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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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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을 가다


BY 도영 2006-06-07

장성한 아이들이 품에서 벗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찾아오는
갱년기 증세가 허탈 이라는 가면을 쓰고
중년의 여인들을 희롱 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도도 중년의 고독을 비켜나가지 못하다보니..
여러가지 증세로 내 정신 세계가 마치 그네를 타듯 흔들거리며
때때로 메슥꺼림으로 욱욱 거려보기도 한다.

며칠 흥해 골짜기에 갇혀 ?
방범창 창살 사이로 올려다본 유월의 하늘을 보며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얼마전 서울에가서 걸었던 명동 한복판 인파들이 그리웠고
4년전 환호하는 월드컵 인파들이 그립던차.
포이오 산악회 정기산행에 남편을 따라 동행을 했다.
간만에 산바람을 쐰다고 생각하니
어제의 고독도 어제의 허탈감은 꼬리에 불달린 토끼마냥
줄행랑 치기 시작 했다

오봉산을 간단다.
다섯개의 봉우리가 있어 오봉산인가.
인터넷에서 찾아볼걸..의미를 알고 가면 산행이 더 즐거울텐데..
오봉산의 궁금증은 친절한 금자씨 보다 그날 따라 더 친절한
남편 친구들의 짖궂은 설명을 들으면서..차안에는 잔잔한 웃음이 여기저기 터져나왔다

오봉산 중턱의 여근곡이리는 골짜기가 있는데 여자의 자궁과 흡사 해서  황홀경에 빠진다느니 여근곡을 지나갈때는 등산 지팡이로 콕콕 지르지 말라느니 아니면 아예 차에 두고 내리라니  당부 어린 설명을 듣다 보니 웃음 많은 나 웃음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다

오봉산 가는 시골길은 정겹기 그지없다.
자연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것은 나이 듦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포도 밭에는 벌서 깨알만한 열매들이 다닥다닥 맺혀있고
시골집 담장에는 넝쿨 장미들이 마지막 기염을 토해내며
천연 향수를 만들어 내며 유월 꽃의 여왕 답게 도도함을 뽐내고 있었다
도랑물 흐르는 길가에는 계란 후라이 닮은 개망초꽃이
이름모를 보랏빛 들꽃 틈에서 피어있었는데.
이광조의 나들이란 노랫말이 생각이 났다

발길 따라서 걷다가 바닷가 마을 지날때
착한 마음씨의 사람들과 밤새워 얘기하리라

산에는 꽃이 피어나고 물가에 붕어 있으면
돌맹이 위에 걸터 앉아 그곳에 쉬어 가리라

이 땅에 흙냄새 나면 아무데라도 좋아라
아 오늘밤도 꿈 속에 떠 오르는 아름다운 모습들

가다가다가 지치면 다시 돌아오리라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그대의 정든 품으로

그러다가 문득...
조금전 지나친 시골 담장에 붉은 장미색 닮은 스카프를 두르고 싶었고
보라빛 야생화 색깔에 블라우스를 해입고 싶은것을 보니
아직은 그래도 미적 감성이 내안에 깔려 있음이 우찌나 다행스럽든동..
전날 남편과 음주문화를 약간 즐긴탓인지..
몸이 따라주지를 않아서 뒤로뒤로 쳐지니
남편이 뒤에서 밀어주네 손을 잡아주네 친절함을 과시한다.
산행준비를 하면서 남편과의 트러블로 속이 보글보글 거렸지만
남편의 과잉 친절이 밉쌀 스럽지는 않았다.

초록숲이 터널을 이루어
초록숲 사이로 유월의 햇살이 초록 레이저를 쏘아대고 있었다
유월의 숲은 레몬향 처럼 상큼했고
키위 맛처럼 싱그로웠고 며칠 우울의 늪에서 질퍽대던
나의 혼탁 했던 정신 세계도 제정신을 찾기 시작했다.
낮가림이 심한 나는 처음과 다르게 남편의 친구들과 그부인들이
이제는 정겹게만 느껴진다.
정은 내가 준만큼 쌓이고 허문 만큼 낮아진다는 진리를
불혹의 라인을 훌쩍 넘어서야 알았음에도
마음과 다르게 선뜻선뜻 상대에게 다가간다는게 쉽지가 않았다
최근까지도 남편의 산악회는 나는 이방인이고 게스트이기에
가도그만 안가도 그만 ..한마디로 내꼴리면 참석하고
안꼴리면 참석을 안해도 고만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작은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산행이 있는날 많은 인원이 복닥 대면 괜히 반가워지고
인원이 적으면 슬며시 미안해 지기 시작 하던데..흠...
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빠졌다.
초록숲길을 헤치며 올라가다보니 천상의 문 같은 바위문 안에
아름다운 작은 절이 모습을 드러냈다.
절아래는 수십개의 겹겹의 산봉우리들이 곡선을 그리며
선의 미학의 진수를 보는듯 하였으니..
부페 같은 점심 식사 지만 아쉽게도 나는 눈치 없는 치통에 시달려야했다.

하산이 시작됐다.
하산길은 언제나 즐겁다
더이상 심장의 압박감이 필요 없기에 즐겁고
정상을 올랐다는 해방감에 느긋한 하산길이 즐겁다

차안에서 저녁은 짜장면을 먹자.
칼국수를 먹자.냉면을 먹자..의견이 분분해도
그것조차 즐겁다.
넉넉한 인품들이 느껴지는 남편의 친구들의 입에서
간간히 터지는 조크에 헤헤 거리고
옆에서 분명 짜장면집에 전화로 예약함에도 불구하고
옆 자리에서 시골 칼국수집에 전화하는 그 모습도 즐겁다.
해가 뉘엿뉫엿 지고 끝까지 시간을 채우는 그 모습도 나는 즐겁기 그지없다.
칼국수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국수 그릇 서른개 있을까 없을까..
걱정 같지 않은 걱정을 하는 모습에도 웃음이 헤헤 나오고
막간을 이용해서 칼국수집 옆집 할매한테 사바사바<아부> 해서
돗나물 화분을 얻은 비위 좋은 내 모습도 즐겁다.

여자 나이 사십대는 지식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여자나이 오십대는 미의 평준화가 이루어진다는데.
미의 평준화가 이루어진다는 50대에 가까운 이나이에
남편을 통해 알게된 새로운 인간 관계는
유월의 녹향 만큼 진한 의미로 담아지기 시작을 했느니...

산 바람은 역시  마음의 그릇을 넉넉히 빚어내는 마력이 있긴 있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