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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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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로 만든 아들


BY 미국이모 2007-01-05

지난 해 크리스마스 전 주에 스키여행을 다녀왔다.

 

남편은 만능 스포츠 맨이고

 

나는 초보자 코스를 겨우 면한 수준이다.

 

아이들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첫 날 아이들을 스키스쿨에 보냈다. 

 

겁이 많은 딸아이는 마지 못해 가고

 

재방이는 티브이에서나 보던 걸 해 본다는 새로움에

 

별 생각없이 따라나서는 눈치였다.

 

따듯한 남쪽에서 온 우리는 혹 기온차 때문에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봐 내복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고

 

목도리로 꽁꽁 싸매었다.

 

점심 때 데리러 오마 약속을 하고는

 

나도 억지춘향으로 남편에게 끌려서 올라갔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 갈 때 마다 몸을 돌려

 

스키스쿨하는 곳을 돌아보며 올라갔다.

 

처음 올라 가면서 보니

 

옆으로 서서 걷기를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흐흐~ 고생들 하는구나....\'

 

세번 째 올라 가면서 보니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브레이크 잡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재방이가 보이질 않는다.

 

\'아니, 이 녀석이 어딜갔나?\'

 

안돌아 가는 허리를 억지로 돌려 찾아보니

 

한 쪽 구석에서 모자도 벗어 던지고, 잠바도 벗어던지고 ,

 

 목도리도 팽개친 재방이가 구부리고 서서는 눈을 뭉치고 있었다.

 

\'음.... 재방아... 여기까지 와서 늘 하던대로 하면 어쩌냐 --;;\'

 

네번 째 올라 가면서 보니

 

내려오면서 브레이크 잡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모두 한 줄로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데 

 

재방이는 사선으로 저만치 아래 서 있었다.

 

\'뭐야, 일번으로 내려 간 건가? \'

 

 

짧은 점심시간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반응에

 

오후에도 열심히 배우라고 격려하면서 데려다 주었다. 

 

 

오후에는 아이들이 연습장으로 갔기 때문에

 

내 시야에 들어오질 않았다.

 

오랫만에 하는 과격한 운동 때문에 다리가 풀린 나는

 

내 몸 하나 들어 오르고 내리기 바쁘다 보니

 

다행히 금방 시간이 지나버렸다.

 

남편은 워낙 멀리 간지라

 

스키 스쿨이 마칠 시간에 맞추어 나 혼자 연습장으로 갔다.

 

 

선생들이  부모들에게 한명씩 개인적으로

 

자세히 코멘트를 해 주고 있었다.

 

딸아이는 초보자 코스에 갈 준비가 되었으니

 

내일부터 데리고 타도 좋고

 

초보자 스쿨에 넣어도 좋으니 원하는대로 하란다.

 

(기특한 딸래미. 투자한 보람이있군.)

 

 

재방이 차례.

 

갑자기 선생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이러면 난 긴장이 된다. 또 무슨....

 

\'He is a rubbermade free style skier.\'

 

(재방이는 고무로 만들어진 자유형 스키어에요)

 

헉 이게 칭찬이야? 아님 ?

 

\'무슨 이야기이신지?\'

 

어정쩡한 표정으로 되묻자

 

선생이 재방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다.

 

몸이 너무 유연해서 폼이 안나온다나.

 

( 그럼 그렇지. 에궁  )

 

게다가 줄 세워 놓고 돌아서면 아이가 없다는 것이다.

 

찾아보면 저 아래 구석에 넘어져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서고 있더라고.

 

(그래 그래 그 장면이었구나. 너 혼자 저 아래 서 있던게 --;;)

 

칭찬인지 위로인지

 

아이가 스마트해서 제 생각에는 이렇게 해보면 되겠다 싶어서

 

자유대로 이렇게 저렇게 해 보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란다.

 

(에구  걱정은.무슨.... 맨날 있는 일이구만)

 

결국 그 창의적인 학습태도 덕분에 오늘도 헛 돈 썼구나 싶었다.

 

선생이 얼마나 짜증스러웠을까 싶어서 눈치를 보니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다음 날

 

재방이는 하루 더 강습을 받으면 도움이 될꺼라는

 

친절한 권유를 물리치고 초보자 코스에 함께 올랐다.

 

딸아이는 속도는 느려도 한 번 넘어지지도 않고 잘도 내려온다.

 

이뻐서 쳐다보다가 재방이를 찾으면

 

저 아래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때 마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들이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안녕 재방아>>>> 오늘 아주 멋있다>>>>\'

 

내 아들이지만 도대체 모르겠다.

 

창의성이 만발해서 지 멋대로인 이 아이의 매력이 무었인지.

 

한 번 같이 놀아 본 사람들은 모두 귀여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오후에는 중급자 코스를 가겠단다.

 

나는 온 몸이 아파서 기력도 없는데

 

남편은 저 높이 가 버리고

 

할 수 없이 아이들과 대책없는  모험을 할 수 밖에.

 

소경이 소경을 인도 하는 꼴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왜 재방이가 고무로 만들어졌다고 하는지 확인 할 수 있었으니....

 

폼은 어설픈데다가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구석에 쿡 쳐박히고

 

그래도 다시보면 또 내려가고 있고.... 

 

그런데 어디 한 군데 멍든 곳도 없고, 아픈 곳도 없고

 

근육통도 없고.

 

너무 심하게 넘어졌다싶어 급히 따라가 보면

 

자기가 왜 넘어졌는지를 아주 과학적으로 설명 해 주질 않나.

 

어쩌다 내가 넘어지며 코치를 해 주질 않나...

 

 

저녁에 점점 심해지는 근육통을 호소하며

 

아이구 아이구 하며 돌아다니니

 

눈을 반짝거리며 재방이가 말한다.

 

\'엄마 선생님이 스키는 모든 근육을 쓰는 운동이래\' 

 

 

어이구  그래 너는 과학적인 고무인간이라 좋겠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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