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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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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나와 택시와 지하철...


BY 일상 속에서 2007-08-09

 

TV에서 기상캐스터가 말하길 장마의 막바지, 혹은 ‘장마 끝’이라고

했던지가 언젠데, 장마 끝이라는 말이 무섭게 장마 비보다

더한 빗물이 쏟아지고 있으니... 이, 어인 일인지.


출근이란 것을 하면서부터 더욱 열심히 듣던 일기예보였다.

보통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이유로,

길가다 봉변(?) 당하는 일이 없도록 TV를 보지 못하면

‘131’ 전화번호를 눌러서까지 확인하곤 했다.


4km쯤 떨어진 근무지의 무료교통방법으로는 자전거 아니면

전철을 타는 건데,

개인적으로는 사람들 붐비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운동과 하이킹(?)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전거를 애용한다.


요즘의 일기예보, 당체 신용하기 어렵다.


언젠가,

캐스터가 말하길 ‘오전’에 비가 살짝 오다가

그친다나? 순진무구한 나, 겁 없이 그 말만 믿고

비가 부슬부슬 분위기 좋게 내리는 밖으로 나섰다.

출근이란 것을 한지가 3일째가 되던 때일까?



mp3에서 흘러나오는 발라드 음에 허밍까지

넣고 우산을 어깨에 걸친 모습으로 여유자작하게 자전거의

패달을 밟았다.

그렇게 5쯤 지났을까?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이 닭X 굵기만큼 변하는가 싶더니

쏟아 붓기 시작하는데 업친데 덮친다고 했던가 바람까지

가세해서 나를 공격하는데... 우산은 무용지물,  머리만

보호할 뿐, 어깨부터 발끝까지 쫄딱 몸을 적시고 있었다.

그 광경을 누가 비디오에 담아서 ‘꼴불견’ 대회라도 보냈다면

분명 ‘대상’은 따 놓은 단상이었을 것을...


그때의 심정이란, 자전거를 포기하고 지하철을 타야 할까

고민스럽기까지 했다. 마주치는 이들과 우산을 부딪치며

앞으로 돌진할 때, 끼쳤던 민폐(?) 와 쫄 팔림, 비참함이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의 내 몰골은, 말 그대로 물에 빠진 도야지(생쥐처럼 작은

것에 내 몸을 비유하기가 영~ 껄쩍지근하다...) 모습이었을 것이다.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화장실에 들어가서 휴지로

꼭꼭 눌러 짜준 후에도 나는 몇 시간이나 에어컨 빵빵하게 돌아가는

사무실 안에서 그 습하고 축축한 옷을 입고 있어야만 했다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슬픈 일화가 있었다.


그 후로는 신중+신중을 기하며 일기예보는 참고를 참고로

직접 하늘을 관찰(?)하는 세심함을 기울였다.

그리곤 간간히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했었는데,

‘중복’날 필름이 끊어지도록 마신 술로 인해 후유증(?)으로 남은

발목 타박상(아직도 미스테리한 사건, 누군가가 내게 ‘나는 네가

그날 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하며 나타나줬으면, 좋겠다.) 때문에
지금까지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는데,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발목을 꺾을 수가 없어서 한발만 딛고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자니

느껴지는 통증보다 걸리는 시간이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그런데, 요즘 내리는 무서운 ‘비’의 위력이, 국지성+게릴라성+집중성+

돌풍까지 도루도루 갖춘 것이 한발을 내딛기 힘겹게 했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물리 치료시간이 늦어서 타고... 지출의 위험수위를 넘나들며 다닐

때가 간간히 있었다.

이 놈의 날씨는 나와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건지,

새벽에 멀쩡하던 하늘이 출근시간이 되서 나서려고만 했다하면

콸콸(?) 비를 쏟아 붇는 거다.


월급 70만원 받아서,

일주일에 6번은 물리치료비로 (의료보험까지 30%인상이 되어) 6천 7백원과

출퇴근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그로인해 한 번 탑승 할 때마다 5천원씩이나

지출하고 있으니 이게 뭣 헛짓인지.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비가 물동으로 쏟아 붓듯이 쏟아진다고 하더라도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는 한이 있더라도,

한 발짝 아니라 반 발짝을 나서기 힘든 돌풍이 분다고 하더라도

지하철을 꼭 타고 말리라, 하는 비장한 마음을 갖고서

역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두 번이나 노선을 바꿔야 하는 쉽지 않은

난코스, 워킹에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려니 걸릴 시간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좀 더 일찍 집을 나섰다.


목표(?)대로 지하철을 탔다.

마지막 한 정거장을 남기고 환승을 하기 위해

서있는 많은 사람들의 뒤를 이어서 나도 섰다.

.

곧 도착한 지하철,

차 안이 생각보다 붐비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는 마음으로 차를 향해서

발을 내딛는데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문이 꽉 닫히는 것이 아닌지...

내 몸의 반이 문틈에 끼이고 말았다.

그렇게 끼인 상태로 넉넉히 2초는 있지 않았나 싶었다.(심적으로는

더 길게 느껴지지만...)

몸이 자유를 느끼기가 무섭게 차 안으로 들어섰다.

1초 사이...뒤에서 한 여자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는 다리가 끼였다가 다행히도 이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몸을 돌리려는 순간보니, 어라 이제는 들고 있던

우산이 문제다. 우산꼭지가 문틈에 끼인 상태로 옴짝 달싹을

않는 거다.

그 모습한 나를 싣고서 지하철은 한 정거장을 달렸다.


그 순간 얼핏 나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누군가 달리는 지하철에 몸이 반이 끼인 채로

달리는 바람에 참사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말로만 듣던 것을 얼핏  체험하고 나니,

지하철이 시민의 다리가 아니라, 달리는 살인마(?)가 아닌가,

아찔한 마음까지 들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탑승했던 차량의 칸 넘버와

차량넘버, 내린 시간과 어디서 환승했는지를 낱낱이

수첩에 기록하고 안내원을 찾았다.

운전자에 대한 문의사항을 알려면 어째야 하냐고 물으니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욱’하는 마음을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다스리느라고

참을 ‘忍“자를 몇 번이나 마음으로 새겼는지 모른다.


그래도 안정이 되지 않아서, 일찍 온 직원들에게 커피 한 잔씩을

타서 건네고

녹차 하나 우려내어 내 자리로 돌아와서 한 모금을 마셨다.

그렇게 몇 분이 흘러서 어느 정도 이성이 돌아온 듯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졌다. 나는 심호흡 한 번하고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이내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나름(?) 차분한 목소리로

시간과 차량넘버를 비롯한 수첩에 기재했던 것들을

설명하고 조심성 없는 운전자가 누군지 모르겠으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철두철미한 안전운행교육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항의했다.


처음엔 변명처럼 사설이 길던 안내 남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나서,

출퇴근처럼 복잡한 시간대 일수록 운전자가

안전에 안전을 생각하며 운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달리는 버스를 타는 시민들의 불안한 심정으로 지하철까지

타야 하는 거냐고, 겁나서 지하철 타겠느냐고 질문하니,

그때서야 죄송하다며 주의시키겠단다.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겨달라길래

그렇게 했다.

20여분 쯤 지났을 때, 목소리가 다른 남자 분에게 연락이 왔다.

그 사람은 바짝 긴장한 목소리였다.

나는 더욱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 분은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부탁 드려요.“...


나로 인해서 한 운전자는 시말서를 쓰던지 아니면 간단한 잔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나로 인해서 남을 어렵게 만들지는 말자 주의론자(?)인 나지만...

다수의 안전을 위해서,

나의 쓴 소리 한마디가 한 사람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오전에 따끔하게 해준 나의 말들을 후회하지 않으려 한다.


날씨는 왜 이러는 건지...

지하철을 타겠다는 커다란 각오를 다지며 집을 나섰건만,

이제 또 다시 그런 일이 생기게 될까,하는 두려운 마음까지

다독거려야 하니...

점점 세상이 무섭다.

나약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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