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이 하여 섬머까지 끝낸 딸아이가 집으로 왔다.
복수전공을 하겠다며 섬머클래스까지 듣느라,
지친 몸을 쉬어야겠다면서 집에서 마구 늘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딸아이는 우리를 조르고 졸라서
새차를 얻어 내는데 이르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운전경력이 오래지 않은 아이에게 새차를 사 준 것이
이렇게 우리의 어리석음이 두고두고 후회가 될 줄이야.....
개학때가 다가오자
미리 짐을 학교 아파트에 갖다 놓을겸 학교로 가기로 했다.
딸아이가 직접 운전 하고 가는 것은 처음이라
내가 옆에 같이 따라 가게 되었다.
긴장을 하고 갔지만 아이는 운전을 제법 잘 하였다.
긴 시간 운전이고 또 날씨는 매우 더워서
시원한 것 한잔 할겸 잠시 쉬기로 하였다.
평상시에 남편과 내가 가다가 종종 쉬던 장소에서 쉬기로 하고
하이웨이에서 빠져 나갔다.
신호등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차들이 죽 늘어서 있는 중에
우리는 좌회전을 하려고 멈춰섰다.
그때 반대쪽 차선에 있던
아주 마음씨 좋은 운전사가 빈 공간을 남겨 두고서
우리더러 오라고 웃으면서 손짓을 하고 있다.
안심을 하고 우리는 인사까지 하면서 좌회전을 하였다.
몸통을 다 돌리고 났더니 어서 커다란 굉음이 들리더니
트럭 한대가 무섭게 달려 오고 있었다.
다음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차가 돌아가고
차는 길가에 있는 피자헛의 화단으로 가고 있다.
차를 멈추고 있으니까
웃통을 벗은 고등학생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와서는
\'괜찮니?\' 하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니까 뒷문 유리가 다 깨져 있었다.
잠시 후에 앰블런스,경찰차, 소방차등이 순식간에 도착하더니...
나더러 앰블런스로 가서 체크를 하란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우드득 유리의 파편이 떨어지고 있다.
몸이 뻐근 하기는 하지만
내 스스로 온 몸을 만져 보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앰블런스에 어떤 다른 여자도 올라타더니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나더러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겠냐고 하는데
그 와중에도 나는 딸아이가 걱정이 되어서
또 별이상이 없는 것 같기도 하여 안가고
만약 아프면 내일이라도 가겠다고 하였더니
무릎이 아프다던 여자도
내 눈치를 보더니 자신도 괜찮다고 한다.
알고 보니 우리차가 돌때
또 다른 차를 살짝 들이 받았던 것인데
그 여자는 처음에 경찰에게 아주 많이 아프다고 했다가
내가 괜찮다는 말에 쑥 들어 간 것이다.
우리 차를 들이 받은 차는
아까 보았던 어린 남자아이가 모는 오래된 트럭이었다.
몸체보다 커다란 바퀴를 달아서
기형으로 보일만큼 자동차 축이 올라간 트럭이었다.
이곳 사람들이 싫어 하는 웃통 벗은 차림새에다가
차는 정크카였던 것이다.
우리 차는 뒷문이 끝나는 부분이 팍 찍히면서
엄청나게 부숴져 있었다.
뒷좌석에 누군가 타고 있었다면 정말 큰일이 났었을 상황이었다.
경찰이 사진도 찍고,
견인차가 와서 우리차를 실어 가고 있는 중에
경찰과 주변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절 할수가 없었다.
특히 경찰은 나에게 더우니까 경찰차에 들어가서
시원한 에어콘 바람좀 쐬라고 할 정도였다.
딸아이의 친구가 데리러 올 동안 어디에 있을거냐고도 물어 본다.
답답해서 건물속으로는 안 들어 가고
그냥 파킹장에 있겠다고 하니까
경찰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주면서
자신들이 이 근처에 있을테니까
무슨일이 있으면 즉시 연락 하라고까지 하였다.
왜 저리신경을 써 줄까?
왜 자신들이 우리에게 저토록 미안한 표정일까?
궁금은 했으나 그때까지는 몰랐었다.
다음 날부터 삼중추돌 답게
세군데의 보험회사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잘못이 없던가 아니면 50:50정도려니 생각했었다.
보험회사의 직원도 말하기를,
뒷부분이라서 비록 우리가 좌회전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전방주시 태만을 피할 수가 없단다.
그런데 친한사람들이 듣더니
왜 하필이면 그 지역에서 그런일이 일어 났냐고 한다.
사고가 난 자역은,
우리는 모르고 있었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바로 KKK(백인우월주의 집단)의 본부가 있는 곳이었다.
알고보니 색깔이 있는 사람이 그 곳에 가면
아무도 모르게 총 맞는다는 소리가 나 도는 곳이었다.
그걸 모르고 남편과 나는 종종 들렸던 곳이다.
또 그것도 모르고서 사고 후 길거리에 있겠다니,
왜 그렇게 경찰이 우리에게 신경을 썼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어쩐지 유색인종은 전혀 없더라니....
뒷골이 서늘 했다.
차량 수리비의 견적은 천만원 가까이 나왔다.
헌차라면 폐차하는 것이 훨씬 낫겠지만
뽑은지 한달도 안되는 임시번호판의 차니 그러지도 못하고...
다행히 차의 겉부분만 손상이 되었단다.
공장으로 들어가 고치는 중에
사고의 결과는 빨리 나오지를 않고 질질 끌기만 하였고
냄새를 맡은 변호사들로부터는
사건을 맡겨 달라는 편지가 줄을 이었다.
모두들 내가 많이 다쳤으리라 생각하고
보험회사로부터 돈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나는 하나도 다친 곳이 없으니
모두 무시하고 사건의 판정만 기다렸다.
우리쪽 보험회사의 담당자가 일처리를 잘 하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다른사건과 달리 시간을 질질 끈 결과는 참담했다.
100% 우리의 잘못으로 나왔다.
억울했다.
내가 아무리 그 사건을 이해하려고 해 봐도
좁은 길에서 다른 차들은 모두 서 있는 와중에
그것도 갓길에서
그렇게 빠른 속력을 낸 그 트럭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주변사람들 중에는 싸워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8월 초에 벌어진 사고의 결과는 9월 말에 나왔고
차는 그때도 공장에서 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몸과 마음은 지쳐 갔고 트럭만 보면 공포감이 솟아 올랐다.
포기 하기로 했다.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지금도 이해가 도저히 안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어쩌랴
사고 난 지역의 특성이 그러니
모두들 살아야 하는 것이 먼저였겠지라고 생각했다.
안 다친 것만 다행이라 여기면서...
날짜는 10월 중반을 넘어서
드디어 고쳐진 차를 딸아이가 운전 하고 나왔다.
그런데 이 무슨일인가?
학교아파트로 가기 위해서 신호등 앞에 서 있는 중에
지난번과 똑같은 나이의 어린남자아이가 모는
똑같은 스타일의 트럭에 다시 뒷부분을 한번 가볍게 받친 것이다.
공장에서 나온지 한시간도 안되어서였단다.
차는 살짝 찌그러졌지만
그 사실을 전해 듣는 우리는 다시금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다.
-계속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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