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 서울 중량동 담배가게 골목길
밤마다 날이 새기전에 어떻게 어떻게 두부사려 종소리가 겨우 겨우 흔들리고
배부른 목소리가 아닌 젊은 청년도 아닌 늙은 목소리도 아니면서도 낭랑하게 찹쌀떡 메밀묵이
후덕하게 울리던 겨울 골목길이 이젠 나의 기억창고에 늘 수두룩하게 들어 차있어
언제고 문 열어줄까 기다리는 추억창고가 된 그 겨울 골목길이다.
누구에게 먼저 길안부를 물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젠 그것도 포기한 지 오래다.
하긴 물어 본 들 서로 눈 마주치면서 섭섭한 그 오래되고 지워진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 낸 다는것도 쑥스럽고.
여간해 선 어렵고 가난한 그 골목길을 다시 말 한다는 용기도 사실은 없다.
널찍널찍하고 차가 잘 모셔진 주차장이 되어 있을 터
그 자리에서 웃음이 흘러 다니고 느닷없는 개 짖는 소리에 주인 달래는 목소리도
이미 전설이 되어 우리도 그게 신화가 될지 모를 일이다.
겨울은 많은 계절을 품고 산다.
특히 추우면 추울 수록 안으로 파고 드는 품이 필요한 계절이니 만큼
한 해가 갈리고 그 틈을 내어 주는 곳.
절대 우리가 한 해가 갔다고 포기할 게 세월이 아니다.
비록 없어지고 삭제되어 보이지 않는 다 해도
사람은 오로지 계절나기를 해야만 한다.
사람이나 나무나 풀이나 추워야 품을 만들고
더 큰다.넉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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