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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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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은 용서 할게요.


BY 오월 2006-05-10

♪그댄 봄 비를 무척 좋아 하나요.♬

(나는요.)♪비가 오면 일 못해서 속 상해요 ♪

단비라 부르기엔 너무 많은 비가 너무 자주 오네요.

일  못해 속상한 마음을 푸르러가는 나무들을 보고

바람을 타고 흐르는 라일락 향기로 위안을 삼고

열어둔 창문을 통해 열열한 개구리들의 세레나데에

잠시 나도 넋을 놓아봅니다.

 

타고 나기를 미운 마음을 품고 살지도 못하고 고민을

품고 살지도 못하고 마음과 행동을 달리하지도 못하는

성격이다보니 사십의 중반에 들고서야 무조건 솔직

한건만이 좋은것은 아니라는 이상스런 깨달음 하나를

얻었지만 앞으로도 그리 살수밖에 없는 내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남편의 우울증 증세가 2개월이 되어갑니다.

 

20년을 살아오며 닥치면 헤쳐가고 살아온 세월이라

남편의 우울증마져 우습게 생각했던 저의 경솔한 생각에

저 마져도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말문을 닫고,특히 저하고는 입섞어 말하기를 꺼려 합니다.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사무실에서도 집에 와서도 한자리에

꼼짝도 없이 몇시간씩 앉아 한갑 정도의 담배를 피워 댑니다.

말을 안해 그런지 콱 잠겨버린 목소리는 사람들과 대화가

불가능 할만큼 심해져 버렸습니다.

 

제가 해주는 음식을 거부 합니다.

어쩔수 없이 술을 한잔마신 날은 호흡장애를 겪는 사람이

밤마다 맥주 한캔을 마시고 잠이 듭니다.

자다가 눈을 떠보면 어두운 거실에 귀신처럼 앉아 있습니다.

내가 밖으로 나가면 다시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래도 시간이 없어 그렇지 내가 당신쯤은 제자리 돌려 놓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만한 마음을 가지고 저는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손찌검을 당해본적도 저에게 큰소리를 쳐본적도 없는 남편.

차라리 그 커다란 손으로 따귀라도 한대 맞으면 덜아플 텐데요.

인터넷을 뒤져 스킨쉽과 관심이 좋다기에 낮설지만 애교를 떠는

저에게 가차없이 \"나는,니가 싫어!\" 그렇게 말합니다.

한번 두번 세번....

어느날 깜짝 놀란것은 정말 처음으로 남편 모습이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내 자신이 무서워지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악을 떨며 위협도 해보고 부드럽게 웃어도 보고 아이들 힘도

빌려보고 ....

 남편의 깊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편의 무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편의 가슴 넓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쉽게 화내고 쉽게 마음을 닫을 사람이 아니였다는걸 왜

생각하지 못하고 경솔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했는지.

내가 더욱 슬픈건 어느새 아이들이 엄마 아빠 안색을 살피는 겁니다.

딸아이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쓸쓸함을 읽었습니다.

 

그까짓 2개월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숨이 막혀옵니다.

김안나고 뜨겁다는 어른들 말씀이 이런것이구나 절실히 깨닫습니다.

내가 뭐라고 잠시 남편에게 소홀했음이 이런 결과가 오다니.

내가 쓴 글들을 찾아읽으며 남편을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날위해 애들을위해 살아온 20년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남편이 너무나 가여워 집니다.

어느날 자다 일어나 남편이 자신의 몸에서 썪은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자기가 누운 자리 에서도 악취가 난다고 합니다.

당신 요즘 잠없어 아침저녁 씻어대니 비누 향기만 풀풀나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저보고 냄새나니 다른방에 가서 자라고 합니다.

 

나 진짜로 당신 몸에서 썪은냄새나도 너 싫다고 안하면 당신 사랑

할수 있는데....늘 아내 등에 날개달기를 즐겨 하더니 어느날 정말

날개가 완성되어 자기를 두고 훨훨 날아갈거란 생각을 한걸까.

어제 8일 공식발표가 났습니다.

학교에서 13일 졸업식에 참석하라는 전화 통화를 옆에서 듣던 남편

\"이제,발표가 난거야 그렇게 구박받고 수모 당하고 손에쥔 졸업장

기분이 어때??고생했어 우리 마누라!\"

그러면서 어깨를 안아줍니다.

 

오늘은 우리 사무실에 이제막 젖 떨어진 강아지 네마리 작은 또랑에

남편 기분을 달래주기위해 긴급 공수해온 작은 오리 네마리 작은 꽃밭

사이로 올망졸망 피어난 이쁜꽃 파랗게 다닥거리며 붙은 앵두 비 온뒤에

깨끗하고 더 푸르른 산 모두 너무나 이뻐 보입니다.

남편을 사랑합니다.

우리들이 살아온 20년 세월이 아까워서도 저는 그 사랑을 지킬겁니다.

한 열번쯤 남편이 저에게 잘못을해도 날 위해 살아준 20년 세월로

용서할 마음을 가슴에 가지고 있습니다.

열 한번째 잘못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오늘밤 개구리 소리도 아름다운데

그 만고의 진리인 칼로 물베기 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근데,다시 남편이 \"너,싫어!!\"

그러면 가슴이 너무 아플거 같습니다.