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큰애가 친구와 싸워 얼굴에 손톱자욱이 여러군데 생겼으며 멍도 들었다고 하셨다.
내성적이라 친구들과 언쟁도 못하는 아이기에 어쩐 일인가 싶기도 하고
아이들 싸움이 뭐 커봤자 별 거겠는가 싶어
상대아이 부모를 만나시겠냐고 하는 물음에 일단 안 그러겠다고 했다.
우리 아이에게도 문제가 있을 터이니 일단 아이에게 조심을 시키겠노라고, 그리고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스럽다고 말하고 통화를 끊으려고 하니
아이의 모습을 보시면 많이 속상하실 거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돌아온 아이의 얼굴은 처참했다.
전쟁터에서 막 돌아온 형상이다.
얼굴에서 목까지 멍자국에 손톰자욱까지...
일단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빗속을 걸어 정형외과로 향했다.
의사선생님은 울렁거림이나 두통이 없다면 별일 없을 거라고 하시면서
일단 X선 조사를 하자고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 아빠가 당직관계로 집에 없다는 거다.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들으니
그 전날 내가 준 이천원을 교복바지에 넣어 두었었는데
다음날 복도에서 두 아이가 껴안은 후 돈이 없어졌다는 게다.
아이는 아무래도 그 아이들 장난인 것 같아
\"너 내 돈 훔쳐갔지?\" 했다는 거다.
그러자 그 아이가 우리 애를 잡고 몸싸움을 하면서
주먹으로 우리애 얼굴에 사정없이 연타로 날렸단다.
정신없이 맞던 아이가 피한다고 피한 게 머리로 그 아이 얼굴에 부딪혀서
그 아이도 얼굴에 멍이 들었단다.
어쨋든 속은 무지 상했지만 우리 애를 타일렀다.
\"돈은 훔친 사람보다 그걸 잘 간수하지 못한 사람 잘못이 크다.
만약 앞으로도 그런 일이 생기면 되도록 혼자 직접 해결하려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구해라.
그리고 그 정도 사소한 일이면 그냥 속상해도 밝히려 하지 말고 잊어라.
정 억울하면 부모께 말씀드리고 해결하도록 하라.
절대 그런 쓸데없는 시비를 하지 말라.
세상에는 다 너처럼 고운 사람만 사는 건 아니란다.\"
세상에 안 귀한 자식이 어디 있으랴.
마음 같아서는 그 아이를 만나 그 부모가 보는 앞에서
한바탕 소란이라도 피우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을 걸 알기에
그냥 가슴만 쓸어내렸다.
얼마 전에는 보행신호에 횡단보도를 잘 건너던 큰애에게
교통신호 무시 무면허오토바이소지자가 달려들어 아이 앞니 두대 끝이 부서지는 사고가 나서
혼비백산 했었는데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이런 사건이 터졌다.
아이는 애물단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