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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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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체질과 시골체질


BY 푸르메 2006-06-30

시골살이 시작한 게
일년이 아직 못 되었으니
아직은 한참 정신 헷갈리는 시기입니다.


집 뒷산의 무성한 풀을 헤치면
아직도 고사리들이 여기저기서 손짓하는데
여름 마실거리를 만드느라
찔레순을 비롯하여 칡순, 쑥
꿀풀 인동꽃 등 설탕에 재워
효소 만들 가능성이 있는
산야초 뜯어나르기에 바쁜 절보고
이곳 토박이 남정네가 그러더군요.
산에 들에 자라는 것들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자랄것이니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말고 쉬엄쉬엄하라구요.
시골일은 결과가 없는 잡일들이
끝없는 생활인데 급히 하다 몸이 지치면
시골생활을 포기한대나요.

 

아닌게 아니라
무정란이 아닌 유정란을 먹겠단답시고
며칠 궁리를 거듭하더니
목재소에 사온 중고 자재들을 실어온 남편
생 처음 솜씨치고는
꽤 그럴싸한 닭집을
보름여 걸려 지어놓고는 지쳤는지
요즘은 닭과 개 먹이 주는 거 외엔
거의 일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봄에는
뒷산 두릅과 고사리를 따러 다니는 마눌이
새벽이슬에 옷을 흠뻑 젖어오기 일쑤지만
한번 산에 오르곤 그만입니다.
그저 꺽어온 두릅을 데쳐
고추장과 내어놓으면
\"야 옛날 군시절에 먹던
딱 그 맛이다\"
며 환상적인 맛이니 어쩌니 할 뿐
산에 오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날아갈 듯이 개운한 기운이
흙집 탓인가 보다 좋아하면서도
요즘처럼 비가 오락가락이면
비가 내려도 비 설겆이를 할 필요없는
도시의 아파트를 그리워합니다.
농약걱정없는 상추쌈을
마음껏 먹겠다고 손바닥만 하게 일궈
고추랑 도마도 몇모씩 심어놓은 텃밭은
풀뽑고 돌아서면 다시 무성하니
이젠 풀과 공생하는 삶을 하겠다나요.

 

도시에서 생활하던 때보다
육키로정도 줄어든 체중에
유난시리 신경을 쓰던 남편이랑 나눈
대화입니다.
\"자넨 살이 안 빠지그만
아무래도 난 몸이 이상이 있는게여\"
\"늦은 저녁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 팔운동 잠시 하는걸로 끝이던
도시생활에서 일이 지천으로 널린
시골에 들어와 살이 빠지지않으면
그게 비정상이지 뭘 그래요\"

 

바쁘게 움직이며 활동하는 일 량은
제가 남편보다 훨씬 더 많지만
놀이를 하듯 즐기며 하는 일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밀려
하는 일의 차이라는 걸 설명하자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응 난 시골체질이고 당신은 도시체질이여\"
라고 말을 잘랐지만 기분은 영 씁쓸합니다.

 

늙어 뼈를 묻을때까지로 작정한 시골살이가
어째 순탄치 않을 듯한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