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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날마다 이혼을 꿈꾸며


BY 라헬 2006-08-28

꿈꾸는것은 누구에게나 자유야.

난 그렇게 생각해. 현실이야 어떻든간에 꿈을 꾸는것은 자유라고.혁명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고 말했어.불가능한 꿈.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그저 꿈으로만도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꿈.그는 어줍잖이 꿈을 꾸는 세상을 향해 이렇듯 도발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어.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날마다 이혼을 꿈꾸는 나는 꽤나 충실했던것 같아.불가능한 꿈을 꾸는것에 말이야.꿈이란 아름다운것과 버블처럼 부풀어가는 상상력에 대한 끄트머리,혹은 노력하고 애씀의 결말에 붙여야 최대한 훌륭할법한 꿈을 나는 칙칙하고 음울한 이혼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 꿈을 실현코자 날마다 지휘관이 되어 스스로를 진두지휘해나갔어.


삶은 결코 만만치 않아.자고나면 바람의 사위마져 낯설어지는 땅에서 도무지 내것이라고 움켜쥐고 살기엔 나는 너무 모질지도 못하며 가혹하지도 않았어.누구에게냐구? 누구면 뭘해.그냥 그렇다면 그런거지.새삼스레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며 삶에 관하여든지 혹은 아이들에 관하여든지 대화를 나눈다는것은 겸허하지 못한 지난 삶에 대한 반역인것처럼 서로에게 충분히 냉소적이었어.


복잡한 리아시스식 해안보다 더 복잡난해한 구조적 腦를 지닌 나.맞아.언제나 내편에서 먼저 반칙하듯. 단순하며 삶의 방식이 꽤나 명료한 그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언제나 문제가 많은 여자임에는 틀림없었을거야.옳고 그른것에 경직된 잣대를 대기에는 그는 마음껏 자유했어.식탁에 앉아 어깨를 들먹여가며 손수건으로 콧물 눈물 닦아내는 궁상따윈 난 하지 않아도 될만큼 그가 추구하는 자유는 언제나 나를 毒한 여편네처럼 서슬퍼렇게 만들었지.


어느해 겨울밤.새벽에 일어나 장롱문 열고 켜켜히 쌓인 솜이불 사이로 머리를 쳐박고 소리내어 울었던 기억.아마 그때는 나도 꽤 순수한 여편네였어.사랑스러울만큼.이혼이라는 단어는 꿈에라도 몰랐으며.누구의 잘못으로 인한 다툼끝에라도 문밖을 나간다는 것은 상상할수 없었을만큼 난 충분히 여린 심성의 초보 새댁이었어.이때.나 갑자기 웃고싶어.나도 그럴때가 있었군...


하긴 날마다 거사를 꿈꾸는 나와, 절대 여우처럼 사랑스럽다던 아내에서 이제는 제발에 놀라 스스로 나를 호랑이처럼 무서워하는 그와의 피튀기는 접전이 없어도 살얼음걷듯한 적과의 동침에서 느끼는 묘한 스릴감은 심드렁해져 어디서 굴러 자빠져 자는지 관심도 없는 열악한 남녀지간보다 조금 나은듯해보이지만.그래도 어쨌든 나는 헤어져야만 내가 살길이라는 거대한 꿈에 날마다 도전했어.


[술마시고 들어가면 니 각시 조심해라] 라고 스무해넘도록 친정아버지 보다 더 사랑한 나의 시아버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어.이야기즉슨,며칠전 뉴스에 밤마다 술에 취해 가족을 괴롭히는 남편이 만취되어 잠든사이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켰다는 사건이었어.그랬다잖아.아이고 아버지 절대 그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예요.걱정마세요.하며 두손을 훼훼 저어드리곤 집에와서 고스란히 내게 일러바치던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어.내가? 정말 의문부호가 머리에서 팽이처럼 팽팽 돌아갔지.????


사랑해.아니 그이 말고 그 혁명가 말이야.좋아.평범한 꿈타령에 젖어 시나부나한 인생들에게 한방 먹인거지 뭐야.내가 한마디 덧붙여 말하고 싶었어.이사람.아니 이남자 말이 맞아..절대 불가능한 꿈은 꿈이야.그리고 단 한번이라도 이뤄지는것은 꿈이 아니고 성취라고.


왜 그는 러시아 사람이 아니지? 난 러시아가 좋았어.몰라 그냥 차가워 보여서 좋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건덕지가 없어도 그저 러시아가 좋았어.그러니까 게바라든지.기형도(빈집)라든지.제발 러시아가 출생지이길 바랬어.


이게뭐야.날마다 이혼을 꿈꾸면서.아니 그 이혼을 꿈꾸게 하는 파렴치범이 그가 아닌 혁명가,혹은 시인이었다구? 아니지.헷갈리게 해서 교묘히 빠져나가는 그를 나는 오늘밤에도 복수의 칼날을 갈며 이혼이라는 나의 꿈에 퍼즐을 맞춰가고 있어.가끔 퍼즐속에 내 아이들이 웃고 있어서 나도 웃어.괜히 실실거리고 웃어.사랑해.내 새끼들.쪼옥.하고 입을 맞추다 보면 퍼즐이 와르르 하고 쏟아지지.가슴에서 몽글거리고 모성이 의젓하게 피어나.난 실패했어.오늘도.그러나 희망이 있어.내일도 그 불가능한 꿈을 꿀수 있다는 사인이 주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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