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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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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피크닉


BY 은하수 2006-08-08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는 주말이 몇년만이런가...

남편은 제 2의 신혼 같다는 표현을 썼지만...

아냐... 그 표현으론 부족해...

암튼 조용하고 홀가분하고...

다른 게 아니라... 이게 진짜 휴가로구나... 싶었다.

 

주말 저녁을 잼나게 보내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그래...

행복을 요리해 보는 거야...

실파를 다듬고 오징어와 홍합살을 녹여 채썰고...

밀가루를 물에 개어 놓고

청 홍고추를 채썰어 놓는다.

 

한가지 더... 해 보자...

소면을 삶아 찬물에 흔들어 채반에 건졌다가 먹기좋게 또아리를 만들고

파를 채칼로 채쳐두고, 양파를 채썰고...

오이와 당근을 길쭉하게 채썰고...

오징어채는 없어서 생략...

골뱅이 통조림을 따서 먹기 좋게 썰어 두고...

고추장, 식초, 설탕, 물엿, 마늘, 기타등등을 넣어 양념소스를 만들고...

 

후라이팬에 불을 붙여서 기름을 두른다음

밀가루반죽을 얇게 붓고 실파와 해물, 고추를 토핑하고

밀가루반죽을 위에 다시 조금만 붓고 계란풀어둔 것도 골고루 끼얹는다.

해물이 어느정도 익으면 한번에 휙 뒤집는다.

먹음직하게 익혀서 또 한번에 뒤집어 채반에 낸다.

 

도시락을 싸보자.

사각도시락에 골뱅이무침 재료를 담고

양념소스는 병에 담아 잘 틀어막고

소면또아리도 다른 도시락에 차곡차곡 담는다.

해물파전도 식으면 쿠킹호일에 싼다.

고추가루넣은 초간장도 종지에 담아 뚜껑덮어 안세게 한다.

 

쿨백에 도시락과 젓가락을 차례로 담고

마지막으로 얼음팩을 넣어서 도시락준비를 완료한다.

 

외출전 친정에 전화를 해 보았다.

초저녁인데 엄마는 주무시고 계시다 깨셨다.

아이들은 이모부랑 사촌이랑 해수욕장에 갔단다.

자꾸 여기저기 아파와서 기운이 없으시단다...

엄마... 아프지마... 운동도 하시구...

야야... 무릎이 아파서 운동도 못한다...

암튼 엄마가 건강해야지... 아버지 때문에라도... 못가도 좋으니

친정이라두 있어야 딸이 든든하지요...

악세사리처럼?... ㅎㅎ...

응... 글구... 엄마... 사위가 처갓집에 가구 싶어하는데 어쩌지?...

밥은 누가 하구???

우리가 해 먹을께...

ㅎㅎ... 응... 그래...(만족한 듯이...)

 

도시락가방을 메고 가벼운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여름 저녁 가끔씩 불어 오는 소슬바람을 만나기 위해...

쌩쌩 달리는 나의 양볼을 스쳐가는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흠뻑 흘린 땀들로 인해 몸이 한층 가벼워져 오는 것 같았다...

 

운동을 끝내고

평상같이 커다란  통나무테이블을 가운데 둔 벤치에 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해물파전과 골뱅이 무침을 안주로 하여

맥주 한잔씩을 들이키는 맛... 좋아라...

누군가의 첫사랑 이야기...

들어보니 짝사랑에 가까왔지만... 본인이 첫사랑이라구 우기니

그건 첫사랑인 것이지... 본시 사랑이란건

자기 자신에게 거는 최면술같은것 아니겠어...

 

그래... 첫사랑만큼 강렬한게 있을라구...

첫사랑이 아름다운 건 그사람의 심성이 아름다와서겠지...

눈부실만큼 아름다왔던 그 때...

그 때는 정작 몰랐다...  얼마나 빛나던 때였는지를...

 

 

첫사랑 얼굴같은 반달이 하늘 높이 떠올라서 

우리를 맑게 비추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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