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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99

쑥떡


BY 그대향기 2007-11-16

                                  쑥떡

 

논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햇쑥을 캡니다.

이제 마악 언땅을 뚫고 하얀 얼굴을 내미는

쑥뿌리에 칼 끝을 깊이 박아 넣으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수 없이 속으로만 사과하며

여전히 쑥을 캡니다.

 

칠남매 막내인 나는

철 들 무렵부터 주ㅡ욱

우리 엄마는 할머니 같았습니다.

 

어릴 때는

세상의 모든 엄마는

할머닌 줄 알았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

할머니가 아닌 엄마를 가진

친구들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그냥 우리 엄마인 것이 좋았습니다.

양장에 꽃무늬 화려한 파라솔을

활짝 펴고 학부모 모임에오시지 못하고

가을 운동회 때 귀빈석에 우아하게

초대받지 못해도

그냥 우리 엄마인 것이 좋았습니다.

 

남편이 속 섞인다고 어린 남매들을

고아원에 뿔뿔이 흩어버리지 않고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동반자살을 하지 않은

우리 엄마가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 입니다.

 

이제는 사랑하는 하나 딸내미 이쁜 얼굴도

한참만에야 알아보시고

전화선 너머로 아무리 \"엄~~마\"하고 외쳐도

\"말씀하이소, 아이고 이 전화가 고장 났나?\"

내 음성도 단번에 알아 듣지 못하시지만

온통 코끼리 등 가죽 같은 우리 엄마의 두 손이

그ㅡ래도 내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이랍니다.

 

친정집에 가더라도 미리 전화를 안하고

불시에 예고 없이 깜짝 가야 합니다.

땀폭포가 쉴새없이 흘러 내리는 한 여름에도

오버자락을 들추며 뼛속까지 언 바람이

골목을 할퀴는 엄동설한에도

골목어귀에서 하얗게 센 머리카락

언 손으로 쓸어 올리며 막내딸을

하루 온 종일 기다리시는 엄마 때문에.

 

딸인 나보다 머리 하나 만큼이나

키가 아담한 우리 엄마지만

이 세상 어느 엄마보다 더 크시고

사랑 넓으신 엄마랍니다.

 

자주자주 만날 수 없어서

아니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를 많이

외롭게 하고 보고프게 하고

골목길을 오래토록 지키게 하는 못된 딸이

엄마가 그립고 엄마가 보고싶어

쑥떡을 해서 삼백리 길 친정집에

인편으로 부쳤습니다.

치아가 좋지 못한 엄마가 말랑말랑할 때

맛나게 드시라고 첫새벽에

떡방앗간 아저씨를 깨웠습니다.

 

그리움도 오래오래 많이

뵙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보냈습니다.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막내가 해 드리는 쑥떡을 잡수시게

건강하시라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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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새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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