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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네에서 어떻게 살다가 한 해 두해 같이 겪다보며 먼 친척보다 더욱 살갑게 지내는 이웃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이웃이 있다. 집이 가까워서 이웃이 된 것이 아니고, 순전히 보험영업개척활동하다가 알게 된 이웃이다.
이 분은 한 이십년 동안 시장에서 김치며, 밑반찬을 만들어 파시는 분이다. 나도 직장생활 할 때는 부담없이 반찬을 사먹는 곳이고, 반찬하는 법도 귀동냥 해서 조리하는 법도 한 수 배우고 했는데.
이 분이 욕을 잘하신다. 그것도 늘 입에 붙어있는 것처럼 늘 상 그러셨다.
뱃짱도 있는 것처럼 아랫배가 퉁퉁하게 있으셔서 옛날 어느 치킨 가게 앞에 서있는 할아버지와 같이 서있으면 부부라고 할 만큼 비슷하다. 특히 웃으시면 더욱 그렇다.
한 번은 내가 시장이 가까운 고객집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큰 싸움이 난 것이다. 자세히 보니 반찬가게 아줌마와 배추를 파는 채소전 아저씨랑 대판 싸우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구경꾼들이야 그냥 맥없이 쳐다보고 계시고. 그래도 말려야 한다고 달라붙어 힘을 쓰지만, 엄한 아줌마의 주먹이 말리는 사람 눈한가운데를 정통으로 들어가고, 맞은 아저씨는 나 죽네 하고 길바닥에서 뒹굴고, 그러다 다른이가 얼른 병원에 실어가야 한다고 부축이고. 그러는데도 반찬가게 아줌마는 여전히 채소전 아저씨 멱살을 놓지 않는 것이다.그러니 남자가 여자한테 질질 끌려 간 곳이 그 옆 시장골목길 모퉁이에 다른 집 반찬가게인데.
이미 거기는 사람들이 없었다. 아줌마의 육두문자는 익히 너무 잘들어서 일단 큰 소리만 났다하면 모두들 잠시 피하고자 보는데.
그제야 어르신처럼 그래도 양말 파시는 권사님이 슬그머니 어깨를 두두리며 말하신다. 그러다 사람 죽으면 뭔 일을 해결 혀....죽은 서방 부랄 잡는 거지.
아이구 형니임... 내가 오죽팍팍하면 이러라고 시켜도 안혀요. 시상 나를 속여 먹여도 유분수지. 지가 뭔디... 나를 이렇콤 바보로 만들어 놔유.
알고보니 반찬가게에 재료를 대주는 아저씨가 여기는 싸게, 저기는 싼데에서 좀 더 이윤을 붙여 비싸게 붙여 재료를 댔다는데. 그게 일년동안이나 그랬다고, 한 시장안에서 이럴 수있냐고 난리를 피워대니. 채소전 아저씨 설설 기며, 말로 하자고 싹싹빈다.
그렇게 어찌 어찌 겨우 떼어 놓으니 씩씩하게 반찬가게 아줌마가 그런다. 그동안 장부가 있으니께 니 기둘려.. 그리고 내 이년 한테 확인 해가지고 나랑 너렁 뭔일이 있다고 했는디... 그러더니 또 휙 낚아챈다. 채소전 아저씨는 또 멱살을 잡혔다.
그래서 저 아줌마가 힘쎈 불량 아줌마라고 했나 보다. 그래도 멸치볶음이랑, 물김치랑. 배추김치는 진짜 맛있는데. 그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맛에 뱄나.
나는 오늘도 반찬가게에 간다. 그 아줌마네 반찬가게에 가면 괜히 더 힘내고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