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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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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함께 바라보기


BY 김 성신 2006-08-09

며칠 전 남편이 무심코 책을 읽다말고,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한다.

\"나? 어디긴 어디야? 당신 옆이지.차암~.\"연이어 하시는 말씀이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요?\"

\"내가? 음,음,......응,나 박 완서님같은 작가,혹은 황 미나 같은 만화가?\"

남편의 얼굴색이 그닥 편해 보이지 않는다.남편은 아무 말 없이 두툼한 파일뭉치를 내게

건넨다.

 

 유언장!? 헉?이게 뭐야? 눈꼬리가 휘익 올라가는 날 말끄러미 바라보는 눈길에서 파일을

계속 넘기니,자기 사명서,평생 계획서,거래 금융기관별 통장 번호,재산 현황등등이 척척

나타나는데 잠시 아연해졌다.

 

 2000년도에 초안된 유언장은 해를 거듭하며 약간씩 수정되었는데,\"사랑하는 여보,그리고

승호 경호에게\"로 시작되는 그 글들은 심금을 울리지만 사실 불쾌하였다.그리고, 평생계획

서에는 10년 단위 목표,5년 단위 목표,3년 단위,1년,6개월,3개월등등의 각 단위별 인생 설

계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이미 실천했거나 실천중인 계획들이 다반사였다.

 

 그리고 한참을 서로 얘기를 나누었는데 대책없는 몽상주의자인 나는 남편의 계획성이 숨

막히고 나에게도 그런 식의 생활정리를 권유하는 남편에게 도리어 화를 펑펑 내었다.아울

러 문화센터에서 요리 배우기,꽃꽂이,수채화 그리기등을 큰 자기계발로 여기고 있는 내게

경제성이 수반될 수 있는 제대로 된 자격증 공부가 어떻겠냐고 하기에 우리 아들 말대로 수

퍼 울트라 액션 괴물처럼 변해서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노발괴발 난리법석을 떨었다.

 

 우울한 한 주였다.날씨만큼이나.

알뜰하게 장보기,절약하기,아이들 공부 직접 가르치기,이러 이러한 나의 노력들이 폄하 받

고 홀대받는 듯 해서 더 우울하고,그때부터는 TV든 책이든 온통 사회적으로 성공한 수퍼우먼 

엄마들만 보이면서 나자신의 초라함은 더욱 커져만 갔다.

 

  내 안에서 무수한 핵폭발이 일어났다.뾰족하고 날카로와진 내가 폭발을 거듭할수록 새롭

게 해체되고 조립되며 둥글어지고 편안해져 갔다.

 

 \'그래? 당신이 하면 나도 한다.\'

종이위에 나의 꿈을 적어 나갔다.나의 사랑과 꿈과 열망들! 열심히 적고 고민하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남편처럼 최종 목표에 맞춰 단위별 세부계획까지 망라하고 있는게 아닌가?

 

 잘하고 있는 내게 괜한 딴지를 거는것 같아 밉기만한 남편이 그날따라 인생의 스승같이

느껴지는게 아닌가? 치이!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으니 .

 

  나는 그동안 너무 마주보며 살았고 그러길 원한것 같다.달콤하고 유머스럽고 어여쁜 일

상을 꿈꾸는 내게 이제 남편과 나란히 어깨하며 전쟁터같은 현실을 직시할 감각이 생겼다

고 할까?

 

 몽상가에서 현실주의자로 진 일보하며,그래도 바뀌지않은 나의 소중한 꿈을 살짝 밝혀본

다면,나의 영원한 멘토는 작가 박완서님이라는거.

 

근래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데,내 책 목록은 \'황야의 이리\',\'거미 여인의

키스\'이고 남편은\'혁신으로 가는 항해\',\'바보는 항상 결심만 한다.\'이다.

 

아! 마주 바라보지 말것!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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