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전화 하는 작업을 시켰습니다.
어린이집 원장님 핸드폰 전화번호를 알아보라는 일이었어요.
그러니까 어린이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원장님 핸폰 번호를 물어보고 적는 거였는데
원래 새로운 것에 적응 못하는 어리버리한 나와
말주변머리가 없는 내겐 한통의 전화를 걸때마다 가슴이 두군 거렸답니다.
백오십 곳이나 전화를 걸었으니 가슴이 백오십 번이나 두군 거렸지요.
“안녕하세요? 고양시ㅇㅇ정보센터입니다. 공지사항 문자발송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원장님 핸드폰 번호가 필요합니다. 원장님 핸드폰번호 부탁드립니다.”
맨 처음엔 이렇게 통화를 했습니다. 그것도 메모지에 그대로 적어서 읽었답니다.
메모지를 보지 않으면 안녕하세요만 하곤 더듬거려서 상대방이 네? 네? 하고
뭔말인지 못 알아듣더라고요.
‘습니다’로 하려니 발음도 어렵고 너무 딱딱한 것 같아서 바꾸기로 했답니다.
“안녕하세요? 고양시 ㅇㅇ정보센터예요. 공지사항 문자발송 하려는데…….
원장님 핸드폰 번호 좀 가르쳐 주시겠어요?”
요로케 줄이고 다정하게 말을 했더니 훨씬 전달이 쉬었답니다.
오후 내내 전화통만 붙잡고 똑같은 말만 했더니
거 참! 재미없고 피곤했습니다.
그래도 바쁜 일이 주어져서 시간도 잘 가고 또 하나를 경험하고 배우게 되었지요.
나는 새로운 것은 뭐든지 겁을 내고 얼빵해져서 금방 익히지를 못합니다.
그게 취미로 배우든, 자격증을 타든, 사람을 만나 친해지는 것이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처음엔 낯설어 더듬거리고 어리버리 파악도 못해서
한자리에 마네킹처럼 앉아 말도 못하고 눈만 깜빡거리곤 합니다.
그래서 날 모르는 사람들은
내숭떤다나 , 공주과라나 , 재수 없다고도 합니다.
냉정해 보이느니, 쌀쌀맞다는 둥, 생긴 대로 논다는 둥…….
좋게 말하면 조용한 편이고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것인데…….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 일과 그 사람에게 익숙해지면
얘기도 잘하고 일도 잘 처리하고 웃기도 잘 웃고
너무 솔직해서 주책 맞아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지금 사무실 직원들은 내가 좀 어려울 겁니다.
틀에 박힌 행동과 말만 하고 거기다 나이가 제일 많으니…….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저도 그냥 중년의 아줌마일 뿐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일이 익숙지 않고
쉬운 일이라도 근무하는 동안은 긴장을 하기 때문에
집에 오면 얼른 밥해 먹고 잠깐씩 침대에 누워서 허리를 펴고 머리를 식히곤 하지요.
놀 때는 할일을 미루고 게을러 나태해지고 우울해지곤 했는데
보통사람처럼 출퇴근을 하니 집안일도 부리나케 하게 되고
나태한 이란 남자를 만날 시간도 없고, 우울한 이란 놈도 저만치 물러나 잊혀져버렸습니다.
도서관 일하고, 엄마니까 살림하고, 패션핸드페인팅 배우고,
청바지에 그림 그리는 일 준비하고, 글 쓰고, 글도 읽고…….몇 가지 일을 하니…….
저 이제 바쁜 몸이랍니다. 히히
친구들이 물어보지도 않는데,
내가 먼저 “바쁜 몸이여~~나 만나려면 미리미리 야기 혀~~” 한답니다.
조금 바쁘게 살면 몸도 마음도 활기가 돕니다.
외로움도, 먹고사는 문제도, 지난 일들도 묻어 놓게 되고
하루가 어찌 뜨고 어찌 지는지 창문 쳐다보며 망상에 젖어드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바빠서 잊어야 할 것은 잊게 되어서 가슴이 덜 막막합니다.
금요일군요.
하루가 쏜살같이 가더니 일주일이 후딱 가네요.
이틀씩이나 쉬는 날이네요.
일하기 좋은 시절입니다.
내일 어디로 튈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