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씨가 흐리더니 비가 조금내리고 있다
요즘은 가을인데도 맑은하늘을 하루종일 보는일이 드물다
땅이 보송하게 마를만 하면 또 비가 내리니
집안은 항상 눅눅하다
여기 춘천에 내려와서 네 번째 가을을 맞는다
여긴 십여가구가 산 아래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조그만 마을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나무
올해는 유난히 많은 비에 녀석들은 키를 더 키운것 같다
그동안 심한 천식이 이곳에 와서 좋아졌는데
매일 내리는 비 때문인지 증상이 심해 졌다
벌레도 많아져서 텃밭에 심은 열무에까지 다 갉아 먹고
밖에 한번 나갔다 오면 벌레에 물리는 일이 더 많아졌다
한 해가 갈수록 시골에서 주는 감동보다는
불편한 것만 더 많게 생각되니 정말 사람은 마음은 간사 하기 그지없다
몇 년전 한 겨울에 그것도 크리스마스을 여기서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겨울보내고 이사가겠다는 할머니를 억지로 보내고
십이월 이십이일에 이 산골에 짐을 풀어 놓았던 생각에 웃음을짓는다
그때 동네 할머니들은 혀를 찻다
여기에 무엇하러 엄동설한에 이사를 오느냐고
지금생각하면 정말 웃음밖에 나오질않지만
그때는 그렇게 간절했었다
숨도 쉬지못하게 탁한 공기가 싫었고]
높은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트가 멀미가 났었다
한 삼년 정신 못차리게 하고 싶었던것을 한것 같다
봄이면 그 해에 심을것을 메모해가며
온갖종류의 쌈채소를 심고
그것이 꽃이 피어서 못 먹게 되어도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뿌듯했다
닭도 열마리 사서 매일마다 가시오가피며 약초를 먹였다
아침이면 닭장에서 그 따듯한 알을 꺼내오는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닭장청소하는 일과 천식에 안 좋다하여
가마솥에서 그 놈들을 처분했을때
다시는 닭을 키우고 싶지않았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제 모든것이 익숙하다
가을깊어지면 낙옆이 수북이 쌓여도
아름답다는 생각은 오래가지 못한다
저걸 겊어내지 않으면 봄바람에 어찌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깐
이제 가을이 깊어간다
여긴 가을이 아주 빠르다
거의 가을은 잠시고
곧 겨울이 올것이다
동네 가을걷이 할것이 거의 없는것같다
딸 보러 중국에 한달 갔다가 와 보니
옆집고추는 다 말라죽는 병에 걸려 누렇고
어디나 할것없이 가을걷이로 바빠야 할 동네가
적막하다
고추가 잘 되면 나도 겨울에 먹을 간장에 절일 고추 따려고 했는데
올해는 고추구경하긴 힘들겠다
우리집 텃밭도 코스모스만 만발한다
난 지금 그렇게 멀미난다하던 아파트에서
일주일의 반을 산다
남편이 춘천시내로 회사를 옮기면서
이곳에도 거처가 생겼다
처음에는 시골집이 주가되고 여기는 잠시 있으리라생각했지만
여기가 갈수록 더 익숙해져간다
마트에서 오이를 사먹은 일도
고추를 사먹는 일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간다
두 집을 오고가면 청소하고 관리하는 일에 점점 지쳐간다
새집에서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인지
피부병으로 심한 고생을 하고있다
몸이 이곳에 싫다하는것만 같다
끝도 없이 고쳐야 하는 시골집 그리고 지붕에서 물이 새어서
큰 수리를 해야하는 일들 ..
겨울이면 동내길이 얼어붙어 차 운행이 싶지않은것부터
이제 좋은점보다 불편한 점만 커지니
이건 아니다 싶다
오늘도 아침에 집에 가보려고 했는데 몸이 늘어져 그만 주저 앉았다
저녁에는 가서 주인없는 집을 지키고 있는 개 밥도 주고
볼품없이 자라고 있는 배추도 봐야겠다
옆집 할머니 배추보다 우리집것은 반 밖에 안되는 것 같다
올해는 너무 힘이들어 배추를 안 심을 생각이었는데
중국에 가있는사이 직원들이 밭을 일구어서 배추를 심었는데
밑거름을 제대로 하지않아서 인지 도무지 크지를 않는다
올해는 쌈으로 먹고 끝내야 하나보다
매년 두 항아리를 묻고 하나는 배추 한 항아리는 알타리를 맛나게 먹었는데..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이 다가오고있다
예전의감동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눈을 기다리고 있고
그리고 장작불을 지필수 있는
매서운 겨울추위가 기다려진다
올 겨울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한달전 부터 반짝일것 이다
유난히 많은 우리동네 꼬마들을 초대하련다
이사오던해 그녀석들과 보냈던 크리스마스를생각한다
이제 몇 놈은 커버려서 낮설지만 그래도 길에서 만나면
아줌마 하면서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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