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두 녀석이 다니는 중학교 학부모 총회날이다.
2학년인 아이는 전교 일등으로 1반에 꽂여있고
1학년 신삥은 몇 등인지 모르지만 암튼 6반에 있다.
큰 녀석은 그럭저럭.. 잘 생활 할 것 같아
1학년인 작은 아이 학급에만 갈려고 작정 하고 있었다.
근데..
마땅히 외출복이 없는 거다.
작년에 학부모 총회때 입고갈 옷으로 자켓을 하나 샀는데..
1년동안 살이 불어서인지..
좀.. 낀다는 생각이 든다..
처녀때 44 입다가.. 55까지 입었고.. 큰 아이 낳고부터는 66을 입는다.
어메.. 근데.. 이제는 77을 입어야 할 판하다.
작년꺼는 66 사이즈인데.. 좀.. 불편하니 말이다.
작년 학부모 총회때 큰 아이 친구 엄마들이랑 산 옷인데...
이놈의 변덕이 죽을 끓은지.. 작년에 이쁘다고 샀던
그 자켓이 누가 돈 줘도 입기 싫은 심보가 되어 버렸다.
남편에게 살랑살랑 거리며
\"자기야.. 나 옷좀 사줘.. 옷 좀 사줘\"
노래를 불렀더니.. 오늘 한 벌 사줘서 얻어 입게 되었다.
구로의 상설매장으로 가서 옷을 사게 되었는데..
남편이랑 각자 아이 쇼핑을 하고
찜 한 후에 만나서 사기로 하고 각자 돌아 다녔다.
1시간 후.. 만나서 내가 본 옷을 계산 하라고 불렀는데..
자켓 50% 해서 9만원에 하나 사고.. 티 50% 해서 17천원까지는 좋았다.
근데.. 나이는 자꾸 먹어가는데..
내 나이 불혹을 의식하지 못한 채..
20대들이 입는 옷 브랜드에서만 눈이 꽂이는거다..
\"더 살 것 없어?\" 묻길레..
\"자기야.. 나 저기 시스템에서 봐둔 티 있어.. 그거 사줘..\"
하면서 손을 끌고 갔더만..
50%해도 10만원이 넘는 것들이 많다..
속옷같은 흰색에 리본 하나 달려있는 놈도 그렇고..
아무 무늬 없이... 메리야스에 팔쪼가리 붙여 놓은 놈도 죄다..
10만원 정도다..
나는 이 티쪼가리가 나한테 낄까.. 풍덩할까.. 티 쪼가리를 옆으로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잡아 댕겨 보고 있는데..
남편.. 나에게 그런다..
\"야.. 그런 옷은.. 저기 노점 매데에도 만원이면 산다..
넌.. 어째 그리 옷 볼줄도 모르냐? 내가 저쪽 다른 상가에서
봐 둔 옷이 있응게.. 그쪽으로 가서 사주께..\"
하면서.. 나를 잡아 댕기는 것이다.
\"오메.. 언제 이쁭걸로 봐뒀어? 아이구.. 자기는 진작 얘기해야제.. 뽕빨나게
돌아 다니면서 봐뒀고만\"
눈을 흘기면서 제법 신상품이 많이 있는 그 상가를 나와 마리오 2층으로 나를 델꼬 가는 거다.
가 보 신 분덜은 아시겠지만요..
마리오 2층에.. 내가 좋아하는 여성스런 옷이 있당가요?
베이식인가.. 하는 그 매장으로 나를 잡아 끌구 가더니..
\"여기서 골라봐라.. 나도 여기서.. 몇개 샀다. 싸고 좋더라 야..\"
거기.. 고등학생 이나.. 총각들이 입는 옷만 있는 그런..
매장이거던요..
\"아.. 자기야.. 나도 여자거던.. 이쁜 꽃달린 그런 옷 입고 싶거던..\"
하면서.. 나와 버렸답니다.
이번에는 신발을 사주겠다고 끌고 가는 겁니다.
암튼.. 찔리는건 많응게.. 한 5년동안 안 사주고 자기만 몇 컬레씩 사시는 것이
걸렸던지..
50% 해서 5만원이면 뒤집어 쓴다고.. 하면서 데려간 곳..
그곳에 가면 꽃신도 있다고 하길레.. 폴짝거리며 좋다고 따라 갔더만..(고가 밑.. 후미진 곳 상가) 균일가 2만원 3만원짜리가 있던곳..
참나원.. \"나도 여자당게.. 어디가 꽃신 있어?\"
하면서.. 다시 나와 버렸답니다.
그리고.. 한마디.. 했답니다.
\"
증말 해도해도 너무허네.. 넘들은 우리보고 걸어댕기는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
그럼.. 중소기업 마느라인 내가..이런 쪼짢은 거만 사라는 거여 머여.. 좀.. 내 취향에 맞는
것좀.. 사줘라..\"
살짝.. 기분 나쁠거라는 표정으로 말했더만..
피식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싫냐? 그래.. 너 사고 싶은 곳으로 가서 골라봐\"
하는 겁니다.
제가요.. 영에지에 가서.. 꽃신 하나 샀답니다.
브랜드 있고없고를 떠나서.. 내 취향에 맞는 옷... 신발 한개 정도는
것도 1년에 한 두번.. 마련해 줄 수 있잖습니까..
내가 카드 들고 나가서 맘만 먹으면 살 수도 있지만..
내꿈이 현모고 양처인지라..
어치께 그렇게 할 수 있당가요?
암튼 작년 여름에 빈취스벤치에서 189천원 준 샌들 모양 비슷한 꽃신을
그곳에서 55천원 주고 사서.. 어찌나.. 좋던지..
이대목에서는 좀.. 내가 좋아해 줘야.. 냄편 기분도 좋을 것
같아서.. 고개 양쪽으로 흔들면서..
칠레레팔렐레 하면서 좋아 했답니다.
너무나 알뜰하고 착한 사람이라.. 제가 비위를 맞춰가며 살고 있습니다.
돈 없던 총각 시절에는 40만원이 넘는 양복도 척척 사입더니..
정작 억대 년봉을 버는 지금에는 더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인간성 좋은 내가 따라주고 있는 거죠.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사람이 말하데요.
자기는 바지 5만원(면바지 기준) 이하, 티는 3만원 이하, 잠바는 10만원 이하만 샀다고..
언제부턴가 그 금액이 기준이 되어 사게 된다고..
\"아이고.. 나는 이쁘면 다 살거여.. \" 하면서 눈을 흘겨 줬답니다.
암튼 맞고 다니는 작은 녀석이 신입생이 되었으니..
이쁘게 입고 가서 얌전하게 앉았다가 올랍니다.
어리버리한 놈이 부반장을 맡아와서..
학부모회에 인원이 모자라면 들어주고.. 다른분들이 많이 들면
안 들고..
오래만에 소식 적어 놓고 갑니다.
그동안 다른 분들 글만 읽다가..
옷 산거.. 자랑 할려고 왔습니다.
어린애처럼 새옷 사니 기분이 좋네요. 오랫만에 사서 그런가?
아마 나들이 간다고 생각하니 좋은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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