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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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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검은 짐승이란...


BY 낸시 2008-03-03

시골에서 나이 든 부모랑 살던 나는 노인들이 즐겨쓰는 말을 들을 기회가 많았다.

그 중에 그들이 자주쓰는 말이 \'머리 검은 짐승이란, 그저...\'하며 혀를 끌끌차는 것이었다.

머리 검은 짐승이란 인간을 말함이고, 혀를 끌끌차는 것은 실망스럽다는 뜻이다.

옛날 이야기에 홍수가 나서 떠내려가는 아이를 구한 이야기가 있다.

아이를 구하던 때 개와 뱀도 한마리씩 같이 구했는데 결국  개나 뱀도 은혜를 아는데 인간만은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것이다.

 

오늘 나는 맘이 아프다.

아니, 며칠 째 아프다.

무슨 일 을 할 때 내가 좋아서 혹은 옳다고 생각이 들어서 하는 것이지 보상 같은 것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다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신감 비슷한 것으로 맘이 아프다.

우리 집에는 딸 친구가 같이 산다.

처음 딸이 괜찮은 친구라고 추천해서 가게에서 일을 했는데 내 맘에는 아니었고 딸도 아니라는 것에 동의해서 보냈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내가 필요한 사람을  구할 수가 없으니 다시 불렀다.

괜찮은 급여에 숙식까지 덧붙여 준다는 조건으로...

딸 친구는 좋아했다.

한 번 실망한 적이 있었으니 기대 수준을 낮췄다.

그래서 였을까, 잘 지냈다. 이 년 가까이...

시이좋게 잘 지내니  몇 달만 같이 하기로 한 숙식이 다시 학교를 가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로 연장되었다.

학교를 시작하고 나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가게에 와서 자기 공부하느라고 가게 일에 소홀한 것은 물론이고 자기 시험이 있다고 갑자기 멋대로 스케줄을 바꾸기도 하였다.

인터넷에 빠져서 손님에게 소홀하였다.

내 탓이거니 하였다.

너무 내 딸처럼 잘 해 준 내 탓이거니 하였다.

그래서 주의를 주었다.

가게에 왔을 때는 학교 공부도 인터넷도 해선 안되는 것이고 가게 일에 충실하라고...

필요하면 일하는 시간을 줄여주겠노라고 하여 일하는 시간도 줄였다.

 

이번에는 조그만 일을 시켰다.

그랬더니 그 일이 주인인 내가 할 일인데 종업원인 자기를 시켰다고 아들에게 불평을 하였단다.

거기다 더해서 내가 일을 열심히 안하고 가게에서 인터넷을 하고 일은 자기에게만 맡겨놓고 꽃밭에 나가 꽃만 본다고 투덜거렸단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의  잔소리가  귀에 싫어 듣기 싫다 하였더니 난리가 한바탕 났다.

 

종업원 일과 주인 일를 구분해서 불평했다는  딸친구가 정말 괘씸하다.

우리 집에는 다른 종업원도 있다.

딸 친구보다 적은 돈을 준다.

숙식을 같이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아침 저녁으로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도 없다.

제 친구 강아지라고 집으로 데려 와 우리 카펫위에 똥 싸고 오줌 싸는 일도 없다.

그래도 그들은 내가 일을 도와주려고 하면 자기가 돈 받고 하는 일이니 자기 일이라고 하지 말란다.

나도 철이 없고 생각이 짧은 순간이 많은데...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노력하는 중인데 며칠 째 잘 안된다.

맘을 돌렸다 싶은데 다시 아프다.

나도 옛어른들처럼 \'머리 검은 짐승이란, 그저...\'하고 혀를 끌끌 차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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