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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41

나만 좋은지 ..


BY 혜진엄마 2006-11-20

문을 열면 산이 도화지다
병아리 유치원생이 색칠한  도화지

 

해마다 행복하지만
올핸  참으로  단풍이 고와  더없이 행복하다

 

며칠 전 친구가 집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하기에


이왕이면  뒤쪽으로 가서 기다리라고 한 뒤

하던 화장을 마치고 내려갔더니 


집 뒤 산길을 걷다 내려온 친구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서는

 

\"야! 환상이다 !
\"너네 집 뒷산 죽인다 !.
\"낙엽이며  단풍이며 ...
조 위 쪽  오솔길에서  한참을  가슴 뛰었다는 아니냐


 차암 좋다 햐 !!

 

난 아무렇지 않게  \"응. 좋지   사계절이 다 ..

내가  뒷산 풍경 주제로  글을 써 아는 카페에 올린 것 만 해도
백여 편은 넘을걸  헐 ~~ 

 

봄이면 별 같이 무더기 진 개나리  철책에

초여름이면 아카시아 꽃 향이 창을 닫아도 
비집고 들어와 


시인이 아니 여도 시가 저절로 탄식처럼  입에서 흐르고

 

연두와 초록이 귀따가운 매미울음을
적당히 조율해주는  여름의 고비들도...

 

늙으면 꿈자리는 왜 그리 선명한지

 

돌아누워 침을 세 번 뱉어 보고 다시
모로 눕고 하여도
여전히 머리는 흉흉하니

 

그럴 땐
벌떡 일어나  산 쪽 문을 열어 젖힌다


물기 어린 새벽 공기에

산은  

 

아니 .. 내 뒤뜰  정원은 네게  

 살아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그깟 요망한 꿈 따위에 연연하지 말라  나무란다

 


생명을 지녔고
마음이 있고
눈이 있어


이 모든 아름다움을 통째로  안을 수 있고 ...

이 보다 더 한  축복이 어디 있으랴..


아들이 속을 휘저어 놓아 맥이 쭉  빠졌을 때,


 내 깐엔   절절한 사랑을 바치는데도

 전혀 내 것이 될 가망이  없는 건 고사하고

나만 보면  달아날 궁리만 하는 남자 땜에


가슴이 애증 과 한으로 짜글짜글 타들어갈 때...

 

인간관계 친구 관계  내 못나
다 실패한 것 같아   속이 내 속이 아닐 때도

 

문에 기대어 산을 본다

 

변함 없이 담담하고
잇속 없는 무념한 자연의 모습에 
이곳 저곳서  다친 내   상처를 맡긴다   늘  그래 왔듯이 ..

 

아! 어찌 할거나


이제  바람 불고  눈 내리면 
그땐  정말이지   

 

나 혼자 차지하긴  미안할 만큼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은데 ...

 

바람이 가지를 쳐 음을 만들어 내는 소리.
흰눈이 기기묘묘한 자세로  가지며 솔잎에  매달려
연출하는 ,

 

늙고 나서는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크리스마스 카드 속
풍경도 있고  . 

그리고   또..  많고 많다      아름다운  것들이 ..

 

올핸 단풍이  쉬 질 것 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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