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비가 쏟아지다 그쳤다 미친듯 변덕을 떤다
지나간 몇년의 세월속 나 같다
좋은집이 생기고 아들들은 제각기 제 할 일 잘하고 이렇게 좋은일만 생기니 그저 감사하다
요즘은 공장에 알바를 다닌다 십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난 삽십분이나 걸린다
아침일찍 큰아들이 출근하고 월요일은 작은아들까지 서둘러 우당탕거리며 출근하고나면
내 차례다 점심에 먹을 밥을 조금싸고 건건이 한두가지 담아들고 집을 나선다(언제부턴지식당음식을먹으면속이아프다)
아파트 문을 열고 나서는데 옆집친정어머니라는 분이 문앞에 서성이신다 시골에서 오셨나부다 인사를 하고 정문을 나선다 조금가다보면 길 양쪽으로 볼걸이가 많다
왼쪽으로는 감나무에 감꽃들이 피어있고 밭에는 완두콩들이 먹음직스럽게 여물어 있다
완두콩을 넣고 밥을 해먹고 카레를 해먹는다 완두콩을 잊을만하면 강낭콩이 통통하게 여물
어간다 강낭콩을 넣은 밥도 구수하고 맛나다 공장에 함께 일하는사람이 강낭콩을 넣고 빵을
져왔는데 어찌나 맛나던지 옛날어릴적에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다 강낭콩을 잊을라하면
밭에는 메주콩을 심어 놓는다 아마도 다음달쯤이면 열매를 맺으리라 하루 하루 지나는 길가
에 변하는 곡식들은 내 발걸음을 잡는다 멀리 참깨꽃이 다닥다닥피어있고 도마토가 붉어간
다 쏟아지는 비는 출근을 하든 퇴근을 하든 제멋대로 나를 가로막는다 도로를 덮어버린곳이
세곳이다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리고 첨벙첨벙 몇미터를 가고나면 옆 언덕밭이 무너져
내려 길을 막아버린곳도 있다 아마도 주인혼자 치우기는 어려울것같다
그렇게 한참을 가면 공장문이 보인다 열려있으면 걸음을 빨리하고 닫혀있으면 더 천천히 간
다 공장가까이 포도밭에는 일꾼들이 포도봉지씌우더니 어느새 청포도알만큼 굵어진 포도알
들이 익어가고있다 까맣게 녹익으면 몇 상자 사서 친척들과 가까운사람들과 나누어 먹어야
겠다 난 늘 주의사람들에게 친구들에게 도움만 받는다 이젠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9홉시가 되어온다 일할시간에 맞게 공장에 도착하면 내 느린 발걸음은 막을 내린다
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