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톨릭에서는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소공동체라 하여 작은 모임을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가장 작은 소공동체 중의 하나가 바로 반모임이라는 구역모임입니다.
저희 구역은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한 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두 모이면 그래도 꽤 되겠지만 이런저런 사장으로 불참하는 분들을 빼면 많아야 다섯 분 정도이니 정말 소공동체이지요.
제 또래 엄마가 한명이고 얼마 전 처음으로 며느리 들이신 중년의 아주머니가 한 분 계시고 나머지는 모두가 할머님이십니다.
사실 그런 모임에서 어떤 재미를 느끼긴 어렵지만 전 그래도 그 모임을 사랑합니다.
사람들 살아가는 모양새는 다 비슷해 보이는데 성경말씀을 묵상하며 나누는 삶의 이야기는 똑같은 삶을 좀 다르게 바라보게 해 줍니다.
사실 다른 자리에서 이런 인생을 이야기한다면 참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는데 이 모임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고 진지한 자리가 되어 나이 차이도 뛰어넘어 서로를 배우게 해 줍니다.
제가 이 모임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 곳 에세이 방 분위기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모임의 진행순서 중에는 성경말씀을 읽은 뒤 맘에 와 닿은 글귀나 문구를 나지막이 읊조린 뒤 그것을 내 삶에 비추어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가 있습니다.
사실 이 시간이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이 때 지켜야 할 지침이 있습니다.
<마음속에 들려오는 이야기를 나누되 거기에 대해 토론하지 않는다.>
토론이란 어떤 문제를 두고 여러 사람이 옳고 그름을 따져 논의 하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토론하게 된다면 내 속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열린 맘으로 드러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때로 상대방의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아도 그것을 존중합니다.
질문은 할 수 있고 호응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옳다 그르다를 표현하진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론 저 스스로도 놀랄만한 이야기를 아무런 경계 없이 이야기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그 모임이 끝난 뒤에 아주 가끔은 괜한 이야기를 했나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저 혼자의 생각일 뿐 그 누구에게서 영향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지극히 드문 편입니다.
대부분은 가슴이 데워져 나옵니다.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 시간 정도 서로의 말을, 마음을 열어 보이고 또 진지하게 경청하고 하는 정도인데 그것이 사람을 데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분들과 평소에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지나가다 만날 때 인사를 나누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그 인사에는 따스한 기운이 서려 있습니다.
그동안 힘들 때 에세이 방을 많이 찾았습니다.
어디서도 못하는 자식 이야기도 겁 없이 쏟아냈습니다.
물론 아직은 많이 도사리면서 내 삶을 다 드러내진 못하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 글로 토해내고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 받고 했습니다.
댓글이 달리면 그 맘들이 감사해서 잠시라도 훈훈해졌습니다.
죄송한 것은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제가 받은 정을 다시 나누는데 많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변명 같지만, 마음만큼 로그인해서 답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앞으론 좀 더 여유를 갖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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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 이공간이 좋습니다.
나이를, 지역을 뛰어넘어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를 나누는 방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때로 의견을 나누고 조정하며 발전을 꾀하는 것은 좋지만 옳고 그름을 따져서 상처를 주는 곳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 삶의 독특한 향이 아름답게 배어나오는 분들이 참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전 많은 것을 배우고 달게 먹으려 합니다. .
두서 없는 글, 사정상 급히 올립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