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을 훌쩍 넘기며,또 생일을 맞았다.
큰딸은 화장품과, 작은딸은 다이아 목걸이 메달을, 아들은 컴퓨터
손목 보호대를, 빨간 장미 꽃다발과 케잌과 함께 내게 안겨 줬다.
늘 신경써주는 남편과 착한 아이들은 내생일 때마다 신경을 써
주어서, 행복한 생일을 맞곤 했다.
아름다운 기억들이 많이 있다.
여행지에서 보냈던 해도 많았고,-제주도에서, 지리산에서, 미국에서,- 또 한강에서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불꽃놀이를 한적도 있었다.
지난해에 크게 병원 신세를 진 남편은,
주일예배를 끝내고,갑자기 동해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
나에 대한 그의 배려 였다. 급하게 집에 와서 간편한 옷을 입고
간단한 짐을 챙겨,무조건 서울을 떠났다.
그와 모처럼 떠난 생일 여행....
햇살은 겨울 같지 않게 화사 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간지럽게
와 앉는 볕이 너무 따뜻해서 사랑스러웠다.
행복한 마음이 가슴에 가득 차 올랐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느낌...
따뜻하다는 것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그의 사랑이 그렇고, 아이들의 자상스러움이 그렇다.
강원도 쪽으로 갈수록 산에 남은 잔설이 뚜렷해서 그림 같았다.
아름다운 자연과, 그리고 건강을 회복해 가는 그가 옆에 있다.
그것 만으로도 난 감사해야지.....
다른 생각 일랑은 하지 말자....
모처럼 떠나는 여행 소식을 들은 아이들이 \'딩동딩동\' 문자를
보냈다. \"잘 다녀 오세요!\" \" 즐겁게 지내고 오세요\" ....
예전에는 잦은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없었던 일이라서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눈치다.
나이를 먹어 갈 수록 아이들에게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건강 때문에 걱정을 하게 했기 때문에....
양평을 지나, 홍천을 지나, 인제를지나, 백담사를 지나, 미시령터널은 시간을 단축 시켰지만, 낭만은 좀 없어진 것 같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다 보면 산새도 좋고 경치도 좋았었는데,
이젠 터널의 백열등 밑으로 계속 달리니, 꼭 도심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자주 다니는 곳이었지만 전혀 새로운 곳으로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저녁빛이 비치는 속초에 도착해 대포항으로 갔다.
주일 저녁이라서인지 파시의 분위기인 항에서 회를 뜨고 매운탕
거리도 샀다.
늦지 않은 저녁,
하일라 비치의 바다가 보이는 방에 짐을 풀었다.
보름달이 3일이 지났지만, 밝게 비치는 달빛과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바다물에 비쳐서 참 아름다운 바다가 그곳에 있었다.
베란다 창을 열고 오래 밤 바다를 보았다. 오랫만에 보는 밤바다는
간간히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있을뿐 고즈넉 했다.
뛰어 나갈만큼 젊음은 우리에게 없었지만, 잔잔한 파도소리가 들리
는 한적한 저녁 시간은 평화로웠다.
뜨거운 젊음은 없지만 정돈된 중년의 안정감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지....
난 참으로 행복한 여자라는 것을....
포만한 저녁과 함께 그와 오래도록 대화를 했다.
앞으로의 우리의 삶과,
너무 사랑하는 우리 세아이들의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