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행위가 너무 민망했어..
의정부 주칠이가 도착하고 인천의 용칠이도 도착하고
거실에 상을 하나 펴고 아침 내 칼질 해서 만든 소스에 묻혀
싸 먹는 무 쌈과 삼겹살로 한잔씩 하는데
평상시 놀러 온 거라면 모르지만도 친구가 이사 왔다고 들 찾아 왔는데
너무 성의 없이 차린 거 같아 되게 미안하단 생각이 드는 거였다.
하여간 속으로 그러한 생각을 하며 고기를 굽는데
역시나 철두철미한 경칠이가
민망하게도 상이 부실하다고 농담이 아닌 노골적인 표시를 내는 거였다.
그러 길래
찬은 없어도 삼겹살이라도 비싼 거니께(ㅎㅎ) 많이 먹으라는 농을 섞어 가며
남편친구분들 집 들이 하던 날 쓰고 남은 소주병도 돌려가며
위하여도 하고 제법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경칠이가 또
“얘 영영아 백세 주 없냐. 우리 백세주 아니면 안마시잖아~~“ 라고한다.
그제서 아참 얘들이 백세주 좋아하지? 하는 생각에
“ 아이고 내가 술을 안좋아하니 백세주를 미처 생각을 못했어!~” 하고
그제서 백세줄 사러 가기도 뭐해서
“저기 양주 많잖아. 따까? 아무거나 골라 마셔~다 마셔도 돼” 하고
17년산 발렌타인을 한 병, 얼음하고 내 오니 싫다고 해 깔 깔들 웃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담부터였다.
주칠이가 한잔해서 그런지, 아니 평소 한잔 마셨다고 실수 하는 사람은
그동안 없었으니 술 때문은 아닐 것 같은데,
주칠이가 거실바닥에 누워선 연달아 정신 나간 여자처럼 혼자 킥킥대는 거였다.
그러면서 자꾸만 “샤넬이래~~ 샤넬이래~~ㅋㅋㅋㅋ” 하는 말을
주정하듯 그러는 거였다.
난 처음엔 주방에서 설거지 하느라 무심결에 들어서 허투로 들었는데
자꾸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거실을 보니
경칠이와 세칠 용칠이 셋이선 여전히 어쩌고저쩌고 이야길 하고 있는데
주칠이가 혼자 바닥에 누워 딩글딩굴 해가면서
“아이고, 샤넬이래~~샤넬이래~~ㅋㅋㅋ ” 계속 그러는 거였다.
그래 아니 쟤가 또 뭐가 못마땅해 저러나 하고 하던 일을 하며
생각하니
아까 인천친구 용칠이가 오자마자 세칠이 입은 바지를 만지며
“이 바지 이쁘다, 어디서 샀니??” 하고 물었었다.
근데 그때 세칠이가 별 바지 아니라는 듯 “어, 이거~~ 샤넬거야” 라고 한거 같았다.
그리고 핸드백은 미국에 갔다가 지 동서와 쇼핑하면서
1백만원씩 주고 샀는데 동서가 두개 사고 자기보고도 하나 더 사라는 거
하나만 사왔더니
나중에 하나 더 살껄 하고 후회가 되더라는 이야길 했다.
그랬다고 주칠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그때부터 어린애들처럼 계속
경칠이와 정당하지 못 한 늠침한 눈 짓으로 눈을 마춰 가면서
연신 샤넬샤넬 하고 샤넬 바질 입은 세칠이를 낮이 뜨거울 정도로
비아냥대는 거였던 것이다.
거기다 전화만 붙잡았다 하면 다른 내용은 단 한마디도 없고
오로지 첨부터 끝까지 세칠에 대한 이야기거리로 논제를 삼고, 친구로서
단 한번의 좋은 말은 없이 흉만 보곤하던 경칠이가
막상 세칠이 앞에 있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딱 떼고는
세칠에게는 아주 푸근하고 노글노글한 대화를 친절하게 주고받으면서
주칠이와는 계속 눈짓으로 세칠을 비아냥대는 처사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그 쯤 되니 누가 대놓고 찬물을 키언 듯 뭐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고연히 용칠이와 나는 중간에서 (걔네들이 왜 그러는가를 아니,)
입장이 난처 해져가지고...주칠이가 뭔 소릴 하는 건지 못 들은체하며
분위기를 이완 시키느라 이말 저말을 해야 했다
세칠은 그런 뭔가 묘한 분위기에 대해서 눈치를 챘는지 못챘는지 모르지만,
나는 2년 만에 다시 모인 자리에서 왜 들 이럴까 하고
실망하는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물론 전부터도 안 된 친구에겐 안타까워하는 듯 하면서도
자기보다 잘 났거나 좀 잘 나간다 싶은 사람에겐 친한친구인데도
노골적으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듯한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느낄 때가 가끔 있어서
허전할 때가 있었지만은....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