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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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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집 있어!


BY 정자 2006-05-29

 

서로 떨어져 있으니 되레 보고싶다고 툭하면 달려 왔다. 남편은.

제발 엄마옆에서 말 잘듣고 있으면 재산도 나눠줄테고 그럴 텐데

뭐하러 내 옆에 있을려고 하냐고 오면 도로 가라고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니

이제는 아예 시집에 가라고 밀쳐내도 안갔다.

 

내 집이 여긴데 왜 자꾸 가라냐고 오히려 그런다.

그러면 난 그런다. 당신 마마님 보이잖어?

뭐?

 

이렇게 몰아 부쳐도  시간 지나면 도로 재발한다.

엄마한테 갔다 온 단다. 언제는 나한테 허락받고 갔었나...

가던지 말던지 마음데로 하라고 했다.

남편은 또 어정쩡하다. 가면 다시 올 때 집에 못들어 오게 할까 봐 노심초사다.

 

사글세도 세금도 모두 잘 내주고 있는데, 여편네는 고마워하는 기색도 더 달라고 하지도 않으니 더 이상 몰아 댈 꺼리가 없었다.

 

생활비야  안쓰고 없으면 말면 하는 내 성격을 누구보다도 남편은 잘 알고 있다.

말 없이 방을 다른데로 얻어가  우리집 어디갔냐고 찾아다닌 적도 있었다.

마누라가 일 절  어렵다든가  살기 힘들다든가  바가지 긁는 말을 안한다는  것을 겪었기에 시집에 간 사이에 또 어디로 샐까  겁났나 보다.

하긴 큰 아들에 장손에  어머니가 특히 사랑하는 자식이니 난들 거기에 발 목 끼워 넣어 봤자 또 시집살이는 당연하다.

 

나에게 철칙이 하나 생겼다. 남자는 버리지 않아도 내 생활은 내가 알아서 하기. 살다보니 이런 법을 내 마음에 두고 난 적금을 부었다. 일년에 두 세번 이사하는 것도. 남편에게 사글세를 떠넘기는 것도 길면 서로 힘들어지는 것은 불 보듯 환하다.

 

내 소유로 된 초가삼간이라도 매 번 이사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근처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면 너도 나도 도시로 이사를 들어오고 대신에 빈 집이 즐비하다는 것을  알았다. 난 틈만 나면 그런 집을 순례를 했다.

그러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알게 되었다.

 

전주인이 사십년을 살면서 한 번도 이사를 안 간 집이었다.

그 집을 내놓은 이유가 주인 할아버지가 일년전에 돌아가셔서 혼자 남은 할머니가 무섭다고 하시는 바람에 자손들이 모셔가는 바람에 집이 텅 비게 된 것이다.

더욱 나에게 좋은 것은 모든 살림을 주고 간 것이다. 하긴 연노하셔서 따로 살림 할 것도 아니고, 주인은 집을 깨끗히 비워주고 싶다고 하는데 난 아뭇것도 버리지 말라고 했다.

 

장독이며, 씽크대, 장식장 안에 있는 접시. 그것도 일제시대부터  써오던 사발. 자개장. 대나무 소쿠리등 창고에 농사를 짓던 농기구까지 모두 그냥 놔두라고 했다. 어디에 버린들 모두 역활을 하지 못하고 쓰레기 취급을 받을 거 아니냐고 했다.

 

대신에 부탁이 있다고 했다. 적금이 몇 개월만 부으면 목돈이 되는데 지금 계약을 하고 잔금치룰 날짜를 넉넉하게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 하셨다.

난 횡재를 한 것이다. 일부러 엔틱을 고르느라 돈주고 헤맬 필요 없이  집이며 살림도구를 모두 마련했으니. 그것도 내 이름으로 등기 이전  하는 날 잠도 안 왔다.

 

그 비싼 월세를 내주며 생색을 내는 남편 얼굴 볼 필요도 없고, 아이들에게 집을 보여주니 그렇게 좋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남편에게 알려주는 것 만 남았는데 입이 안  떨어지는 것이다. 솔직히 같이 살기가 버거운 것이다. 매번 시집과 부딫히면 중간역활은 고사하고 되레 죽일놈의 여편네로 몰아대니 이거 같이 가자는 말이 안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시집에 간다고 했을 때 난  가면 오지마! 이럴 뻔 했다.

남편의 눈치는 빠르다. 원래 잡지도 않았지만 혹시 자기 없는 사이 애들 데리고 또 어디로 튈 거 같았나 안갔다.

 

저녁이 되니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가 왜 그렇게 싫냐고?

아니,,

그럼 왜 그렇게 어머니 애기만 나오면 발악이냐?

내가 발악하는게 아니고 어머니가 큰 며느리만 보면 경악 하겄지...

뭐?

 

하고 싶은 애기가 뭔데. 앞으로 시집에게 잘 하고 어머니 잘 모시고 남편에게 고분고분하고 뭐 그런 걸 애길 하려면 딴데가서 다른 여자 알아 봐... 하긴 집이 돈 많다고 부자라고 소문 난 집인데 어떤 여자가 마다 하겠어... 그러길래 처음 결혼 할때 난 연애도 못해. 돈도 없어. 살림도 못 배웠어, 친정은 찢어지게 가난해 다 이실직고 했건만 그런 걸 약점을 잡아 날 요지경으로 만들면 누군 가슴속이 시원한 거여?

 

아니 그게 아니고, 니가 워낙 고집이 똥고집이냐?

그려 난 있다는 게 최씨 눌려먹고 사는 천씨 똥고집이여.. 말 잘했네. 이 참에 서류 정리하지?

뭘?

뭐긴 뭐야? 당신 어머니에게 마음에 든 며느리가 생겼나 본데. 내가 빠져 줘야 정상으로 혼인신고 할 거 아녀?

누가 그려? 어디서 들은 거여?

툭하면 호박구르는 소리가 이 동네 울려. 내 일 아침에 시청가고. 그리고 그 나머지는 당신이 알아서 혀!

 

야! 니는 내 생각은 왜 안묻고 왜 툭하면 엄마한테 가라고 하냐?

얼씨구! 언제 당신이 당신생각에 움직여 본 적 있어. 당장 전화해 봐... 이럴 땐 어떻게 혀? 엄마? 내가 그 동안 당신하고 싸운 것 같아. 이게 부부 싸움이야? 사랑싸움이야?

 

남편 얼굴이 굳었다. 늘 아군처럼 등에서 조종하는 어머니를 모른다고 하지는 못했다.

자기는 조종을 당하는 로보트 태권브이.

 

니! 정말 나랑 갈라지면 생활비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으름장처럼 또박 또박 힘을 주고 있었다. 난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언제 생활비 줘 본적 있는 것처럼 말씀하셔? 왜 어머니에게 먼저 결재를 받으셔야지.

 

아! 그리고 나도 할 말이 있어.

뭐?

나도 집이 있어. 어머니에게 가서 일러.

인제 월세도 안 내줘도 된다고 보고 드려야지.

당신도 여기서 살아주는라고 고생 안해도 되겠네.

 

 

 

덧) 곧이어 2부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