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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26

녀석도 선수였다...


BY 올리비아 2007-04-19

 

한참을 망설이던 남편이

심각하게 말을 건넨다.


“이건 애들을 위해서야...분양받자!”

“안돼....분양받으려면 돈도 많이 들구..”

“아냐..돈 그렇게 많이 안든데..”


순간 아이들도 덩달아 나에게

벌떼처럼 달려들어 조르기 시작하는데..


“엄마~분양받자..응? 우리가 어질면 다 치울게~”


얼마 전부터 식구들이 강아지 분양에

최종적으로 나의 눈짓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운명의 순간을 맞게 되었으니..

 

이젠 한 두번도 아니요..

어느덧 나도 제풀에 지쳐

승낙도 아니요 거절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어느 날밤 나를 제외한 식구들.


순간 강아지 이름짓기에

몰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빠! 우리 강아지 들어오면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삼식이 어때? 삼식이! ”

“에이~아빠는 촌스럽게 삼식이가 뭐야~”

 

“그럼 언니 강쥐가 어떨까?.”

“강쥐?...별로야.....”

“음..님아 어때? 님아~~님아~ 재밌잖아~”


옆에서 관심 없는척하며 듣고 있던 나..

문득 님아라고 외치는 펄시스터즈의 노래가사가

생각나서 푸핫 웃으며 그 노래를 불렀다.


“님아~~님아~~님아~~

혜린아 강아지가 너 님이냐~

애절하다 애절해~크킄“


“허긴.. 밖에서 부르기엔 좀.. 그렇긴 하지?^^”

“고민할게 뭐있냐..그냥.. 개니깐... 개라고 해라~

단순명료하고 좋잖아 개!! 개!!“


“헉! 엄마는 무슨 이름을 그렇게 지어..엄마가 무슨 한예슬이야?”

“뭐..그럼.. 강아지라고 하든가. 성은 강이요 이름은 아지.”


“히힛~알았어 그럼 엄마 강아지 분양 받는거지?”
“뭐?.. 내가 언제 분양 받는다고 했냐?”

 

“지금 엄마가 강아지 이름 아지라고 하자메~~ \"

“어쭈~이 녀석들 봐라~”

“엄마 우리가 똥치우고 씻기고 다 할테니깐 제발제발!!”


“내가 지금 너희들 셋 키우는 것도 힘든데 뒤늦게

내가 왜 강아지까지 입양을 해서 고생을 해야 하냐고~~

그리고 강아지가 무신 아파트도 아니고

분양이뭐여~분양이~“


괜시리 말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내게

갑자기 둘째딸이 정색을 하며 묻는다.


“엄마.....엄마는 강아지가.. 그케 싫어?”
“....누..누가..뭐...싫다고.. 그랬니?”
“근데 왜 그래..”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던 남편...

”강아지를 키우면 애들한테 정서적으로도 참 좋다더라..“


구미호처럼 남편을 째려보며 물었다

 

“그럼 내 정서는??”
“-.-;..........”


지금까지 강아지를 만져본 기억이 없다.

안 만지기도 했지만 못 만지기도 했다.

가냘프기도 했지만 무서웠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모델같이 이쁜 강아지들을

내 강아지라고 여기며 살던 나였다..


이젠..이젠..

운명의 순간이..다가왔음이라..


아이들에게 조건을 달았다.

실내에서 키우는 거니깐

크기는 작고.. 털은 많지 않은 거로..

 

그리고 엄마에게 강아지를 미루지 말고

너희들이 알아서 잘 키우라고...(마치 유언같다.ㅋ)


유난히 동물을 좋아하는 둘째 셋째와 달리

시큰둥했던 큰딸이 순간 나의 뜻하지 않는 승낙에

놀라 믿기지 않는 듯 내게 묻는다...


“엄마.. 엄마 왜 그래?.....”

“....그.러.게......-.-;;“


며칠 후..

드디어 녀석이 왔다.


새끼라고 해서 웅크리고 있을 줄만 알았는데

세상에나...어찌나 발발거리고 달려드는지...


야 이 녀석아~

내게도 적응기간을 좀 줘야 할거 아닌가벼..


어흑......이 녀석도... 선수였다...ㅜ,ㅜ


에고 내 팔자야~~

난 예상외의 녀석의 날렵한 움직임으로

소파위로 피해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녀석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

불안해서 요리조리 찾아보다가..


녀석을 찾아내면

또 다시 도망 다니고...


아이들은 그런 나를 보고

웃겨죽겠다는 표정이었으니

그야말로 코메디가 따로 없다...


3개월 된 작은 치와와의 눈치를 보며

도망 다니는 내 모습..

정말 생각보다 많~이  품위 없었다..ㅡ.-;


너무 작아서 발에 밟힐까 봐

피해 다니는 거라고 애들에게 말하니

모두들 고개를 저으며 못 믿겠다는 표정들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조심해!!”를 연발하며 지내던 중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밑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아닌가...

순간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소릴 질렀더니


나의 외마디 비명소리에 온 식구들

내게 비난의 함성이 쏟아지는데..


“엄만 강아지 놀라게 왜 그렇게 소릴 지르는 거야!”
“야 엄마가 일부러 그랬겠니?”


“그렇게 놀라키면 강아지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줄 알어?”

“그래.....너희들은 강아지 스트레스 받는 거만 걱정되고..

엄마 스트레스 받는 건 괜찮다... 이거지?”


살짝 삐지기 일보직전인 그 순간.

남편이 내편을 든답시고 아이들에게...


“아빠는 엄마가 스트레스 받는 거 싫어~

엄마가 정 그렇게 강아지 때문에 힘들면 다시 보내야지뭐..“


순간 무슨 삼일절 만세합창도 아니고

녀석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데

 

“안돼!!!”


때리는 시엄니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얄밉다더니..

에휴....남편도 선수.. 강아지도 선수...

내가 몬살어...흑~ㅜㅜ


이튿날..드디어 식구들이 모두 모여

진지하게 강아지 이름을 짓기 시작하였다..


쉬울줄 알았는데 막상 강아지 이름 지을려니

의외로 어렵다며 고민고민 하는 아이들이

결국 지어낸 이름은 뚜비...뚜비였다.


텔레토비에서 나오는

뚜비 분위기와 닮았다고..


뚜비.......

뚜비.....


앞으로 난 뚜비 이 녀석과의 소리없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제도 오늘도 녀석의 겁 없는 돌진에

수비만 하느라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으니..


이 전쟁의 승자는 뚜비 곁에

딸 셋 오마협 같은 든든한 존재가 있는 한

 

보나마나.. 하나마나..

뚜비가 승리자인 것이다!!!..


주몽만세!!...아니... 뚜비만세!!!


사실 강아지 이름을

주몽이라고 짓자고 했는데

아이들이 주몽은 이미 끝났다며

나보고 제발 일국이를 잊으라 한다...


“그럼..얘들아... 비는.. 안 되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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