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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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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이면 ( 추억여행)


BY 김효숙 2006-08-22

 

어릴적엔 비오는 날이면 

논두렁에  나풀거리는 피마자 잎사귀를 뜯어

우산을 쓰던 고사리 같은  모습이 생각납니다

 

산에서 친구들과 진달레 꽃을 따 먹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할까 생각하다

도토리 큰 잎사귀를 뜯어  가느다란 나무를 잘라

엮어 가며 우산을 만들어 쓰던 일이 생각 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머언 산골짜기에서 흘러 내리는 흙탕물 속에

서울서 시골에 묘지를 쓴 사람들이

장사를 지내고 술먹고 버린 소주병이 물에 떠내려 오다

깨지고  깨져  개울가 까지 내려오면

어린 꼬마들은 여기저기 박혀 있는 유리조각을 모아

엿장사에게 주고 엿을 바꾸어 먹던 기억이 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감꽃이 떨어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이던 기억이 납니다

살금살금..감꽃나무 밑에 가 하얗게 떨어진

하얀 감꽃을 주워 실에 묶어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주인집 강아지는 큰소리로 멍멍 짖어대고..

우리들은 마음 졸이며 감꽃을 주웠던 생각이 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마당에 멍석을 깔지도 못하구

툇마루에 앉아 앞논에서 울어대던  개굴이들의

합창소리에 엄마 무릅을 베고 잠이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엄마가 사 놓으신 굵은 얼레미 엄마 몰레 가지고 냇가에 나가

미꾸라지 잡던 생각이 납니다.

흙탕물속에.. 발을 수풀속에 도도도.. 하며 얼레미 속으로 몰다가

불어난 흙탕물에 고무신은 떠나가 버리구.돌아오면

엄마한테  혼이나 풀이 죽어.

저녁때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슬퍼하던 생각이 납니다.

예쁜 꽃 고무신.. 추석이나 명절때 사 주시던 꽃 고무신이 생각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장독대 옆에 빨갛게 피어난 봉숭아 꽃이 생각납니다

밤이면 엄마가 고양이풀을 뜯어 소금을 넣고

봉숭아 물을 들여 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커다란 상을 펴놓고

엄마가 홍두께로 밀가루를 반죽해 분이 나는 감자와 금방 밭에서

따 가지고 온 호박을  숭숭 썰어 넣고 칼국수를 해 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가마솥에 지푸라기 깔고  이스트 넣고 

반죽한 밀가루속에 팥 앙금을 넣고 빵을  쪄 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밤새  뒷동산  밤나무 밑에

알밤이 떨어져 있을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꼴딱 밤을 새우고 새벽에 일어나 제일먼저 뒷동산에 올라가 

비에 맞아 떨어진 알밤들이

여기저기.누워있는 모습에 온산은 함박꽃 같은 웃음에

메아리가 쳐지곤 했었습니다

가슴가득  부풀어 오르도록 주워 안은 알밤때문에

따가운것도 모르고 웃던 기억이 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십리길을 걸어가면서

밤새 비에 씻기운 신작로에 공기 돌 들을 주으며 웃던 생각이 납니다.

학교 가는길.. 커다란 냇가에 물이 불어나면

우리들은 학교를 갈 수가 없어 신나서 웃으며

집으로 돌아오며 싱아를 꺾어 먹던 생각이 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철뚝길을  따라  친구네 포도밭에 가서 원두막 지키는 아버지 몰레  살금살금 들어가  따 준 포도를 치마에 가득 안고 돌아오며 행복해 하던 생각이 납니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아름다운 추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비를 맞고 싶어도 이젠 그 모습이 아름답지가 않습니다.

비를 맞고 싶어도 이젠 그 모습이 쓸쓸해 보입니다.

 

 

비오는 날이 주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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