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열시에 출근 두시간 동안 백오십명 먹을
점심을 해대는 일이란 여간 바쁜게 아니다.
하나하나 일을 하다보면 머리속엔 주방안에
모든 일들의 순서가 꽉 잡혀져 간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점심 준비를 끝내고 모두 앉아
아침겸 점심들을 먹는다.
난. 혓바늘이 돋아 먹기가 싫어 가게 앞 꽃밭에 나가 물을 주었다.
병아리색 노오란 백일홍은 하나둘씩 예쁜 꽃씨로 시들어 가지만
옆에 있는 분꽃나무가 있어 쓸쓸하지는 않았다.
거름이 없는 수세미는 잎만 무성하게 자랐다.
한번 . 휘익 호스로 물을 뿌려주고 들어 오려는데
현관문이 얼룩 져 있기에 서빙하는 언니보구 좀 닦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들은 척도 안한다..
얼른 장갑을 끼고 현관으로 나가 닦으려는데
불호령 같은 그이의 큰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는
그냥 들어오고 말았다.
가뜩이나 주인된 입장에서 현관문좀 닦으라고 했어도
파트타임이란 시간에 오는 사람이라서 들은척도 안한 것일까.
가뜩이나 속이 상했던 차였는데
그이까지 바쁜시간에 무슨 유리창이냐며.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화가 나서 부엌으로 들어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종업원들 앞에서 아내에게 대하는 태도가 너무 기분이 나빠
그냥 지나가기엔. 너무 화가났다.
내가 뭐 잘못했어요?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 했다.
금방이라도 때릴것 같은. 언성..
아. ! 슬프다.
잘해주는것도 싫다. 예쁜 옷 사주는 것도 싫다.
제발
목소리 낮추어 말했으면 좋겠다..
점심시간은 다가오구. 화냄도 속상함도 아우성속에 묻어버렸다.
뒷들에 나가 내가 만든 꽃밭에 피어난 분꽃 앞에 앉았다
속상해 하지 말아요 .내가 웃음이잖아요.
난 마음을 풀어 분꽃속에 물들었다
저녁시간.. 아픈 친구가 있어 한시간 일찍 나와 병문안을 갔다가
돌아 오는 길.. 버스가 뚝방 옆을 지나간다.
일년만에 걸어 보는 뚝방길..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아. ! 이 자유함과 맑은 공기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싸움 덕분에 화가나서 혼자 자유롭게 버스타고 집으로 오는 길
행복했다.
종점 담밑에 내가 심어 놓은 분꽃이 궁굼해 오는 길에 가 보았다
이십미터는 분꽃이 늘어져 꽃을 피웠다.
밤이라도 좋아서 이쁘게 피어 웃고 있다
오랫만에 엄마 왔냐고 모두들 반긴다.
한잎한잎. 쓰다듬어 주며 입 맞춤도 해 주었다.
몇년전. 추운 겨울 운동하러 종점 담밑을 지나가는데 그 길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봄이 되면 분꽃을 심어야지 하고 심었더니
몇년이 지나도 늘 그 자리엔 분꽃이 피어난다.
사람들 오가는 길 분꽃을 바라보며 고향집 생각나라구 심어 놓았는데.....
싸움 덕분에 산책도 하며 내 사랑 분꽃도 만나보구 왔으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