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매 맞는 호랑이
장사를 마감하고 호랑씨가 불쑥 누나랑 매형이 오시는데 식사 안하셨으니 뭐 드실 것 좀 해 놔 한다.
“ 무슨 일로 오시는데요?
“가게 윗 층 테라스 만드는데 견적 좀 내보라고 오시라 했어”
순간 난 열 받았다
이제 27살 먹은 아들이 올해 결혼을 하겠다면서 지들 맘대로 9월 달에 결혼 날짜 까지 잡아 버렸다. 철딱서니 없는 아들이야 그렇다 치고 마누라가 돈이 없는 것 뻔히 알터인데... 내가 돈을 알 낳듯이 낳는 줄 아는지 당장 필요도 없는 테라스를 만들겠단다.
“돈이 없어서 올해는 못해요”
하니 호랑이 눈썹이 치켜져 올라가면서 욕부터 튀어나오고 누가 올해 한데 내년에 하려고 그러지...
올해 빛얻어 결혼 시키면 내년 까지도 후유증으로 꼼짝 못 하는데 쌩뚱맞게 테라스를 구상한다. 아들이 결혼하면 마땅히 아버지도 신경이 쓰여야 할 터인데 남의 일 마냥 강 건너 불구경이다.
속상하니 노상 듣는 욕도 듣기 싫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욕 좀 그만하라고 30년 가까이 들으니 아주 지겨워 죽겠다고 나이 먹으며 좋은 말만하고 살아도 다 못 사는데 날마다 욕 듣는 것도 신물이 난다 했다. . 순간 벌떡 일어나 내 발등을 힘껏 차버렸다.
윽!! 무지 아프다 ~~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하는디~~나~가 30년 동안 당해서 이젠 호랑이도 안무셔~~거구를 손으로 치면 내손이 더 아프겠고 난 빗자루를 거꾸로 움켜쥐고 사정없이 때리면서 이성을 잃고 퍼부었다.
“ 내가 욕하려들면 너보다 잘해 욕 할줄 몰라서 여직 너한테 욕 얻어 먹은 줄 아니 너랑 30년 살면서 너 벌어 온 돈으로 옷 한 벌 사 입어 본일 없어 자식이 결혼한다면 같이 상의는 못해줄 망정 돈쓸 궁리나 하고 뭘 잘해서 이날 까지 욕하고 손찌검 하는 건데 엉!! 이날 까지 사노라고 육신은 성한 곳 하나 없고 손자 까지 본 백발 할머니여~~
도대체 뭘 그렇게 잘해서 허구헌날 나더러 돌대 가리라 하는 건데? 그래!! 날 부려먹으며 평생 놀고 먹으니 천재는 천재다\".
빗자루 손잡이가 부러져 나가고 나는 그대로 실신해버렸다.
쓰러져 있어도 정신은 말짱하다 몸이 움직여 지지 않고 말이 안나올뿐...
호랑씨 분해서 난리다 한밤중에 큰아들 전화해서 오라한다
에효~~ 어쨰 저리 생각이 없을까 분가해 사는 큰아들 부르면 며느리가 어찌 생각할꼬 한밤중에 불려온 큰아들 앞에 놓고 울면서 아들아 이제 엄마가 나한테 욕을 했다 이제 우리 집 망했다 (웃기네~~나한테 30년 동안 한 욕은 뭐여)
“ 아빠 엄마가 왜 욕을 하셨어요?
상황을 들은 아들 아빠도 욕이 듣기 싫으면 엄마도 듣기 싫은 거예요 한다. (그럼 그럼)
아들둘이 아빠 달래느라 2시가 넘도록 잠도 못 잔다. 난 후회가 밀려온다 저것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여직 먹고 산 욕 좀 더 먹는다고 배가 터질 일도 아닌데...
다음날 아침 잠자는 남편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마누라한테 얻어맞아 입술이 찢어지고 배는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뚱땡이 뱃살 뺀다고 자주 가던 찜질 방을 안 간다
“왜 사우나 안가요 했더니”
“ 챙피 해서 어떻게 가”
하면서 배 부위에 멍을 보여 준다.
“그 정도 가지고 그래요? 앞으로는 더 할수 도 있어 욧!”
호랑이 이빨 두개가 빠진 모양이다 마누라 한테 매를 다 맞고
아~~아~~ 30년 묶은 체증이 조금은 내려 간듯하다
아마도 내 마음 어딘가에 악마 가 숨어 있는지 남편이 안보는 곳에서 비실 비실 웃음이 난다.
PS : 이제부터 필명을 자운영 으로 합니다 기행문 쓰시는 물안개 님과 혼동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