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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61

인연...


BY 올리비아 2006-11-06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어야 할 인연은 몇이고..

 

끊어야 할 인연은 몇이나 될까..


살다 보면 맺고 싶어도

맺지 못할 인연이 있는가 하면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맥주잔 채우듯 거품까지도

가득 채우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소주 잔 비우듯 한순간에 톡 털어버리고

캬 한마디 토해 버리고 마는 인연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린 평생을

수많은 인연과 인연 속에서

 

웃었고 울었고...

그리고...웃고 울을 것이다.


수많은 인연 속에서

매 순간 한 공간에서 함께 해야 할

 

인연들이 때론 날 지치게도 하지만


가끔 만나는 친구와의 인연은

깊은 산속 휴양림과 같다..


그 친구와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올라간다.


중학교 시절 합창단에서 처음 본 그 친구를

다시 같은 고등학교에서 우연히 만나

 

짝꿍이 되어.. 지금까지 인생짝꿍이 되었다..


30년전.. 단발머리 소녀에서 어느덧

뽀글머리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으니


이젠 거울 속의 나를 보듯 너를 본다.


굵고 검은 그 머리칼은

어느덧 가늘어져 여백이 보이는 모습을

 

우린.. 30년 전...

상상이나 해보았던가..


한해가 저물어가는 가을이면

우린 늘어진 뱃살 꾸겨 넣으며

 

소녀처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뒤늦은 시간 해질 녘 속리산

법주사 마당을 한가로이 거닐며


너와 내가 주고받은 이야기는

깊은 산사의 적막에 묻혀버리고


말없이 삼배하는

너와 나의 어깨 위로는

 

삶의 무게로 지쳐 보였다..


올 가을 단풍은 아름답지 않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내 눈엔 모든 게 다 아름답더라..


산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과 함께

속리산을 나오면서 잠시 들른 기념품 가게..


그곳에 있는 신기한 물건들을 보며

장난끼 가득한 내가 엉뚱한 질문을 하면

불심 가득한 넌 눈을 흘기곤 하였지..


그리곤 무언가를 신중하게 골라

친구가 건네준 작은 천하나..


“이게.. 뭐야?”
“글이 너무 좋아서...식탁유리 안에 넣어도 좋고

액자해도 좋고..우리 둘이 하나씩 갖자”


친구가 건네준 천 위에

써져 있는 짧은 글귀를 본 순간


난 친구의 마음을 품듯 내 가슴에 품었다.


“그러자..”


흰 여백을 존중하듯 그려진

간결한 그림과 글.. 


그 천위에 써져 있는 짧은 여덟 글자의 조합이

이렇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음이 새삼 놀라웠다.


친구 앞에서 그 글귀를 읽었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


그래... 친구야..

우린 참 좋은 인연이구나..

 

하루종일 입안에 맴도는 말..


참.. 

좋은 인연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 앞에서도 읽어 주었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


그리곤 

이곳의 님들에게도...

읽어 본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


참.. 

좋은 인연이고 싶습니다..


세상엔 이렇게..

좋은 인연들이 가득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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