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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새앙쥐가 산다\'


BY ㄴㄴ(된장녀) 2008-01-31

메주방에 새앙쥐가 산다

나를 지극히 염려하는 아우님이 전화걸어

\"언니~ 아래 쥐새키 죽은사진.. 내려요. 음식 만드는 집에 쥐새키라뇨?

깨끗한 이미지 구겨요. 얼른 내리셔요\" 한다

\'암만~ 좋은말씀 고마워요. 그런데.. 음식점엔 쥐가 살어~

깨끗이 씻은 그릇뒤에 쥐샤키가 돌아 다닌다고..\' 사람들이 아닌척 없는척해서 그렇지

음식물에 쥐가 꼬이는건 하늘이 내린 이치가 아니겠는가,

난 이걸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하물며 온마당이 풀밭이고 담넘어 사방천지가 사시사철 허허로운 들판인데

들쥐가 사는것이 당연하지..

나도 쥐샤키가 징그럽게 싫다고, 그런데 요것들이 같이 살자는걸 어떻해?

잡아도 잡아도 또 나오는데..

특히 지금 메주방에 사는 쥐는 아주 조그맣다.

아래 그림에 끈끈이판에 붙어 죽은것 만큼 작은 것이

면역이 어찌나 강한지 쥐약을 먹어도 먹어도 며칠이면 또 살아서 돌아댕긴다

그렇다고 메주를 마구 먹일 수 없어 메주를 튼튼한 박스에 넣고

켜켜에 짚을 넣어 꽁꽁 싸가지고 이불에 돌돌 말아 띄우는데

궁금쟁이 알고잽이 된장녀, 메주가 궁금해 자꾸자꾸 열어보는 통에

아직도 쥐새키가 들어가거나 박스에 구멍을 내진 않았음에 위로받고 사는게지

 

날마다 쥐새키 한마리 가지고 전쟁한다

끈끈이판은 물론이고 약국에가서 \'쥐약\' 이라 쓴 알약 한통 샀다.

새파란 색갈 알맹이가 어찌나 큰지 새앙쥐새키 머리통만큼 굵은데

요거 쥐구멍에 넣고 자갈돌을 한웅큼 두웅큼 세웅큼 집어넣고

조그만 구멍에 자갈돌이 엄청나게 들어감으로

아예 바켓츠로 퍼다 낑낑거리며 들어다놓고

알약을 썩어 넣고 다 막은 구멍앞에 또 알약을 놓고

새앙쥐가 다니는 전기판넬 밑에 비닐장판 속에 또 한알 넣 놓으면

이놈의 쥐샤키가 쥐약인줄 모르고 쥐약을 어찌나 잘묵는지

\'샥샥샥~\' 긁어먹는 소리가 내 귀에도 선명하게 들리건만

이놈이 죽지는 않고 비실비실 돌아댕기다가 기운을 차려

또 쥐구멍 막아논 자갈돌을 헤집어 낸다

이때 자갈돌 앞에 놓은 약도 물론 갉아 묵고 힘을 내어 더 열심히 자갈돌을 파낸다

 

이눔의 쥐약이 쥐를 잡기는커녕 더 힘이나서 설치니

아니면 쥐잡는 쥐약이 아니라 쥐 보약인갑다.

 

암튼 어제 초저녁에 쥐구멍 막을때 속안에 한알 넣고

바깥에 한알 놓은거 저녁때 가보니 다 먹어치우고 구멍을 있는대로 헤집어 놨갈레

또 자갈돌 채워놓고 밖에 한알 놔두고 들어와서 잤는데

아침에 가보니 그것도 다 먹어치웠다. ㅋㅋ

 

청소도 할겸 메주방이 뜨뜻하니 거기서 책보고 시간좀 보내려 가서

내친김에 또 자갈돌 집어다 쥐구멍에 넣고 또 쥐약한개 놓아두고

청소 좀 대충하고 들어가니 고것조차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훗딱 먹어치웠다.

도대체 쥐약을 하루에 몇개나 먹었다는 것이야?

 

장판을 살그머니 걷어보니 거기에 있는약은 그대로 있었는데

내가 책들고 뜨듯한 장판위에 올라 앉은동안 \'샥샥샥샥~\' 갉는 소리가 나서

이놈이 판넬밑에 깔아논 스치로폴 다 갉아놓는갑다 싶어 퐉! 걷어보니

휘리릭 도망치는데 글쎄.. 거기 놓은 알약 먹는 중이였다. ㅋㅋ

쥐새키도 약먹을땐 안건드는건데 괜한짓 했다싶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ㅎㅎ

 

하루에 쥐약을 합 4알이나 묵어치운 먹성좋은 새앙쥐, 아무래도 과잉복용한거 같다.

좀전에 들어가서 자리 치우려니 몸이 쪼매 둔한지 비실대면서 숨어버리더군,

이눔의 쥐샤키!  이번엔 안죽기만해바라, 약갑 따따불로 물릴끼다.

 

밤에는 고양이가 문앞에 앉아 끄악끄악 울어댄다

며칠전 강취위에 새키가 두마리 얼어 죽었더라.

예전에 내방에 몰래 숨어들어 아기를 낳았을때 하도 황당하게 놀라

그 뒤부터 방문을 꼭꼭 닫고 다닌다

그러니 이것이 틈이없어 못들어오고 공터에 흩어진 나무판넬 사이에 새키를 낳아두니

갑자기 꽁꽁언 맹추위에 그대로 얼어죽은거라,

새키잃은 도둑괭이가 밤마다 내 문을 두드리며 끄악거리는데

지새키 죽은것이 마치 내책임이라도 되는듯 꺄욱거리며 절규를 한다

\'그래, 이뇬아! 이 엄동설한에 누가 서방질하고 돌아댕기라캤나? 엉!!\'

호통이라도 칠라고 잠결에 방문을 박차고 나가면 밤눈 어두운 나를 깔보듯이

마루끝에 앉아 도망갈 생각도 안한다. 아휴~ 이걸~ 그냥 확~!?

 

소복이 눈내린 마당에 장독대마다 하얀 솜모자를 쓰고 앉았고

마당엔 온통 새하얀 솜이불을 둘러덮어 내리쬐는 햇살에 눈이 부신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비둘기색키들이 먹이를 못찾겠다며 내 툇마루에 앉아 구구거린다

청국장 쑬라고 꿍쳐논 콩알이라도 내 놓으라는거다.

세상에 만만한기 홍어*이라고

내 이것들 땀시 장담고 살긋나 모르겠다. 아휴~

 

 

`08,1,30, 눈 온 뒷날

토함산 된장녀의 일기 끝.

 

http://cafe.daum.net/jerone3 토함산 된장녀의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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