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9

비바람이 불던 날


BY 풀피리 2006-09-10

사회생활을 할 때 기숙사 생활을 했었다.

주말 저녁이었던 것 같다.

퇴근을 하고 자취하는 친구네 집으로 가기 전

슈퍼에 들러 우리는 김밥 재료들과 과일, 음료수를 사서

친구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 김밥 재료들을 다듬어서 씻은 후

맛있는 김밥을 말고 도시락을 챙기면서 음료수와 과일도 베낭에 함께

챙겨 놓고 남은 김밥 꼬투리를 하나씩 나눠 먹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예약해 놓은 부산행 완행열차에 친구들과 몸을 싣게 되었다.

우리들이 구미에서 출발할 때에만 해도 날씨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었는데

이른 아침에 부산에 도착하고 보니 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던 초봄 날씨가 춥게 느껴졌다.

다행히 부산역 앞에서 비닐 우산을 팔고 계시는 아주머니가 계셨다.

우리는 천원짜리 비닐 우산을 하나씩 사서 쓰고 태종대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친구들과 큰맘 먹고 부산을 갔는지라

비가 내린다고 해서 돌아설 수가 없었다.

태종대에 도착을 하니 비는 약했졌는데

심한 바람과 함께 거센 파도가 밀려 왔다.

그래도 우리는 추억을 남기려고 거센 파도가 밀려오는

와중에도 비닐 우산을 쓰고 자갈밭 태종대 바닷가에서 포즈를 잡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

비닐 우산이 힘없이 휘어지고 찢어지고 비바람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태종대 바닷가를 거닐다 보니 날씨는 춥고 배가 고팠다.

비바람으로 인해 도시락을 먹을 수가 없어서  우리는 근처 식당을 찾았다.

따끈한 국물이 그리웠다.

우리는 태종대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비바람으로 인해

도시락을 먹을 수가 없다고 자초지종을 말씀 드렸더니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는 따끈한 국물에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겠끔

배려해 주셨다.

그 때 먹은 따끈한 국물이 아마도 구수한 된장국이 아니었나 싶다.

고마운 마음에 주인 아주머니께 김밥과 과일도 나눠 드렸다.

따끈한 국물과 김밥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우리는 태종대 근처를 둘러보고 부산역으로 와서 경부선 상행열차에 올랐다.

빡빡한 시간내에 태종대를 둘러 보면서 많이 걸어서 그런지

기차에 오르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친구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교대로 잠을 잤던 것 같다.

앨범을 넘기면서 그 때의 사진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태종대의 파도소리도 들리는 듯 하고 말이다.

밤기차를 타고 여행했던 친구들이 어디서 살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만나지 못한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친구들아, 보고 싶구나.

잘 지내고 있는거지?

다음에 만나면 너무 많이 변해서 알아 볼 수가 없는 건 아니겠지?

난 아가씨 때 날씬한 몸매는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