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71

애인에게 또 다른 애인(2)


BY 개망초꽃 2006-09-07

외국에서 조차 용납이 안 되고 우리나라에선 씨도 안 먹히는 일처다부제는 문명의 혜택을 덜 받는 아프리카나 이와 비슷한 후진국에서나 겨우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선 미국 어느 마을에서 이런 사람들끼리 모여 산다고 하는데, 후유증이 많다고 한다. 그러는 반면 일부다처제는 우리 할머니 시절까지도 성황리에 치러졌었다. 여자입장에선 신경질 왕창 나는 억울하고 더러운 풍습이지만 일처다부제는 부럽기만 하다. 밤이면 내 맘 내키는 남편 방으로 들어가서 화끈하게 일을 치루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침이 꼴까닥 넘어간다.


순결, 내가 젊었던 시절엔 순결하라고 배웠다. 남편 될 사람한테만 몸을 줘야해서 지켜져야만 한다고 어른들한테 듣고 또 들었다. 그래야하는줄 알고 자랐고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을 때는 그게 정신에 박혀 버려서 남자를 만나 석 달이 지나야만 손을 잡아야 하는 줄 알았다. 여고시절엔 남학생과 옆에 붙어 있어도 큰 일 나는줄 알아서 날 좋아한다는 한동네 남학생이 다가오면 일 미터는 떨어져 몇 마디 얘기만 나눴었다. 남학생과 손을 잡으면 학교에서 정학을 맞는 줄 알았다. 미성년자 금지 영화를 보면 안 된다고 해서 한번도 그런 영화를 본적이 없다. 안된다면 무조건 안 되는 줄 알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았다.

성인이 돼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데이트는 했어도 지킬 건 지켰다. 지킬 것이 왜 지켜야하는줄도 모르면서 그냥 지켰다. 서울에서 오래 살고 직장 생활을 시청 앞에서 몇 년을 했어도 명동 칼국수를 먹어 보지도 못했고, 서울 지리도 몰랐다. 이걸 보고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는 것이겠지. 이런 여자를 보고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말이 나왔다고 본다.


지금의 나는 애인을 두고 또 다른 애인을 만들 수 있는 여자가 한편으론 부럽다. 재주가 좋다고 말하고 싶다. 외모가 받혀주고 성격이 받혀줘야 하기에 이것도 능력이다. 애인을 여럿 둬서 바쁘고 멋 부리고 놀러 다니고 돈 쓰는 사람들이 한편으론 부럽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와 생활의 여유와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면 사랑에 욕심이 많고 정에 굶주리고 한사람한테 만족 못하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한사람만 목매달고 구속하고 기다리고 주우장창 한길 밖에 모르는 사람도 문제가 없는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에선 두 남편 사이에서 임신을 하고 애를 낳았다. 누구의 씨인지 여자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누가 아빠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 아이는 분명 내 아이가 맞아. 이렇게 당돌하고 당차게 두 남편에게 말을 하고 두 남자를 이용해서 아기를 키운다.


애인이 여럿 있는 사람들은 그런다. 만나는 애인마다 그 순간은  감정에 충실했어. 다 첫사랑이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이니까. 이 사람은 이게 문제가 있어서 다른 사람을 만나 채워야 했어. 그 사람은 결혼한 사람인데 나를 애인으로 뒀으니까 나도 양다리를 걸쳤어. 숫자상 공평하지 않니? 어…….어, 맞다.


세상에 반은 남자고 반은 여자다. 그 반반인 이성 중에서 눈이 맞고, 느낌이 오고, 몸이 가는 이성이 딱 하나만 되라는 것은 도덕적인 책에서만 있다. 다양한 삶 속에서 부대끼며 살다보면 이 이성에서의 매력이 다르고, 저 이성에게 다른 매력이 보일 수 있다.

특히 남자들은 정신보다는 육체가 먼저 다가선다고 하지만 여자들은 다르다고 본다. 하긴 요즘은 여자들도 안 그런다. 여자들이 먼저 대담하게 나와서 남자들이 겁을 먹고 눈을 꿈뻑거릴때도 많다고 하니.......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실로 잘하고 있는건지 헷갈린다. 공평하게 집에서 밥을 먹고, 부족하면 간식도 나눠 먹고, 색다른 분위기에서 외식도 침을 질질 흘려가며 게걸스럽게 같이 먹게 되었으니…….여기서 밥이란 부부사이를 말하고, 간식이란 일회용 만남이고, 외식이란 다른 이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겠지만…….


소설의 끝은 미친 세 사람이 아기를 키우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나라에선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도 되지 말아야할 결혼이기 때문에 이렇게 끝을 맺었나보다.


유치한 발상이지만 나는 조강지부가 아내를 죽이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잔인하게 죽였으면 했다. 그러나 그건 이 천년 전 소설이나 그랬겠다. 지금은 이천하고도 6년이기 때문에 유치하고 뻔한 결말을 짓지 않았다.


그 여자, 애인이 셋이라는 여자. 우리 생각만으론 세 남자 중에 한 남자가 여자를 죽지 않을 만큼 패주기를 바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그 여자는 옷도 잘 사 입고 화려하고 찬란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나 자주 죽을상을 하고 다니고, 술을 왕창 먹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한다. 남자는 흔하지만 이 세상엔 완벽하고 완성된 남자는 없기 때문이다.

 

 애인이 하나밖에 없거나 하나도 없는 나는 눈물을 흘려도 한 남자 때문에 울고, 고독하긴 해도 다시 사랑은 올 거야 하며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하루하루 살고 있다. 그러나 속으론 두 남자 품에 번갈아 안기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긴 하다. 나도 동물적인 본능이 살아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