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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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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퉁퉁 부었어요


BY 올리비아송 2006-09-01

 
학원에 간 큰 딸은 오려면 아직 멀었고 작은 아이는 감기로 인해 입맛을 잃었는지
한참 야단스럽게 정신을 홀딱 빼놓고 놀더니  밥도 안먹고 이내 잠이 들어 버렸다.
더운지 이리저리 뒤척이며 자는 모양새가 아마도 속도 비어서 그러나 보다 생각이드니 속이 아려온다.
 
 
 
 
 
오랫만에 작은아이가 일찍 잠이 들어 오붓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밥을 안먹고
자고 있으니 에미맘이 계속 편치않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공지영의 새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펼쳐 들었다.
책을 읽는 도중 큰 아이가 들어왔고 남편이 들어왔고 난 계속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편과 큰 아이는 나의 독서 삼매경에 동조라도 해줄 요량인지 불켜진 작은
아이방에 왔다가는 그냥 나가버린다.
 
 
 
 
 
몇장을 남겨둔채 그냥 잠들어 버릴까도 싶었다.
그냥 그 상황에서 덮어 버리면 끝은 나 혼자서 상상하면 될 일인데
그러면 더 속이 편할 것 같았다.
나에게도 아직 넘실대는 눈물의 샘이 마르지 않고 있었나보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콧물과 범벅이 되어서 티슈를 찾을 겨를도 없이
티셔츠 자락을 적셔 나가고 있었다.
 
 
 
 
잠든 작은 아이는 이리저리 유영이라도 하듯 빙글 빙글 돌며 잤나보다
머리가 아빠의 발채에 와 있다.
다시 자리를 잡아주고 저녁바람이 싸늘하게 들어오는듯 하여 모든 창문을 닫아버렸다.
불을 끄고 비디오의 시계를 보니 1시03분이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닌데 자리에 누워도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감정의 계곡에 탈이라도 났는지 또 코끝이 찡해져 온다
 
 
 
 
 
나이들면 감정이 여려져서 눈물도 많이 나고 괜한거에 슬퍼지고 그런다던데
이리뒤척 저리뒤척 작은 아이를 따라해본다.
다시 시계를 보니 1시 47분이다
두 코는 이미 막혀서 입을 헤 벌려야만 호흡을 할 수가 있다
팽~하고 코를 풀어보니 귀만 먹먹해질뿐이고 입만 말라온다.
 
 
 
 
 
공지영의 소설은 아마도 봉순언니와 수도원 기행을 두개로 하여 처음이자 끝이었는데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걸 주고 가는가 싶다.
좀처럼 이미 읽은 책은 다시 펼쳐보는 성격이 아닌데  아침에 다시 내동댕이 쳐져있던 책을 들고 다시 추스려 앞장을 열어본다.
그 속에 어젯밤 눈물 콧물 뒤범벅 되어 잠 못 이루던 한 여인이 있었다.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책일 것 같다.
영화로도 나오게 된다고 한다.
목에 걸려져있는 목걸이가 왠지 답답함을 느끼게 해줘 뒤로 졎혀진 목걸이를 앞으로 돌려보니 조금 편해져온다.
 
 
 
 
작은아이 어린이집 차를 기다리는데 작은아이 친구가 엄마랑 손을 잡고 우리집앞으로 온다.
\"어머 지원이 어머니 눈이 왜 그러세요? 퉁퉁 부으셨어요...어디 아프세요?\"
 
 
 
 
네...저 마음이 아팠거든요 어젯밤에...어제밤 한 남자를 보내야 했거든요. 
우리들의 이기심으로 아니 정의라고 일컬어지는 정의 실현으로...
그래서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잠도 못 이루고 하다보니 이렇게 눈이 퉁퉁 부었거든요 그리고 아직 저에게도 눈물이란것도 존재하나보다 느껴본 밤이었거든요.
 
 
 
 
오늘아침은 어제보다 더 서늘함이 옷깃을 스친다.
커피에 설탕을 조금만 넣어서 먹어야 겠다.
어제의 설탕 커피국은 날 질려버리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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