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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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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친구라는 이름이 나를 슬프게 했다<그녀>


BY 영영 2006-11-07

 

<그녀>

 

수원으로 이사를 오니 일산하고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진 관계로

친구들과는 어쩌다

큰맘이나 먹어야 간간히 소식이나 주고받을 뿐 자연 모임에는 불참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세칠이가 한번 수원에 볼일 때문에 왔다고 온 김에 잠깐 얼굴이나

보고 가겠다고 연락이 왔걸래

급히 나가 수원역 앞 찻집에서 한두 시간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길 나눈 거 하고

연말에 서울경기동창들 송년모임자리에서 왁자지껄하게 다같이

만나 본 게 다였으니 최근 그녀들 사이에 분위기가 어찌 돌아가는지도

관심이 멀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수원역으로 세칠이 왔다 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들의 우정에 예상치도 않았던

금이 가는 먹구름이 닥칠 줄이야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지..


세칠이가 다녀 간 후 주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번에 찻집에서 세칠에게 어쩌면 내가 도루 일산쪽으로 이사 가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친구들에게 전달이 되었는지

이사는 언제 올 거냐고 올 거면 빨리 오라는 반 농담 식으로 말하더니 말끝에

세칠이의 이야기를 꺼내는 거였다.

그러며 너가 이사 가고 나서, 한동안은 인천에 사는 용칠 이라는 친구하고

자주 왔다 갔다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몇 달간 서로들 시큰둥해서 자주 만나지도 않는데다

분위기가 안 좋아 졌는데

그러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세칠에게 문제가 많다는 것이었다.


주칠이의 말인 즉은,

새칠이가 하는 행동과 말마다 너무 신빙성이 없는데다가 그때그때마다

하는 말이 다르고 너무 사는 척 우아한 척 뽐을 잡고과장이 심해서

만날 때마다 그녀로 인해서 비위가 너무 상해서 껄쩍지근하고 괴롭다는 거였다.

그와 같은 생각은 저 뿐만이 아니라 세칠이와 가깝게 사는 경칠이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주칠이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나도 세칠에 대해서 주칠이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는 수긍은 할 수 있지만도

그건 세칠이가 우리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닐 뿐더러

지금은 다들 성인이 된 아줌마들이고 서로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주칠이가 저리 심각하게 말하니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주칠이의 성격이 또 원래  전부터도 대체적으로  누구의 흉을 잘 보는

성향이 많았던 지라.. 

사실은 그동안 만나오면서도 그 점이 좀 그랬었는데 이번에도 그러련 하고

\" 아니 니들은 이제껏 만나고 잘 지내 왔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레 왜들 그러니? \" 하고

별스럽지 않다는 듯 주칠의 말을 받았다.


그랬더니 그동안은 만나왔어도 세칠이 걔가 그런 애라 는걸 전혀 몰랐었지만

요즘 들어 걔가 하는 행동을 보니 너무 웃기고 그렇더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영영이 넌 세칠이와 한동네서 자랐으니 걔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지

않았느냐는 거였다.


그러니 주칠이 말도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는 말이었지마는 그러나 그거야

누구에게든 성격의 개성과 장단점이 있는 건데

솔직히 결혼 한 후에도 세칠이와 가까이 살면서 친구로서 아쉬웠던 때가

한번도 없었던 건 아니지마는,

그래도 세칠은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이기적이지 않았고 어쨌거나 우리는

다 같은 친구라는 걸 생각하면  그런 것들은 되게 미비한거에 불과한거였다.


여기서 잠깐 세칠이와의 스무 살 때쯤의 기억을 잠시 더듬어 보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세칠이와 또 다른 친구 두 명과 나는 네 명의 친구였었다.

친구들 중에 세칠이가 가장 성숙했으며 인상이 강해서

자기는 얼굴이 무기라고 우스개 소리를 할 만큼 그리 생겼었고

나머지 두 친구는 그런 대로 미인 형으로 예쁘게 생겼었는데

그중에서 내가 좀 순해 보이고 눈에 쌍꺼풀이 있다거나

머리에 파마를 하고 멋을 낸 그런 것도 아닌데

어디를 가면 지나가는 여자들이 내 얼굴을 빤히 한번씩 쳐다보기도 하고

주변에서 참 예쁘게 생겼네요. 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다.


그런 마스크에 비해 나는 좀 명랑하지만서도 정교하고 보수적인 아버지와

형제들 밑에 자란 때문이었는지 나이답게 까지질 못하고 순한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총각들이 세칠이와 시비가 붙다가도 꼭 내 쪽으로 주목을 하곤 했다.

그런다고 친구들은 내가 남자들 앞에선 엉큼한 내숭이라고 

은근히 몰아붙였다.

(사실은 주변남자들이 날 좋아한다는 걸 정작 나는 모르고 있고,

어른스럽던 그녀들이 항상 먼저 눈치를 깠기에..)


난 진짜로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일부러 내숭을 취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순진해 보이고 만만해 보이니 총각들이 그러는 것뿐이었는데

억울하게 그런 질타를 받곤 해서 답답해하곤 했었다.


그러다 한번은 매일을 날 찾아오다시피 하여 \'보소 한번만 꼭 한번만

이야기좀 해 보입시다.. \'하고 만나 달라고 성화를 대는 키가 커다란

경상도 청년이 있었는데

그 남자가 하도 그러니 딱하고 마음이 약해져서 한번만 만나서

담부터는 오시지 말라고 이야기 좀 해볼까? 했더니

그건 안 된다고 저 사람이 널 꼬실라고 하는 건데 아예 넌 저 남자와 얼굴을 마주칠

생각도 말라고 세칠이가 중간에서 어찌나 딱 막고 서서 완강하게 그러던지

난 처음엔 그 사람이 싫었지만 속으로는 한번쯤 그 사람과 이야기 해 볼걸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하지 말라고 반대하는 세칠 이와 친구들에게 흉잡힐까봐

아무 소리도 못하고 벌벌 떨던 기억이 있다.


세칠 이는 나에게 뿐만 아니라 고연히 옆에서 남자애들이 우리에게 말 걸고 찍쩝대면

앞에 탁 나서서는 “우린 쓸데없이 남자들과 놀 시간이 없는 여자들 이예욧”

하면서 어찌나 사납게 굴던지.. ㅋㅋ

그래서 “인천 자유공원에서 인하대생들과 잘 될 뻔 했는데

세칠 이 너 땜에 무산되었노라“ 는 농담도 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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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칠이는 결혼해 아줌마가 되어서도 절대 헤프지도 않지만

비교적 중립을 지키려는 편이고 미스 때처럼 의리도 있는 편이라

그렇게 함께 함이 불편하다거나 그러지는 않는 친구였다.

그리고 남편의 사업이 잘 된 편이라 통장에 현금을 몇 억씩 넣고 있어도

친구들 앞에서 대놓고 있는척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걸로 아는데

그날은 주칠이가 하도 심각하게 이야길 해서 가만 듣자하니

세칠에게 문제가 심각하고나 싶은 맘에

“아니 세칠이 걔는 왜 그런다니~”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에..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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