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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하오리까?


BY 남편마음 2006-12-22

 

휴우 내 팔자야 소리가 절로 나왔던 한 달 전입니다.

아내는 여행을 좋아하는 반면.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러하다보니 아내의 요구대로 훌쩍 집을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근무하던 부하직원이 연고지인 대구로 근무처를 옮긴지

일년 후, 결혼 한다는 청첩장을 보내왔더군요,

 

집에서 젖먹일 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콩밭은커녕 간난 쟁이 손바닥만한 텃밭도 없는 집에서 김 멜일도 없을뿐더러,

심심해서 몸을 꽈배기처럼 꽈대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에 하도 안스러워,

동행을 요구했고 그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당근이라는

당연한 질문을 왜하냐는 답변을 하더군요.

 

그날 화장대에 궁디에 쥐가 나도록 오래 앉았던 아내는,

콧노래로 기다리는 나의 약을 올리며 인내력 테스트를 했고,

그 인내력의 임계점이 다다랐을 즈음 아내는 벌떡 일어나며,

나를 향하여 미소짓는 화장 마친 아내의 입술은 포항 사는

시궁쥐의 육회를 먹은 양 쌔빨갛고,

누구에게 맞은 것처럼 눈은 쑥 들어가 보이고,

잘못 쳐다보다간 눈이 찔릴 것 같은 마스카라....

아무튼 같이 집을 나섰죠... 

 

출발하기 전 아내는 낮선 곳에서 하룻밤 자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더군요...

그러자 그랬죠.

아내는 운전을 좋아합니다, 어쩜 내가하는 운전 스타일을 싫어하는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아내들이, 비용을 아낀다는 명목 하에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며

이혼의 사선을 넘나들다 면허를 취득하면 곧바로 장롱사업소에 면허를 맡기고

언제 운전했냐는 듯이 남편에게 운전대를 던져버리는데, 우리 아내는

전생에 운전을 못하고 죽은 사람마냥 기를 쓰고 운전대를 잡으려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 운전대를 넘겼죠.

 

그 때문에 베테랑은 아니라도,

길거리에서 감히 아줌마 운전사라고 얕보지 못할 운전 실력을

갖춘 것이 누구의 은덕인지 감사하며 사례는 못할망정

혹시나 운전 중 졸지나않을까, 딴생각이나 하지 않을까하여

옆에서 코치하는 나의 말을 빳빳한 마스카라 꾸겨질까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묵살하더이다.

 

늘 그랬듯이 차안에서의 옥신과 각신은 결말이 안난 채,

결혼식장에 도착했죠..,

식을 보고 뷔페에서 식탐을 하는 아내를 달래가며 배를 채우니,

뜬금없이 청도로 가지고 하더이다.

 

청도가 친정이런가? 순간 착각을 했었죠, 뜬금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였죠..

왜 청도를 가고 싶으냐고 물었죠..

뭔가 있을 것 같다나요..?

청도에는 가을이 더 깊을 것 같다나요?

어차피 시간은 흘러야 하니까, 그러자고 혼쾌히 승낙을 했죠..

 

운전대를 잡은 채,

어머나! 어쩜 저렇게 고울까?

여보 여보 저기 좀 봐!

하며 고개를 돌려가며 차창 밖을 보며 운전하는 것이 너무도 위험하여

나는 그만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보고 졸았대나..?

 

요즘 경치가 괜찮은 국도 변에는 이름도 요상하게, 또 모양도 괴상하게 생긴

무슨무슨 찻집들이 많은데, 청도라고 없겠습니까?

 

어머! 저런데서 차 마시면 운치 있겠다.

저 집은 정말 좋아 보이네, 차 한 잔에 만원은 하겠다...

 

알지요, 운치..

 

그리고 멋...

 

아내가 아직도 처녀 때의 감성과, 밝은 마음을 가진 것을..

 

그러나 나올 때 지갑에서 꺼낸 만원짜리 지폐를 아쉬워하며 후회하는

아내이기에, 나마저 거기에 동조하여, 그러네 멋있는 찻집이네... 하면

빠듯한 생활이 빡빡한 생활이 됨을 너무 잘 알기에 애써 모른채 했죠..

 

뭐 잘돼면 제탓 안돼면 조상탓이라던 말이 맞습디다...

결국 목적지를 지나친 것이 내 탓이 됩디다.. 최소한 쌍방 잘못인데...

온천물 이라는 게 말이 온천이지, 땅속에서 나온 뜻뜨 미지근한 물을

보일러에 넣어 덥히는 것이 요즘의 온천 아닙니까,

내가 조선 간섭 다하여 목욕탕을 지나쳤다고 뒤집어씌우는 바람에 불편해진 속을,

여행의 평화를 위해 들어내지 못하고 우회적으로 했던 말을

아내는 동네 목욕탕으로 돌아가자고 해석한 모양입니다. 허허허...

 

주차장엔 왠 놈의 차들이 이리 많은 고, 또 만국기가 펄럭이는 것이

돈 내놔라, 돈 내놔라 하는 것 같아 멋있다거나 외국 같다는 생각은 안들더군요..

요금표를 보는 아내의 표정. 숙박요금 7만원이라는 것을 본 아내의 표정에는

동요가 일더군요...

 

잘 것인가 갈 것인가....

나는 표정으로 내 의견을 말했습니다.

아쉬운 표정으로 바뀐 아내는,

여기까지 왔는데

때나 놓고 가자,...

 

미지근한 물을 덥히긴 했어도 온천은 온천,

흔쾌히 응했죠..

 

아내는 6500원의 본전을 뽑고 있는지,

목욕을 마친 나는 한 시간 반을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따뜻한 온천물에 나른해진 탓인지

졸음이 청도 하늘의 별처럼 차 안에 무수히 내려왔죠...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도전정신이 강하고, 안돼는 것을 되게 만드는 것이

남자들의 좋은 습성이라 한다면, 변화를 싫어하고 매사에 안정된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여자들의 나쁘고도 좋은 습성이라 하겠지요.

 

청도 부산 포항으로 왔는지, 청도 대구 포항으로 왔는지는

딸내미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아내를 보고 집에 와서 알았습니다.

어쨌든 보금자리에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시간에 쫓겼던 것도 아니고,

어찌어찌 되어가지고 이래저래 됐는데,

결국은 나만 죽을 놈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게 이구, 저게 서캐다,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을 가지고 남자가 쪼짤하게 사사껀껀 따지거나

싸울 수는 없는 일이죠..

아내는 본인의 잘못은 비온 날 뒷담 구렁이마냥 두루뭉술 넘어가고,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하게 되면 시골동네 이장처럼 동네방네 방송을 합디다.

 

그러니 내가 죽을 놈이 되지요...

다시는 저 여자와 동행은 안하리라 맘 굳게 먹고 있는데,

이거 가정내의 날씨가 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말입니다.

 

그런 이유 땜시 두 달 전에는

경주 보문단지에 가서 흔히 아내들이 타령하듯 말하는 코에 바람도 주입하고,

그 유명한 쌈밥이라도 사줄까하여 자진해서 여행 제의를 했죠.

 

당근 두 다발이죠...

 

그 호수가 좀 큽디까? 빨리 한바퀴 돌고 점심 식사를 해야 할 터인데,

여우에 홀린 피노키오마냥 아내는 여기 끼웃 저기 끼웃거리며 급기야

길가의 점쟁이한데 사주를 보자 합디다..

 

여자들은 사주를 재미로 볼지 모르지만,

남자는 매사에 비논리적이고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기 싫어하지요,

아무리 이지함 이란분이 명석하고 미래를 계산해내는 신통력을 가졌다 한들,

 

마차바퀴 굴러다니고, 두레박으로 물 푸는 시절을 살면서

얼라들이 귓구멍에 MP3플레이어를 꼳고 다니고, 눈감아도 왼쪽으로 가세요,

똑바로 가세요하는 인공위성 길 안내 시스템이 있는 이 세월을 예측하고

있었을까 하며, 비 논리적인 것을 묵살하는 것이 남자라는 시스템이지요.

 

그런데 아수도 못했는지

책 한권 펴놓고 초라하게 앉아,

길가는 사람들을 애처롭게 다보는 사꾸라같은 그 도사에게

아내는 동정인지 호기심인지 솜사탕 사 달라는 애들마냥

졸라 대더이다...

 

나는 그 사이비에게 우리의 앞날을 물어보기 싫어서,

그래서 힘차게 아내를 견인 했는데,

아내는 자꾸 뒤돌아보며 아쉬워하는 것이 역력하더이다.

 

그러더니 아내는 오는 길 내내 한마디 안하더니

집에 와 밥을 고추장으로 비벼 입에 우겨넣으며

본인의 성을 간다고 하더군요..

그런 애달픈(?) 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청도에서 돌아오니 급기야 자기를 이도영으로 부르라나요..?..

 

이도영으로 부르던 삼도영으로 부르던지 저 여자는 나의 아내입니다.

저렇게 전기에 감전된 개구리마냥 푸르르 떨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를 향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놀라운 인내심을 계속 가지고 지낼 것입니다.

 

내가 아내를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사람처럼 대하며,

아내가 나의 화풀이 다 받아주는 것처럼,

아내 역시 내가 세상에서 제일 만만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화풀이와 하소연을 수시로 늘어놔도

흉이 안 될 사람은 나라고 생각 할 것입니다.

 

오랜만에 바쁜 일도 없는 화창한 주말이기에

아내에게 일박 이일의 온천 여행을 제안했죠,

 

그랬더니

 

평소와 다르게...

 

성을 갈까, 아님 따라갈까 고민을 하더이다.. 

 

어찌 하오리까?

 

만약 성을 간다면 받아 들여야 한나요..?..

 

...

...

...

 

.

.

.

.

 

 

정도영님께서 쓰셨던 글이 너무도 나의 생활과 똑같아 남편의

마음을 대변해 보았습니다만, 글쓰신 분과 그 남편분에게 누가

안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그때 사주를 보셨다면,

 

\"가까운 사람의 청은 성을 갈더라도 거절하지 말지니...\"

 

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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