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
논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햇쑥을 캡니다.
이제 마악 언땅을 뚫고 하얀 얼굴을 내미는
쑥뿌리에 칼 끝을 깊이 박아 넣으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수 없이 속으로만 사과하며
여전히 쑥을 캡니다.
칠남매 막내인 나는
철 들 무렵부터 주ㅡ욱
우리 엄마는 할머니 같았습니다.
어릴 때는
세상의 모든 엄마는
할머닌 줄 알았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
할머니가 아닌 엄마를 가진
친구들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그냥 우리 엄마인 것이 좋았습니다.
양장에 꽃무늬 화려한 파라솔을
활짝 펴고 학부모 모임에오시지 못하고
가을 운동회 때 귀빈석에 우아하게
초대받지 못해도
그냥 우리 엄마인 것이 좋았습니다.
남편이 속 섞인다고 어린 남매들을
고아원에 뿔뿔이 흩어버리지 않고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동반자살을 하지 않은
우리 엄마가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 입니다.
이제는 사랑하는 하나 딸내미 이쁜 얼굴도
한참만에야 알아보시고
전화선 너머로 아무리 \"엄~~마\"하고 외쳐도
\"말씀하이소, 아이고 이 전화가 고장 났나?\"
내 음성도 단번에 알아 듣지 못하시지만
온통 코끼리 등 가죽 같은 우리 엄마의 두 손이
그ㅡ래도 내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이랍니다.
친정집에 가더라도 미리 전화를 안하고
불시에 예고 없이 깜짝 가야 합니다.
땀폭포가 쉴새없이 흘러 내리는 한 여름에도
오버자락을 들추며 뼛속까지 언 바람이
골목을 할퀴는 엄동설한에도
골목어귀에서 하얗게 센 머리카락
언 손으로 쓸어 올리며 막내딸을
하루 온 종일 기다리시는 엄마 때문에.
딸인 나보다 머리 하나 만큼이나
키가 아담한 우리 엄마지만
이 세상 어느 엄마보다 더 크시고
사랑 넓으신 엄마랍니다.
자주자주 만날 수 없어서
아니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를 많이
외롭게 하고 보고프게 하고
골목길을 오래토록 지키게 하는 못된 딸이
엄마가 그립고 엄마가 보고싶어
쑥떡을 해서 삼백리 길 친정집에
인편으로 부쳤습니다.
치아가 좋지 못한 엄마가 말랑말랑할 때
맛나게 드시라고 첫새벽에
떡방앗간 아저씨를 깨웠습니다.
그리움도 오래오래 많이
뵙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보냈습니다.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막내가 해 드리는 쑥떡을 잡수시게
건강하시라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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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새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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