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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친정 아버지가 보낸 편지


BY 말티고개 2006-12-17

  (휴먼스토리 / 큰애에게)

 

이 글은
\"내 인생의 편지 한 장\" 이라는 내용으로 펴낸
책의 한 단락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흠뻑 배인 글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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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마음으로 네 손을 잡고
결혼식장 들어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손자가 생겼다니
정말 세월은 화살보다 빠르구나.

 

엄마 없는 결혼식이라
신부인 네가 더 걱정스럽고 애가 타서 잠 못 이뤘을 것이다.

 

네 손에 들려 있던 화사한 부케가
너의 마음처럼 바르르 떨리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선하다.

 

결혼식 끝나고도
이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그곳에 남아 서성거렸단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붉어진 네 눈자위가
그만 애비의 울음보를 터뜨렸지.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다
당숙의 손에 이끌려 겨우겨우 나왔단다.

 

큰애야.

 

편지 한 장 쓰지 않고 지내다가
손자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을 받고 이렇게 펜을 들었다.

 

마음이야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시어른이 계시니 전화하기도 불편하고
애비 마음 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친정 엄마가 있었으면
내 속이 이리 어렵진 않았을 텐데
못난 애비가 한없이 한심스럽다.

 

읍내 장에 나가
참깨를 팔아서 금은방에 들렀다.

 

손주 녀석
은수저 한 벌을 고르고 그릇도 한 벌 사왔다.

 

건강하게 잘 크라는
외할아버지 마음까지 한바구니 담아
백일쯤에 전해주려 하는구나.

 

이 다음 손주 녀석이 크면
외할아버지 사랑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겠지

 

아이가 건강하다니
무엇보다 큰 다행이구나.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모양인데
이 세상에서 부모 되는 일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고 들었다.

 

행여라도 네 엄마가 생각나서 그런 거라면
애비 편지 받고 곧 잊어라.

 

귀여운 여린 것 봐서라도
네가 건강한 마음을 먹어야 되는 거 알고 있겠지?

 

슬프고 안타까운 네 속을 애비는 안다.
너그럽게 마음 가다듬고 좋은 생각만 하거라.

 

앞으로 어렵고 힘든 일 생기더라도
슬기롭게 극복해 가리라 믿고 있겠다.

 

시어른들 잘 받들고,
남편 잘 섬기고,
아이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날마다 기도한단다.

 

애비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노인정에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쉬엄쉬엄 농사일도 하고 있으니
내 걱정은 말고 어서 몸 추슬러 잘 살아라.

 

큰애야.
나는 너를 믿는다. 곱게 살거라.

 

- 아버지가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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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딸 \'이선\'씨가
난생 처음 친정 아버지한테 받아서
귀하게 간직하고 있는 편지였습니다.

 

- 우리의 행복은 이렇게 자라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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