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가고 혼자 집에서 마냥 편안한 옷 걸쳐입고
어쩌다 눈꼽마져 낀채로 하품 쩍쩍하다가 쇼파에 누워 채널마다 비슷 비슷한 내용으로
어제도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맛있는 집, 연예인 사생활 ,요즘 같은 여름이면
강력 추천 휴가지 등등...
식구들 마다 벗어 놓은 옷가지는 방마다 널려져 있고, 닦고 던져 놓은 수건도 다
그대로인데 잠시 아침 전쟁터 같던 집안에 고요와 정적이 찾아들때 습관처럼
켜놓은 TV에 시선을 두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져 낮잠에 빠져들고
한참 달콤한 잠에서 꿈까지 꾸고 있는데 나와 같은 직업을 갖은 콜센터 상담원이
생전 본적도 없건만 엄청 반갑게 인사하면서 고객님 찾을때~~
화들짝 놀라 전화 받고 에잇~~~ 툭~
그날 구색 맞춰 비라도 추적 추적 내리는 날이었다면
수화기 건너 저 편 아줌마 상담원은 그 시간에 낮잠에 취해 비몽사몽인 그녀가 얼마나
무지하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는지 혹시 아시나요?
종일 한 쪽 귀를 막고 있는 헤드셋의 영향으로 귀는 간질거리고
수 없이 반복되는 신호음과 컬러링에 나의 귀는 무참하게 혹사 당하고
학교 수업은 1교시 끝나면 10분 휴식도 있다지만 어디 그런가요?
의자에 앉아 장시간 근무를 하다보니 목도 뻐근하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붓고 모니터 잔 글씨에 촛점을 고정하다 보니 시력은 급격히
나빠지고 움직임이 적으니 배는 나오고 소화도 잘 안된답니다.
그러 그러한 반복의 일상에서
오늘 부터 드디어 5일간의 여름 휴가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들 아이는 과외 아르바이트 있는 날이라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고
딸아이는 방학중인데 인턴사원으로 근무중이라 그동안 방학다운 방학도
없었지만 어제 부터 휴가를 맡아 오늘은 친구들과 강화도 바닷가로
여행간다며 옷을 열두번도 더 갈아 입다가 결국은 내 여름 가방까지
찾아들고 아이스백에 꽝꽝얼린 팩 두개 넣어 준비를 끝내더니
룰루랄라 머리에 썬그라스 까지 얹고 휘리릭 나가 버렸습니다
그런 딸아이 나가다가 방긋 웃으며 휴가인데도 집에서 아무 계획없는
이 엄마를 보면서
\"엄마~ 드디어 엄마 소원풀었네\"
소원?
아~~ 맞다~~ 맞어 소원 ~~
평일에 집에서 느슨하게 여유있게 낮잠도 자고 이러고 있는거
내 소원이었지~~
늦깍이 직장 생활 6년차
전업 주부였을때 무료하다 따분하다 생각했던 날들이 행복한 날들의
푸념이었다는것을 이제사 알게 됩니다.
작년 여름 휴가에는 딸아이가 중국에 교환 학생으로 나가 있어서
상해에서 만나 함께 여행을 하면서 보냈는데
이번 여름 휴가는 그간 몸도 너무 지쳐있어 집에서 낮잠도 자고
편안하게 소원풀이 하면서 그렇게 보내려고 합니다
아~~ 소원푸니까 참 좋으네요
살다보니 내가 무심하게 보냈던 평일 하루가 참으로 소중한
날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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