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면 산이 도화지다
병아리 유치원생이 색칠한 도화지
해마다 행복하지만
올핸 참으로 단풍이 고와 더없이 행복하다
며칠 전 친구가 집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하기에
이왕이면 뒤쪽으로 가서 기다리라고 한 뒤
하던 화장을 마치고 내려갔더니
집 뒤 산길을 걷다 내려온 친구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서는
\"야! 환상이다 !
\"너네 집 뒷산 죽인다 !.
\"낙엽이며 단풍이며 ...
조 위 쪽 오솔길에서 한참을 가슴 뛰었다는 아니냐
차암 좋다 햐 !!
난 아무렇지 않게 \"응. 좋지 사계절이 다 ..
내가 뒷산 풍경 주제로 글을 써 아는 카페에 올린 것 만 해도
백여 편은 넘을걸 헐 ~~
봄이면 별 같이 무더기 진 개나리 철책에
초여름이면 아카시아 꽃 향이 창을 닫아도
비집고 들어와
시인이 아니 여도 시가 저절로 탄식처럼 입에서 흐르고
연두와 초록이 귀따가운 매미울음을
적당히 조율해주는 여름의 고비들도...
늙으면 꿈자리는 왜 그리 선명한지
돌아누워 침을 세 번 뱉어 보고 다시
모로 눕고 하여도
여전히 머리는 흉흉하니
그럴 땐
벌떡 일어나 산 쪽 문을 열어 젖힌다
물기 어린 새벽 공기에
산은
아니 .. 내 뒤뜰 정원은 네게
살아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그깟 요망한 꿈 따위에 연연하지 말라 나무란다
생명을 지녔고
마음이 있고
눈이 있어
이 모든 아름다움을 통째로 안을 수 있고 ...
이 보다 더 한 축복이 어디 있으랴..
아들이 속을 휘저어 놓아 맥이 쭉 빠졌을 때,
내 깐엔 절절한 사랑을 바치는데도
전혀 내 것이 될 가망이 없는 건 고사하고
나만 보면 달아날 궁리만 하는 남자 땜에
가슴이 애증 과 한으로 짜글짜글 타들어갈 때...
인간관계 친구 관계 내 못나
다 실패한 것 같아 속이 내 속이 아닐 때도
문에 기대어 산을 본다
변함 없이 담담하고
잇속 없는 무념한 자연의 모습에
이곳 저곳서 다친 내 상처를 맡긴다 늘 그래 왔듯이 ..
아! 어찌 할거나
이제 바람 불고 눈 내리면
그땐 정말이지
나 혼자 차지하긴 미안할 만큼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은데 ...
바람이 가지를 쳐 음을 만들어 내는 소리.
흰눈이 기기묘묘한 자세로 가지며 솔잎에 매달려
연출하는 ,
늙고 나서는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크리스마스 카드 속
풍경도 있고 .
그리고 또.. 많고 많다 아름다운 것들이 ..
올핸 단풍이 쉬 질 것 같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