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하나하나가 좋은 말로 하면 개성이 강하고 나쁜 말로 하면 성질이 더럽다.
나는 가끔 농담처럼 우리집은 4강이 각축을 벌이느라 조용할 날이 없다고 말하고, 우리 딸 친구인 제니퍼는 우리 가족을 각기 서로 다른 4개의 나라가 모인 것 같다고 한다.
그런 우리는 아이들이 어릴 때조차도 그다지 오순도순 가족의 정을 나누며 산 것 같지가 않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하고 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특히 명절이면 더 하다.
\"여보, 설날이라고 해도 찾아 가고 찾아 올 가족도 없고 우리 둘이 얼굴 마주보고 무슨 재미가 있겠어. 내가 떡꾹 끓이고 겉절이도 하고 과일을 준비할 테니까 우리처럼 가족이 없어 명절날 외로운 사람은 누구든지 우리 식당으로 오라고 하자.\"
\"그럴까? 누구누구 오라고 할까?\"
\"아무나 당신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든지 한번 불러 봐...\"
\"알았어.\"
이렇게 되어 새해 첫 날 커다란 솥에 닭 4마리 쇠고기 사태 한덩어리 깐마늘 2컵, 소금 한 숫갈, 로즈마리 대여섯 가지를 넣고 푹 삶았다.
국물을 내는 동안 떡살을 물에 불려놓고 배추는 길이로 칼집을 잘게 넣어 소금물에 담그었다.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마늘과 양파를 믹서에 갈아 겉절이 양념을 만들고, 닭과 쇠고기를 건져 식혀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찢어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두었다.
옛날 솜씨를 살려 달걀 노른자 흰자를 나누어 지단을 부쳐서 마름모꼴로 잘라 놓고 그래도 명절인데 호박전이랑 생선전을 좀 부쳤으면 좋았을 텐데...하면서 준비성이 부족한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였다.
혼자서 새벽 일찍 식당에 나와 준비를 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곰곰 생각해 보았다.
가족이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사람들일까... 나는 가족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족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명절 때의 어머니랑 작은 어머니들의 모습도 떠오르고, 멀리서 찾아오던 고모들 생각도 났다.
어머니는 고모들이 오면 얼싸않고 기뻐하고 밥잠을 설치며 술심부름을 하면서도 불평하지 않았지...
덕분에 우리는 명절이 참 행복했는데...
가족이란 내게 무엇을 해 주는 사람이 아니고 내가 외로움을 덜고 싶어 무언가 베풀고 싶을 때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혹시 아닐까...
그러면 그 때 어머니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이유는 자기 사랑을 받아줄 사람이 있는 게 좋아서였나...
그러면서 고마움과 더불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가슴 벅차도록 밀려왔다.
가족들과 떨어져 이민와서 살지만 명절날 내 가족이 되어 주겠다고 오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나이들어 가나보다.
명절날 가족이 그리운 줄도 알고...
그리고 보면 나이들어가는 것을 슬퍼할 일도 아니다.
나이가 들어야 느낄 줄 아는 행복이 따로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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