 맡았다.

어머나 경애야   몸도 아픈데 이렇게 이쁜 꽃을 들고 왔구나

얼른 받아 커다란 화병에 꽂아 놓았다..

그리곤 친구들이  앉아 있는 식탁앞에 갖다 놓았다

온 가게 안이 환하다......

창가에 봄을 재촉하는 햇살이 꽃을 향해  웃는다

친구들은 모두  꽃 앞에 앉아 핸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오십 중반에 있는 친구들은 어릴적 6학년 그맘이다.

깔깔대고 웃으며 고기 먹으며.. 모두  어린아이가 되었다.

 

내맘 같아서는 송별회 하는 친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 그렇게 배려해 주면 그 친구가  힘든 마음을 털어 놓을수

있을것만 같았다..

30여년의 세월을 가장 아닌 가장의 역활을 하면서 살아온 장한 내 친구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표현도하지 않는  과묵한 친구이다.

말없이 앉아서 먹기만 하는 그 친구에 맘을 그 무엇으로 헤아릴까..

 

여럿이 모이면 나도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여럿이 모이면 나는 그냥 듣기만 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말이다.

한 친구는  오늘에 이 자리에서 은연중 자기 자랑을 하느라 상대방이 하는말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오랫만에 나온 탓이려니하고 이해를 하다가도 계속되는 자식자랑.. 사위자랑

재산자랑.. 하하 나이를 먹어도 자랑을 하고 싶을까..

이젠 서로를 헤아려 줄수 있는 넉넉한 맘이  더 많아야할텐데..

친구란.. 만나면 자랑보다   맘에 있는 소박한 맘들을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나보다 더 힘든 친구를 헤아려 줄 수 있는 그맘이 더 많으면 좋겠다.

멋진 옷을 입지 않아도 멋진 장식을 하지 않아도 멋진 차를 타지 않아도..

마음이 부자인 그런 친구였으면 좋을텐데..

맘이 쓸쓸해져 왔다..

 

나 혼자만에 생각이었으리라. 너무도 예민해서..

 

강원도로 가는 친구에게 웃음을 주려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경애야? 너는 낯선 곳에 가서 사느라 쓸쓸하겠지만

우리들 마음은 말이야.. 언제라도 시골에 사는 너에게 달려 갈수 있어

얼마나 좋은줄 아니? 했더니 친구가 웃는다..

그래. 그래   난 거기가면 과실나무를 심을려고

너희들 오면  맛있는 감이며 대추를 따서 주고 싶다.

참  넉넉한 친구이다

낯선 강원도 산골에 가서 살아야함이 슬플텐데도

친구들을 위해 과실나무를 심겠다는 그 친구의  속깊은 따스함이

우리들 가슴에 자리를 잡는다.

 

이번 식목일이 오면 우리 모두 과실나무 한그루씩 가서 심고오자고  다짐했다.

 

시간이 지나고 저녁시간이 왔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친구에게 금일봉을 전했다

친구들은 날 보고 예쁜 글을 하나 적으라고 하였다..

 

경애야 산속에 어둠이 빨리 찾아오면

슬퍼하지 말고 눈 감고 친구들 얼굴 떠 올리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면

친구들이 손내미는줄 알고. 나뭇잎 한번 잡아주렴

산새들이  지저귈때면 네 곁에 늘 친구들이 찾아올거라고 믿고

하늘 한번 바라보며 웃어라..  하고 썼다..

 

한 친구가 금일봉을 전하며 그 글을 읽어 주었더니

눈시울을 적신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네 곁에는 우리들이 있잖니..

머리가 희긋희긋한 우리들은 아이들 맘이 되어  또 울었다.

나이를 먹어도 함께 울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음이 행복하다

 

경애 친구는  주소를 부르란다.

강원도에 가서 봄이 되면 나물 뜯어 너희들에게 보낸다고 말이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맘이 부자인 사랑하는 내 친구

올봄엔 강원도 그 산골에 산나물들이 바람타고.

우정안고 날아오느라............ 몇번을 쉬다가 오려나..

우리들은 행복해 웃었다.

친구에 말 한마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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